[황용필 칼럼] 생각의 마력 - After 3 Hours, Day is so easy!

  • 입력 2019.06.03 18:46
  • 수정 2019.06.03 18:47
  • 기자명 황용필 성균관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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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에 자성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라는 용어가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머튼(R. Merton)이 사용한 용어로, 어떤 일이 실제 발생할 것이라는 증거의 유무와 관계없이 자신에게 일어날 것이라는 반복적 믿음이 실제로 일어난다는 내용의 논리적 체계를 말한다.   
'말이 씨가 된다.'는 것처럼 다짐이나 소망을 적어 자신의 생활방식이나 환경 조성에 영향을 주면 그러한 모습으로 변한다는 의미이다.
"내일 아침 5시에 일어난다."고 수십 번을 다짐하면 알람신호가 없이도 일어나는 것처럼 기대에 부응하는 행동을 실제로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은 고대 그리스의 조각가 피그말리온이 자신이 만든 여인상에 도취하여 사랑을 주자 실제 사람이 되었다는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처럼 긍정적인 것도 있지만 그 반대현상도 있다.
 
스페인의 왕 페르난데스 3세가 어느 날 마드리드의 별장에서 쉬려고 하는데 점술가가 와서 "마드리드에 가지 마세요. 거기 가면 죽습니다."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별장을 지어놓고 2년이 지나도록 마드리드를 가지 못했다. 그러다 어느 날 지방 순찰 길에 어느 지역에서 하룻밤을 지내다가 그만 몸살감기가 들었다. 신하에게 "여기가 어디냐"라고 물었더니 신하는 "마드리드 근처"라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들은 페르난데스 3세는 깜짝 놀라 "이제 나는 죽는구나."라고 생각하며 극도의 두려움에 쌓여 3일 만에 죽고 말았다고 한다. 감기가 아닌 두려움 때문이었다.
 
일에 몰두하다 보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피로하여 무기력한 상태에 빠질 때가 있다. 예상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혹은 하던 일에 회의를 느끼고 공황상태에 빠질 때 이를 '탈진(burn out)'이라고 한다. 그런데 미국의 심리학자인 허버트 프로이덴버거(Herbert Freudenberger)가 그의 저서 『Burn Out: The High Cost of High Achievement. What it is and how to survive it』을 통해 이를 명명하기 전 만에도 간호사, 의사, 소방관 등 극히 제한된 범위에서 사용된 단어였다.
오늘날 직장이나 일의 강도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탈진'이라는 이름에 정신과 몸이 먼저 반응하여 무기력을 느끼게 된 것이다.

교회의 새벽기도시간이 해가 점점 길어지자 5시 30분에서 5시로 앞당겨졌다.
새벽 꿀잠 같은 시간 30분을 깨우는 것은 실로 어렵다. 그래서 한국교회의 목회자들 간에 농담이 새벽기도만 없어도 할 만하다고 한다. 그런데 번잡한 시간보다 고요한 새벽시간에 드리는 예배는 하늘에 당도하는 시간도 광속인 듯하다.

그런데 아무리 낮이 길어지는 여름철이라도 아침 8시에는 대부분 기상한다.
이를 역으로 새벽 5시를 8시로 생각하는 마력, 즉 3시간 먼저 앞당겨 생각하고 기상한다면 어떨까? 해외여행 시 유럽이나 미국은 우리나라와 시차가 크게 난다.
영국의 그리니치는 서울과 비교하면 서머타임을 적용해도 8시간 느리고 반대로 뉴질랜드 웰링턴은 3시간 빠르다. 

 

시간은 결코 물리적이거나 직선적이지도 동일하지 않기에 생각에 따라서는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공간일 수가 있다. 그래서 누군가 90년을 산다고 해도 의미 있는 시간을 추려보면 30년 일 수도 있고, 하루 24시간도 단지 몇 시간만을 보람 있게 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25시간처럼 쓰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로 시곗바늘 위를 걷는 유쾌한 지적탐험의 내용들을 보면 괴짜들을 볼 수 있는데 1819년에 태어난 윌리엄 스트레이치라는 영국인은 공무원으로 1840년대 중반 인도 콜카타에서 5년간 일을 하다가 영국에 되돌아와서도 인도시간에 맞춰 살기로 결심했다. 무려 50년 동안을 5시간 30분이나 빠르게 살았던 것이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하버드대에서 기숙사 사감을 맡으면서 공부하던 시절 에피소드를 읽었다. 설렁설렁 노는 것 같은데도 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의 공부비법은 '예정보다 10일 먼저 해치우기'였다 한다. 열흘 전부터 준비를 하다 보니 정작 열흘 후에는 인생이 쉽다는 것이다.(After 10 days, life is so easy)

하루는 작은 일생이라고 한다. 누구나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일을 할 수는 없다.
황금의 아침 시간을 3시간 먼저 시작하는 하면 어떨까? 물론 힘들다. 방법은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된다. 지금 나는 3시간 빠른 뉴질랜드의 웰링턴에 있다고!
'After 3 Hours, Day is so easy!'

 

Profile
성균관대 겸임교수
정치학박사 
「걷기 속 인문학」저자

前 국민체육진흥공단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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