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주의 박근혜 대북정책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효과보나?

  • 입력 2013.09.03 15:56
  • 기자명 이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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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주의 박근혜 대북정책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효과보나?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겨레>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맡겨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매우 잘하고 있다’(23.5%)와 ‘잘하고 있다’(52.5%)를 합친 긍정적인 평가가 전체의 75.9%로 부정적인 평가(23.5%)를 세배 이상 앞섰다.또 최근 개성공단을 살리기 위한 남북간 당국회담이 수석대표의 격을 이유로 무산된 데 대해서도 ‘대표의 격을 바로 잡으려 한 것으로 잘한 것’(61.9%)이라는 평가가 ‘남북관계 개선 기회를 저버린 것으로 잘못한 것’(35.4%)이라는 부정적인 반응의 두배에 가까웠다. 질문에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직접 언급되진 않았지만 국민들 대다수가 ‘인도적 지원 등 낮은 차원의 대북 지원을 통해 북한과 조금씩 신뢰를 쌓아간다’는 이 정책의 기조에 동의하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햇볕정책과 차별…북한에 국제적 원칙과 상식 교육
이런 결과가 나온 또다른 배경에는 박 대통령이 남북관계에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조하는 등 나름의 원칙을 제시해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측면도 있다.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남북 당국간 회담이 무산된 직후 북한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켜야 한다는 취지의 단호한 입장을 되풀이해 밝혔다. 이를 통해 국제 기준보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강조해왔던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과 결정적인 차별선을 그었다.
국민들의 반응이 좋은 만큼 정부는 대북 정책에서 현행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원칙이 앞으로 남북관계를 안정시키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할지를 두고선 의견이 엇갈린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북한학)은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전개된 군사적 대치 국면을 나름대로 잘 관리했다는 점이 국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남북 관계를 대화나 평화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성과를 낼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지표는 개성공단이다. 현재 남북은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대화 재개 문제를 놓고 서로 양보를 강요하는 ‘겁쟁이 싸움’(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해 결국 공단이 완전히 패쇄된다면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은 단기적으로 국민들의 지지는 얻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이명박 정부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도 있다.

국회도 환영하는 분위기
새누리당은 7일 북한의 남북 당국간 회담 제의 및 우리 정부의 오는 12일 서울에서의 장관급 회담 역제의 등 대화 재개 논의와 관련해 한 목소리로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평가하면서 북한의 진정성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특히 새누리당은 이번 대화 재개 논의가 "박근혜정부의 일관된 대북정책의 성과"라는 것을 부각시키는데 초점을 맞췄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북한이 남북대화를 제의하고 우리 정부가 수용키로 한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할 일"이라며 "이는 박근혜정부가 여러 가지 외적요인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이 원칙과 일관성에 기반한 대북정책을 펼친 결과"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회담을 계기로 박근혜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본격 작동되기를 희망한다"면서 "(우리 정부의) 제안을 북한이 받아들여 회담이 개최된다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뿐 아니라 한반도 긴장완화에 도움이 되는 중대한 성과를 내는 회담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 원내대표는 다만 "북한이 진정성 있는 자세로 임해서 과거처럼 시간끌기용 회담이 되지 않길 바란다"며 "남북 양측 모두가 진정성 있는 자세로 임해 대화를 통해서 성과가 나타나는 소중한 회담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기현 정책위의장도 "남북대화의 물꼬가 트이게 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면서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그간 정부가 원칙을 갖고 꾸준히 남북 당국자간 대화를 제안해 온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북한의 제의가 탈북청소년 강제북송에 따른 국제적 비난이나 미·중 정상회담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일시적으로 탈피하기 위한 임기응변적 수단이 되진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이런 우려가 불식되길 강력히 희망한다"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선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다. 신뢰가 깨지지 않도록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임하는 게 문제 해결의 첫 단추"라고 지적했다.
당 국제위원장인 황진하 의원은 "첫술부터 배가 부를 순 없지만 북한의 진정성을 기대하고, 우리도 적극적인 자세로 북한의 진정성을 이끌어내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 남북관계가 새롭게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새누리당 의원들은 남북간 대화 의제와 방식 등에 대한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 대화 의제와 관련해 "최소한 탈북청소년 9명 북송 문제는 당연히 논의돼야 하고, 궁극적인 논의는 북한의 비핵화 문제"라고 제시했다. 다만 김 정책위의장은 "금강산 관광객 피살 재발방지책 및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모든 의제를 다 끄집어내 얘기하는 건 회담의 진전에 오히려 차질을 부를 수 있다"며 "일시에 해결될 일이 아닌 만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게 옳다"고 단계적 접근 방식을 주문했다.

평화통일기반 구축 해결과제는 북핵
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평화통일의 기반을 구축해 나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이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바로 북한 핵문제"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가안보자문단 첫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앞으로 정부는 남북관계의 비정상적인 관행을 바로잡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해 상식과 국제규범에 맞는 정상적인 남북관계를 만들어가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오늘은 북핵 문제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시작된 지 10년이 되는 날"이라며 "지난 10년의 노력에도 북한의 핵개발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고,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와 세계평화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 되는 올바른 변화를 선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한반도 주변 모든 지도자들이 바뀌고 북한 핵실험과 개성공단 사태 등 여러 어려움이 많았지만 원칙을 지키며 일관된 정책을 추진해왔다"며 "최근 남북관계가 다소 진전을 보이고 있는데 이제 서로 신뢰를 쌓아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새 정부의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우리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로 가는 길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며 "때로는 그 길이 험난하기도 하고, 또 어려움에 부딪치기도 하겠지만 앞으로 평화를 이루고 통일의 미래로 나가기 위해서는 자문단 여러분의 경륜과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자문단과 ▲박근혜정부의 외교안보정책 기조 ▲북한 및 한반도 주변정세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와 이산가족 상봉 합의 등 새로운 남북관계를 지향하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발전 전략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또 '새로운 남북관계를 위한 신뢰프로세스 이행과제와 전략'을 주제로 자문단인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의 발제에 이어 자유 토론도 진행됐다. 회의에는 지난달 4일 박 대통령이 국가안보자문단으로 위촉한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과 이인호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황병무 전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장, 정종욱 동아대 석좌교수, 김재창 한국국방안보포럼 총재, 박용옥 평안남도 지사, 김석우 21세기 국가발전연구원장,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 이숙종 동아시아연구원장, 윤덕민 국립외교원장 등 10명이 모두 참석했다.

원칙을 강조한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어느정도 효과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국민적 신뢰감이 높아지고 있다. 내달 계획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 이후, 상식이 통하는 남북관계가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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