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들 칼럼] 박항서 감독의 친구리더십과 베트남의 기억

  • 입력 2018.12.26 16:51
  • 수정 2018.12.26 16:52
  • 기자명 고리들 <인공지능과 미래인문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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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소개된 중용 21장~23장은 칼럼 11편에서 BTS 방탄소년단이 세계적 팬들의 조직인 Army를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다루면서 해설했다. 지성으로 변화를 만든 사람들은 이 중용 문구들 안의 진기성盡其性과 곡능유성曲能有誠으로 자기 정성을 세상에 드러낸 성즉형誠則形을 한 사람들이다. 
 
자성명自誠明 위지성謂之性 자명성自明誠 위지교謂之教 성즉명의誠則明矣 명즉성의明則誠矣 / 유천하지성唯天下至誠 위능진기성為能盡其性 능진기성能盡其性 즉능진인지성則能盡人之性 능진인지성能盡人之性 즉능진물지성則能盡物之性 능진물지성能盡物之性 즉가이찬천지지화육則可以贊天地之化育 가이찬천지지화육可以贊天地之化育 즉가이여천지참의則可以與天地參矣 / 기차치곡其次致曲 곡능유성曲能有誠 성즉형誠則形 형즉저形則著 저즉명著則明 명즉동明則動 동즉변動則變 변즉화變則化 유천하지성唯天下至誠 위능화為能化

사진=VN 사이공 캡쳐
사진=VN 사이공 캡쳐

베트남의 영웅이 되어 한국에서의 히딩크 신드롬을 압도한 박항서 감독이 히딩크에게 배운 기본 중의 기본이 진기성盡其性이다. 히딩크는 코치들에게 늘 선수들을 어떻게 잘 만들어서 배치시키지 말고 우선 그들이 가진 특성과 강점을 살리려는 노력에 최선을 다하라고 했다. 그런 이후에는 각자의 역할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박항서 감독의 성공도 역시 위의 중용에서 변화를 만드는 위능화為能化에 이르는 과정을 그대로 했을 뿐이다. BTS는 디테일한 소통과 솔직한 감정을 표현한 치곡致曲으로 전 세계 10대들을 움직였다. 중용에서 치곡은 섬세한 자기관리와 배려로 볼 수 있는데 박항서는 선수들의 고단백 영양보충부터 신경 쓰며 선수들의 아픈 발을 직접 마사지해주고 일상의 작은 소리도 경청하는 섬세한 엄마리더십이 기본이다. 게다가 강한 체력과 근성을 기본으로 당당히 고개를 드는 자신감을 강조하는 아빠리더십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격의 없는 친구리더십이 가장 강한 장점이다. 수익을 공평하게 나누고 밥상을 공유하고 소탈하게 소통하며 이동시에는 부상당한 선수를 더 편한 자기 자리에 앉힌다. 이를 형님리더십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형님은 격의가 있을 수 있기에 적절치 못하다. 격의는 중용의 자성명自誠明이나 진기성盡其性과 거의 반대되는 뜻이다. 박항서가 베트남의 우상이 된 저력은 그의 소박하고 선한 친구리더십이다.  

지성지도至誠之道 가이전지可以前知 국가장흥國家將興 필유정상必有禎祥 국가장망國家將亡 필유요얼必有妖孽 현호시귀見乎蓍龜 동호사체動乎四體 화복장지禍福將至 선善 필선지지必先知之 불선不善 필선지지必先知之 고故 지성여신至誠如神

사진=AP 연합뉴스
사진=AP 연합뉴스

필자는 박항서의 성공을 바라보며 많이 울었다. 베트남 빗방울을 맞은 선친의 전장일기를 수십 번 읽으며 미안한 마음을 내 가슴속에 심었기 때문이다. 선친은 3명의 베트공을 사살하고 훈장을 받았으며 본인은 베트공 저격수에게 우측가슴 관통상으로 전사했다. 일기장에는 미군 헬기의 오인사격으로 바로 앞에 총탄이 떨어진 얘기, 3일 밤낮 뜬눈으로 월맹군과 대치한 기록과 한국군 중대가 몰살당한 기록이 있다. 가수 ‘조성모’의 ‘아시나요’ 뮤직비디오는 바로 그 장면을 담고 있는데, 월남전 참전용사들이 그런 치욕적 패배는 없었다고 항의를 했었다. 하지만 필자는 아버지 일기장 기록을 더 믿는다. 전쟁이란 것이 다 그렇듯 6.25 때 미군이 한국 민간인을 학살했던 것처럼 한국군도 월남의 민간인을 살해했다. 당시 베트공 게릴라들은 민간인들과 의복의 구분이 어려웠다. 그래서 미리 마을을 불태우고 민간인을 죽이기도 했다. 이 장면은 영화 <하얀전쟁>에 나온다. 한국군은 변명의 여지가 있으나 미군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당시 아이와 부녀자도 있는 민간인과 북한군은 복장이 확연히 구분되었기 때문이다. 학살과 살해의 차이일 것이다. 언젠가 아버지가 전사한 곳을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과 살해당한 월남 민간인들에 대한 미안함이 교차하는 세월이 50년이 되던 차에 최근 박항서 감독의 활약으로 나도 당당히 고개를 들고 베트남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줄줄 흐르는 눈물과 함께 박항서 감독이 너무나 고마웠다. 

중용 24장은 국가가 길게 흥하려면 좋은 조짐이 보이며 지극한 정성은 신의 경지에 이른다는 말로 끝난다. 백범 김구 선생의 문화선진국 소원을 이룸에 천지참의天地參矣하려는 필자는 BTS와 박항서의 활약이 국가장흥國家將興의 착한 징조라고 본다. 역시 인재가 한국의 가능성과 재산임을 보여준 방탄소년단과 세계적 불황기에 한참 성장기에 있는 베트남과의 우호적 분위기를 절정으로 달구고 있는 박항서 감독님께 이 칼럼을 바치는 바이며 흐르는 눈물과 함께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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