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칼럼] 어느 정치인의 죽음

  • 입력 2018.07.31 16:29
  • 수정 2021.06.06 16:35
  • 기자명 김민 데일리폴리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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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정치인의 부정부패 관련 사건은 비슷한 기승전결을 가진다. 
이제 고인이 된 노회찬 전 의원의 영결식이 얼마 전 국회에서 있었다. 정치권과 국민여론이 무더위 속에서도 큰 이슈가 되었다. 고인 스스로 “금품은 받았으나 청탁은 없었다”고 밝힌 후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드루킹 사건의 특검수사가 진행되면서 특검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안절부절 하는 모양이다.

정의당과 노 전 의원을 지지하는 국민들은 이것이 마치 무조건적인 억울한 죽음처럼 반응하는데 이 점은 정확히 짚고 넘어갔으면 한다. 사람이 숨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정치인 즉 공인으로서 의혹이 있으면 법의 절차에 협조하지 않고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그리 긍정적인 모양새는 아니다. 비리에 연루된 당사자로서 법의 형평성에 대한 저항이며, 국민 즉 아이들과 젊은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공인으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부인할 수 없다.

그는 평생을 노동자와 서민 및 약자들의 편에 서서 어려운 길을 택했다. 좋은 길 마다하고 어려운 편에서 정치를 했던 노고는 칭찬받기에 충분하다. 다만 우리나라의 잘못되고 열악한 정치 환경에 끝까지 저항하지 못하고 어두운 부분을 타협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씁쓸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자신이 기득권에 저항하는 삶을 살았지만 어느 순간 부와 명예라는 것들과 ‘가랑비에 옷 젖듯이’ 타협함으로써 일어난 결과이다.
우리는 개인의 생명에 대한 애틋함과 법적인 문제는 엄격하게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사람이 사망했다고 있던 죄가 없어지는 것은 법적인 절차일 뿐이지 그것이 곧 무죄가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렇게 서거했고, 이번에는 노회찬 전 의원이 그런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비리에 연루된 정치인들의 이런 결말은 대한민국에서는 관습 아닌 관습이 되어가고 있다. 그 점이 안타깝고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도 정확한 판단을 했으면 좋겠다. 죄는 죄고 사람은 사람이다. 검찰과 법원이 기소를 하고 위법 여부를 판단하기도 전에 피의자인 정치인이 사망하면 그것을 맹목적으로 안타까워하며 국민 여론상 잘잘못을 따지기도 전에 감성적으로 무죄를 선언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정상적인 사고가 아니다. 그럼 대한민국에 왜 법치주의가 필요하고 국가제도가 필요한 것인가. 이것이야말로 전형적인 '팬덤(fandom)'문화의 폐허이며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위험천만한 사고이다. 미래 세대들이 대체 무엇을 보고 배우겠는가.

물론 대한민국에서 정치를 한다는 것은 이미 시작 전부터 너무 많은 것을 감수해야 한다. 감수할 수 없는 것을 감수한 사람만이 정치인의 삶을 살 수 있는 시스템이다. 우리 국민들도 스스로들 한번 생각해 보자. 선거도 하기 전에 예비정치인들에게 얼마나 경제적·정신적 부담을 주며 지나치게 많은 것들을 요구하고 기대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스웨덴의 정치문화를 얘기하기 전에 우리 정치문화와 국민 즉 유권자 의식이 스웨덴과 같은지 한번쯤 생각해보자. 

세상의 모든 현상은 양면성을 지니기 마련이다. 정치인에게 허구한 날 인사나 요구하고, 선거 때면 물질을 요구하고, 자신의 유불리를 따져 사적인 청탁이 수용되지 않으면 멀쩡한 정치인을 바보를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대개의 정답은 이미 각자의 마음에 있지 않을까 싶다. 정치인과 유권자는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 유기적인 관계이다. 일방적으로 정치인에게만 현실적이지 않은 것을 요구하는 유권자 의식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노회찬 전 의원의 잘한 점은 칭찬받아야 마땅할 것이고 고인이 되신 일은 충분히 안타까운 일이다. 그 점에 대해서는 필자도 국민들과 같은 심정이다. 하지만 정치인 즉 공인으로서 잘못이 있다면 끝까지 살아남아 법의 절차에 따라야 하는 도의적인 책임이 있을 것이고 금품수수가 있었다면 역시 살아남아 법의 처벌을 받던지 설령 그것이 오해였다면 그것을 해소해야 하는 도의적인 책임이 있는 것이다. 세상에는 ‘불변의 진리’라는 것이 있는데, 시대가 흘러도 ‘비정상적인 것이 정상적인 것이 될 수 없다’는 진리에 우리 모두의 순리적인 동의가 있기를 바란다.

Profile
卒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고려대학원 국제정치학과 
現 데일리폴리정책연구소장 
   동시통역사·시사평론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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