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드스탁스쿨 이야기] 진정한 '배움'이란?

  • 입력 2018.07.13 13:12
  • 수정 2018.07.13 13:13
  • 기자명 김신호 세종아카데미 상임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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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 도저히 이해가 안 됩니다. 한국 학생들은 가까운 미래에 없어질 직업을 위해서, 전혀 필요하지 않는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하루에 15시간 이상 공부하고 있습니다."

2016년에 서거한 미래학자 엘빈 포플러가 2008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강연에서 한 말이다. 토플러의 말은 정말 무섭고도 섬뜩한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 교육계는 여전히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하면서 실제는 단견적인 처방으로 일관하고 있다. 

문제의 원인을 딱 '한 가지'로만 인식하게 되면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없고, 어느 한 사람이 모든 것을 해결해낼 수 없다. 그것보다는 지금 문제가 있다는 사실부터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좋은 질문이 좋은 해답을 주기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이 아이들과 국가의 미래가 달린 "교육"에 대해서 질문하고 질문해야 한다.
"왜?", "누가?" , "어떻게?" 등의 질문을 통해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인도의 국제기숙학교인 우드스탁스쿨은 한국 교육이 당면한 이슈들에 대해 능동적으로 해결책을 찾아내는 학교이다.

인도국제기숙학교인 우드스탁스쿨 9학년을 마치고 방학차 집에 돌아온 아이가 5월 말에 귀국한 이후 어제도 쉬고, 오늘도 쉬고 계속 쉬고 있다.
한국의 학부모들 같으면 귀국하자마자 학원등록과 보충수업 그리고 앞으로 좋다는 다양한 과정의 코스를 밟게 하겠지만, 나는 '자고, 쉬고, 놀고 또 노는' 아이에게 딱 한가지 잔소리만 한다.

"대니엘, 책은 읽어야지!"

그러면 아이는 "교장선생님께서 학부모님들에게 방학 때 공부시키지 말고 놀게 하라고 하셨잖아요”라고 대답하면서 핸드폰과 노트북과 TV를 친구 삼아 놀던지 아니면 자고 또 잠을 잔다.

사실 아이의 말대로 우드스탁 교장선생님은 모든 학부모들에게 방학 때  아이들이 집에 되돌아오면 학원이나 과외 시키지 말고 놀게 하면서 '심심할 시간'을 갖게 해달라는 주문을 하셨다.
아이들이 집에 와서 방학 내내 심심하고 무료한 시간을 가져야만 그것을 통해 더 '생산적'이고 '재미있고', '의미 있는' 것을 생각해낸다는 것이다.

사실 나도 가끔은 너무 풀어놓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 때도 있지만, 한편으론 아이 스스로 뭔가를 찾아내고 그것을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강력한 믿음을 가지고 나 스스로에게 '아이를 믿어보자'고 다짐하면서 아이를 합리적 방임(?)하곤 한다.

인도우드스탁스쿨은 160년 넘는 전통이 있는 학교인 만큼 교장선생님의 탁월한 리더쉽으로 학교를 이끌고 있다. 

학생들끼리 왕따에 대한 대처방법을 예로 들면, "대니엘, 너의 학교에는 왕따 없니?"라고 물었더니 학교에서 특별시간을 통해서 "한 학생 또는 학생들이 다른 학생을 괴롭히는 것을 보고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방관한 학생도 왕따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교육받았다는 것이다. 

남의 일만이 아닌, 그렇다고 나만의 문제만도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의 아픈 부분 또한 함께 느끼며 움직일 수 있는 힘. 
일례이지만 성숙한 한 인간으로서 세상을 살아갈 힘을 배우는 것은 책이나 수업만이 아닐 것이다. 진정한 교육은 서로가 서로를 믿고 서로에게 의지하고 힘을 주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나는 인도국제기숙학교인 우드스탁스쿨의 학부모인 것이 늘 자랑스럽고, 아이에게도 늘 얘기한다.

네모난 시멘트 구조물 안에 갇혀 15시간씩을 후일 써먹지 못할 지식을 배우느라 노심초사(?) 하는 아이들과 그것을 잘 해내라고 열심히 응원하는 한국의 학부모들에게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자기 길을 개척할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그것을 지켜보고 응원해주는 용기가 가장 중요한 부모 자질이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

부모는 온유한 기다림의 미덕을 보이며 아이들은 선택을 하게 하고, 선택한 결과를 아이가 스스로 책임질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가장 큰 가르침일 것이다.

 

Profile
現 세종아카데미 상임공동대표

前 21세기를위한 모임 창립, 회장
   (최초 386전문직 모임)

저서 <젊은이를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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