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여 년 문화자산인 한국장기의 국제화를 위해 남은 생을 장기에 바친다”

김응술 (주)한국체스게임 기업부설연구소 소장

  • 입력 2018.04.18 14:50
  • 수정 2018.04.18 17:19
  • 기자명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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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는 두 사람이 적군과 아군으로 마주 앉아 장기판에 말(기물)을 한 번씩 번갈아 두며 적장 楚, 漢(초, 한) 왕(나라)의 항복을 받아내 승부를 내는 놀이다. 충효(忠孝)와 같은 덕목, 희생과 봉사 정신이 길러진다는 점에서 장기는 최근 인성교육의 새로운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주)한국체스게임 기업부설연구소의 김응술 소장(81세)은 “장기는 위기의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는 안중근 의사처럼 아낌없이 자기 한목숨을 바치는 데 비해, 바둑은 나라를 위해서 절대 죽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아서 싸우다 적군에 의해서만 죽는다는 것이 차이점이다.”라고 전했다. 1200만 장기동호인들이 잘 알지 못했던 장기이야기를 들어본다.

(주)한국체스게임 기업부설연구소, 한국장기의 국제화 연구
(주)한국체스게임은 우리 민속 장기에 평소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영화배우 정준호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곳이다. 김 소장은 80 평생을 몸 바쳐 3번씩이나 설립한 (사)대한장기협회 운영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2년 전부터 현재까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주)한국체스게임 기업부설연구소에서 한국장기의 국제화를 위한 연구에 몰두하는 중이다. 

일반적으로 칸에 놓는 서양 장기(미국체스)는 행마법(장기 두는 법)이 다양해 상대적으로 배우기가 어렵지만 선에 놓는 한국장기의 경우 각 말의 행마법이 하나만 존재해 배우기가 무척 쉽다. 또한, 많은 시간이 소비되지 않고, 매우 재미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현재 (주)한국체스게임 기업부설연구소에서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콘텐츠를 제작한다. 우선 한국장기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행마법에 대한 표준화 작업에 몰두했다. 기존에는 행마법을 한자를 이용해 알렸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동영상으로 제작했다. 누구나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자로 되어 있는 말은 여러 가지 타입으로 변형했다. 영어를 기반으로 한 ‘알파벳형’, 각 말의 기능을 심볼화 한 ‘패턴형’, 유럽·미주권과 같이 각 말을 형상화한 ‘체스형’이 바로 그것이다.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인들에게 알리기 위해 한글화한 말(기물)도 시도했다. (주)한국체스게임에서는 국내 최초로 장기를 이용한 게임을 제작했다. 개발에는 2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한국장기로 김응술 9단이 만든 묘수풀이인 ‘박보장기’를 문제로 제공하면, 대결하는 상대가 묘수풀이를 조건 내로 장기를 두어 승부를 내는 방식이다. 김 소장은 “장기는 즐기면 즐길수록 재미있는 훌륭한 게임이다. 현재 묘수풀이로 인공지능과 대결을 할 수 있게 하는 이벤트를 준비하는 중이다”라고 했다.

국내 최고의 장기전문가, 김응술 소장의 장기사랑
김 소장의 이력에는 유난히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다. △(사)한국장기협회 최초 설립 △(사)대한장기협회 최초 설립, △KBS 3TV에서 최초의 생방송 장기해설 8년, △공식장기대국 최초의 기록, △일간신문사(스포츠서울 창간호부터) 최초의 장이야 멍이야 연재 8년, △전국 지방자치단체 공식장기대회 최초 신설, △국방일보에 8년 동안 장기묘수풀이 최초 연재, △전문기사 장기대회 최초 상금 지급, △중고등학교 최초의 장기강사, △길거리 박보장기를 신문과 방송을 통해 알리며 최초로 없앰 △남북장기대국을 위한 최초의 4박 5일 북한방문, △(사)대한장기협회 출판사로 최초 장기교재 출간, △750만 해외동포들을 위한 최초의 장기 용품 (장기알, 장기판, 장기책) 보내기 운동을 전병헌 前 국회의원 (민주당 동작구 3선)의 도움으로 10년 △(주)한국체스게임 부설연구소 최초 신설 등이 그러하다. 어린 시절 ‘장기 신동’으로 통했던 김 소장의 장기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은 시간이 갈수록 더해갔다. 그의 수많은 장기분야의 최초 기록들은 장기에 대한 열정에 근거한 것이다.

장기 9단 김응술 소장이 없었다면 장기의 공식기록이란 없었을 것이다. 장기대국의 기록이 없다는 것은 공식 대국이 없었다는 뜻이다. 각종 우리의 놀이문화에는 수많은 인간문화재들이 있어서 기록이 있는데, 2000년 가까이 변치 않고 내려오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잘 만들어졌다는 우리의 민속 장기에는 아직도 단 1명의 장기 인간문화재가 없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80 평생을 오직 민속 장기의 발전을 위해서 한 몸 바친 김 소장은, 위의 열거한 내용만으로도 생존하고 있는 유일한 장기 인간문화재 감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1986년도부터 2018년까지 30년 넘게 (사)한국장기단체를 최초로 3번이나 설립했던 김 소장은, 영국 옥스퍼드대학 정치학 연수와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원에서 행정학 연수 시, 한국장기 미국본부 최초 설립, 프랑스와 영국, 알래스카에 외국 지부를 최초 설립, 중국에 최초의 지부를 설립하는 등, 한국 장기의 세계화를 위한 기반을 다져왔다. 또한, 장기에 관한 이론을 정립하고 대중화를 이루는 데에도 노력했다. 2009년에는 (사)한국장기협회의 명의인「장기기초교본」을 (사)한국장기 출판사에서 최초로 출간했다. 이는 민속 장기를 집대성한 결과물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장기발전의 교두보 역할을 했다. 

남북분단의 세월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우리 민속 장기다. 김 소장은 2007년에 남북 8도 도민 통일장기 준비를 위해 평양을 방문한 적도 있었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바둑을 부르주아 사상이라 해서 한때는 중단했던 북한에서 장기는 국기로 전 국민이 체육으로 즐기고 있다고 한다. 1985년도 IPU(국제의원연맹) 73차 총회 때, 아프리카 토코 수도 로메에서 행사가 끝난 후 숙소에서 한국 측 11대 국회의원 오세응 의원, 11대 임덕규 의원, 북측 대표 이정환 대의원이 남북분단 최초로 남북친선국회의원장기대국을 한 적이 있다. 이때 남북 국회의원 3명의 친선장기대국을 우연히 지켜본 소련 보스단장의 말처럼, 이 장면이야 말로 같은 민족, 같은 핏줄,  같은 동포들의 만남의 장이다. 만일 분단 후 처음으로 통일 준비 공식 남북 장기 8도 큰 행사를 치르게 되면 반드시 세계인들로부터 아낌없는 큰 박수를 받을 것이다. 

김 소장은 서울 시내 중·고교 10여 곳에서 장기특활반 강사로 활동하며 학생들에게 장기를 가르쳤다. 1995년에는 서울시 문예진흥기금을 후일 문화부 장관이 된 유인촌 위원장으로부터 지원받아 4년 동안 ‘서울시 학생장기대회’를 개최하여 250여 명에게 최초로 5천만 원을 장학금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전국에 공식대회가 한 곳도 없었던 시절에 KBS 3TV와 서울 중구청을 비롯한 전국 지자체 등, 30여 곳에서 장기대회를 최초로 신설하여 주관하며, 장기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등 다방면으로 장기 분야의 발전을 도모해왔다. 1988년부터 경북도청 후원으로 해마다 개최하고 있는 경북도민장기대회는 20년 넘게 지속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2018년 21회 대회는 3월 24일 경주시에서 개최됐다. 

두뇌를 개발하는 놀라운 장기의 효과
미국 피츠버그 대학에서 30년 넘게 아동심리학을 연구하고 있던 고영희 교수는 아주대 공대 취임 첫 논문으로 미국 피츠버그대학 고든 박사와 공동 개발한 "뇌기능분화 측정방법"을 적용해 김응술 9단이 소개한 양천구 목동 초등학교의 5~6학년생 2백 명을 테스트한 내용을 바탕으로 "장기 게임과 인지능력 관련"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바둑, 장기, 윷놀이, 널뛰기, 그네뛰기, 제기차기 중 과학적으로 증명된 두뇌계발 실험은 아직까지 장기놀이가 유일하다.

우뇌는 직관·순발과 예술적 능력과, 좌뇌는 언어 구사·계산·논리적 사고 등의 학습기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뇌가 개발되면 위기대처능력과 성인이 됐을 때 사회적응력이 높아진다. 즉, 좌뇌 외에 우뇌를 개발하면 전반적인 조화를 이뤄 사회적응력을 촉진한다. 테스트 결과 장기를 둘 줄 아는 어린이들의 우뇌가 더욱 개발돼있음을 확인했으며, 장기를 두고 있는 어린이의 뇌파검사에서 우뇌의 활성적 양상을 파악해냈다.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들이 장기를 배우게 되면 두뇌계발에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한편 개인주의가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아이들의 인성교육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장기에서 왕을 지키기 위해서는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 뛰어난 전략과 함께 희생과 봉사 정신도 중요하다. 장기판 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선택은 사람에 대한 예의,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이해와 배려, 승패를 떠나 대국에 임하는 자세를 반영하며 교육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KBS1TV에서 방송 하다가 중단된 민족혼이 담긴 장기 반드시 국민의 방송 KBS에서 다시 방송 하도록 노력 하겠다"
1800년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장기, 우리나라에는 약 1,200만 명의 장기동호인이 존재한다. 이처럼 많은 국민들이 장기를 사랑하고 있음에도 조선총독부 시절 일본에서 들어온 바둑에 의해 우리 전통 장기는 설 자리를 잃어버리고, 한때는 길거리 박보장기로 변해버렸다. 김 소장은 가장 우리 것인 장기가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으며 바둑과 같은 국고지원금이 장기에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김 소장의 꿈은 장기도 바둑기사들처럼 재단법인을 설립하여 우승상금으로 살아갈 수 있는 프로기사들이 나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장기와 바둑의 오랜 양극화가 없어지고 장기의 건전보급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훌륭한 문화유산인 장기가 국민스포츠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정부와 대기업의 협조가 절실히 필요하다. 바둑은 대만의 잉창치 라는 거부가 우승상금만 4억 5천만 원이란 고액의 상금을 내걸며, 우리나라에서는 삼성, LG가 우승상금을 3억으로 세계대회를 해마다 개최한 일을 계기로 급속히 발전한 바 있다. 한편 김 소장은 KBS에서 바둑 방송보다도 시청률이 높게 나왔으나 중단되었던 장기 방송이 다시 시작된다면 바둑처럼 후원자가 나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김 소장은 장기의 대중화를 위해 장기가 대한체육회의 정식 스포츠 종목으로 채택이 되기를 바란다는 마음도 전했다.

지원이 전무하다시피 한 장기를 위해 홀로 직접 발로 뛰며, 민족혼을 지키고자 노력해온 김응술 소장. 정대철 전 5선 국회의원(초대 장기협회 총재)은 “일생을 통해 한국장기의 우수함을 알리고 전한 김 소장과 같은 인물이 단 1명이라도 있었기에 우리 민족의 정서를 담은 장기가 명맥을 겨우 유지하며 공식 대국의 기록이 남아있을 수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1,200만 장기 동호인들은 KBS1TV에서 방영하다 이명박 정부에서 중단된 장기대국이 문재인 정부에서는 바둑대국과 같이 주 1회 방송하여 다시 볼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또한, 남북통일기원 민족장기대회를 해마다 남쪽(제주도)과 북쪽(모란봉)에서 번갈아가며 개최하여 다시는 이 땅에 6·25전쟁 같은 동족 간의 전쟁이 없기를 바란다.” 김 소장의 열정과 헌신이 장기도 바둑처럼 국민스포츠로 자리 잡도록 힘쓸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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