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위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우리색

이서윤 한복 디자이너/무용가

  • 입력 2018.04.04 12:08
  • 수정 2018.04.04 14:23
  • 기자명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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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 온 그대' 등 드라마에 나오는 한복을 만드는 디자이너이며, '2017 KBS 국악대상'에서는 ‘무용상’을 수상했다. 유명 한복 디자이너이자 뛰어난 무용가. ‘이서윤’이라는 사람을 한마디로 정의하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직접 만나본 그는 더욱 그랬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그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예술가’라는 생각이 든다. 

한복이 처한 현실 정확히 분석할 필요 있어
언제부턴가 관광지에서 한복을 입은 사람들의 모습이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한복’은 잘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서윤 디자이너는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건넸다. 한복은 우리 민족의 전통의상인데 어떤 한복들은 우리가 아는 한복과는 다소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러한 상황 때문에 신념으로 전통의 맥을 이어온 한복 디자이너들이 더 이상 한복을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한복은 정말 아름다운 옷입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한복은 힘든 상황입니다. 많이 보인다고 해서 무조건 ‘잘되는구나’가 아니라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하는 시각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가 바라보는 한복의 희망도 물론 존재한다. 전통의 세계화라는 분위기에 따라 각종 콜라보레이션 등 다양한 시도들이 활발한 시대다. 그는 “한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복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간이 온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전했다. 이서윤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한복은 평면적인 단순함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있는 옷이다. 자연적인 소재, 천연의 색상, ‘단순함의 미학’을 가진 한복은 부담스럽지 않아서 아름답다고 했다. 이 아름다운 한복을 살리기 위해서 그는 “먼저 한국인들이 신념을 가지고 끌고 나가야 하고, 그렇게 했을 때 외국에서도 인정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강조했다.

한복의 세계화를 위한 현실적인 아이디어들
이서윤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한복의 세계화는 어떤 모습일까? “그저 알리고 홍보하는 것은 일회성이죠. 보고 끝이에요. 외국에 매장을 두고 쇼윈도 등을 통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알릴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렇듯 현실적인 아이디어는 그가 얼마나 한복의 세계화를 위해 고민해왔는지, 얼마나 많은 시간 외국의 거리에서 한복을 생각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지속적으로 그 존재감에 노출되어 입고 싶다는 마음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일,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발굴된 디자이너가 그 후에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이서윤 디자이너의 관점이다. “계속해서 할 수 있는 기반, 무대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만 받아왔다고 생각했던 이서윤 디자이너 역시 지난 시간 끊임없이 고군분투해왔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또한, 그는 자신의 분야와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한복 디자이너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각종 방송을 통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여온 이서윤 디자이너는 한복 디자이너를 꿈꾸는 후배들의 롤모델이기도 하다. 한복을 만들어온 지 20년. 이서윤 디자이너는 자신이 직접 깨달은 소중한 사실들을 후배들에게 기꺼이 전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인내심’이다. 단기간에 무언가를 이루려는 조급한 마음은 결국 여러 가지 길을 전전하는 것으로 나타날 뿐이다. 
그는 말을 이었다. “예술은 아프고 외롭고 힘든 거예요.”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고 유명해지는 것은 ‘목숨과 바꿀 정도’로 치열하게 사는 삶의 결과라는 사실 역시 깨달아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이 일뿐 아니라, 다른 일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이서윤 디자이너가 강조하는 또 하나는 모든 예술을 두루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음식의 맛, 그 음식을 담은 그릇, 피어있는 꽃 한 송이까지를 온전히 즐기고 예술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는지를 물었더니 “부지런해야 합니다. 한복을 디자인한다고 해서 한복만 볼 것이 아니라 간접경험을 많이 해서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 중요해요.”라고 했다. “숲을 만들려면 좋은 나무만 있어서는 안 되죠. 자연의 순리라는 것이 있듯, 나쁜 것도 좋은 것도 공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멋진 대답은 한복 디자인의 세계에서뿐 아니라 인생 전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말이었다. 

전통무용의 맥을 잇는 문화 전도사
언젠가 TV에서 이서윤 디자이너의 ‘한량무’를 보며 우리의 춤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새삼 깨달았던 일이 기억이 난다. 그는 7세 때부터 한국무용을 접하고 국악 실력 또한 상당하다. 대학에서도 한국무용을 전공했다. 이쯤 되면 그가 재능이 정말 많다는 것이 실감 난다. “저렇게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역할을 하고 싶은 것이 꿈이에요. 문화적인 측면에서 미래의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는 한복을 통해, 무용을 통해 나누고 펼칠 수 있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고 있다. 이서윤 디자이너가 전하고 싶은 것은 바로 ‘문화’라고도 할 수 있다. 시련을 견디며 전통의 맥을 묵묵히 이어가는 그의 모습을 보니, 그 아름다운 열정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희망찬 삶을 향해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우리에게 주는 멋진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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