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발걸음을 통해 공룡을 만났다

김항묵 부산대학교 자연사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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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한반도, 특히 부산‧경남지역이 세계적인 공룡유적지로 알려지게 된 데에는 부산대학교 자연사 명예교수인 김항묵 명예교수의 공이 크다. 국내 최초로 공룡화석을 발견한 김항묵 명예교수는 지질학, 공룡학을 비롯하여 자연사학, 자연철학 등 광범위한 학문을 아우르는 뛰어난 연구자로 알려져 있다. 캠브리지대학에서 뽑은 국제 지성인 74인록(1985)에 등재, 한국 과학지 33인록에도 선정되는 등 이 시대의 지성인으로 큰 존경을 받는 김항묵 명예교수를 만났다.

공룡유적보존의 법칙 정립
김 명예교수는 국내 최초로 공룡화석을 발견한 사람이다. 경북대 지질학과를 수석으로 졸업 후 서울대에서 제1호 국내 지층학 분야 박사가 됐다. 1973년 박사논문 부논문 준비로 고향에 내려와 있을 무렵, 경북 의성군 금성면 탑리 봉황재 산복도로에서 뼈 하나를 발견했다. “은사님께 보여드렸는데, 놀랍게도 공룡 뼈 같다고 하셨습니다. 대형공룡 용각류의 상박골(앞다리뼈)이었습니다. 당시 국내에서는 공룡연구자가 없었어요. 저보고 해보라고 권유하셨지요. 그렇게 공룡연구를 시작했습니다.” 1976년 부산대 교수로 부임한 이후 경남 함안군 여항면 양촌마을 뒷산의 공룡 발자국 화석 등 공룡유적 화석 8,000개를 발굴·발견했다. 덕분에 부산‧경남지역은 세계적인 공룡유적지로 알려지게 됐다.

김 명예교수가 정립한 ‘공룡유적보존의 법칙’은 공룡이 서식하던 퇴적분지에는 공룡이 이주하지 않은 한 전퇴적층을 통하여 공룡유적이 보존돼있다는 내용이다. 국내 각 학회와 예일대학에 이 같은 사실을 발표하자 학계의 관심은 상당했다. “전 대륙에 걸쳐 공룡 유적이 발견되는 것을 보면 공룡유적보존의 법칙이 전 세계에 적용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공룡유적보존의 법칙은 전 세계에 적용되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그 의의가 매우 큽니다.”

현대인을 위한 자연철학의 재구성
그는 공자와 노자 등 자연주의 철학을 접하며 자연철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노자의 자연사상을 연구하다 보니 봉건적인 부분들이 현대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자의 자연사상을 현대에 맞게 다시 구성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김 명예교수는 노자의 사상을 기반으로 한 현대판 <자연별곡>을 집필했다. 그는 “자연과학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자연철학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김 명예교수는 영도에서 발견한 옛 석호에 관해서도 관심을 놓치지 않았다. 낙동강 하구가 지금과 같이 퇴적되기 이전에는 수십 개의 석호가 발달해 있었다고 한다. 낙동강 하구를 석호를 바탕으로 개발하면 베니스와 같은 물의 도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석호를 복원하기 위한 연구에 몰두했고, 그 결과 복원공법발명특허(2012년)을 받는 성과를 올렸다.

그는 “한국 최초의 공룡화석으로 인정을 받았을 때, 그리고 석호의 개발방안을 찾아 발명 특허를 받았을 때 매우 보람을 느꼈습니다”라고 했다. 김 명예교수는 그 외에도 밀양얼음골의 원인, 설악산 빙하길, 만어산 성인을 밝혀내는 등 자연사학 분야의 발전을 이끌었다. 다양한 학문을 연구해 온 김 명예교수의 지식과 연구 결과들은 40여 년간 강단에 서며 제자들에게 전해졌다. 김항묵 명예교수가 전한 것은 풍부한 학식뿐 아니라 연구를 향한 아름다운 열정이었다. 그 열정이 계속해서 이어지며, 앞으로도 우리 사회를 밝게 비춰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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