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폐지보다 일반고 창의혁신이 교육-유연안정성의 길

[고리들 작가의 미래시민칼럼 5] _ <인공지능과 미래인문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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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정권의 선행학습 금지법을 뇌과학적으로 반박하는 칼럼 3편을 썼다. 최근 자사고 폐지 논란을 보면서 이런 조치는 지난 정부의 블랙리스트 상황과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정부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라간 사람들이 활동면에서는 더 창의적이었다. 지금은 자사고가 더 창의적 교육을 하고 있다. 이쯤 되면 우리 한국은 문화부와 교육부 장관의 직선제가 필요하다. 그래야 교육-유연안정성(Edu-Flexicurity)이 생길 것이다. 정부로부터 독립적 안정성을 갖고서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는 유연성에 다양성을 포용해야 우리의 교육문화가 4차 산업혁명기에 알파고를 상대할 일반고 학생을 배출할 수 있다. 개성과 다양성을 키워주면 차별로 보이던 것들이 긍정적 차이였음을 알게 된다. 선행학습 금지와 자사고 폐지는 정계와 교육계가 그간의 무능함을 차별을 없앤다는 명분으로 국민을 오도하려 하는 짓이다. 

모든 지식의 속성은 리좀(Rhizome:그물망처럼 얽힘)의 특성과 프랙탈(fractal:더 미세한 잔가지가 계속됨)의 속성이 있으며 각각의 사람마다 앞으로 선행하는 지식과 속으로 파고드는 깊이가 다르다. 그래서 선행학습 금지법도 자사고 폐지도 지식의 속성과 두뇌의 속성에 맞지 않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선행지식이 과목별로 다르다. 그래서 무학년제로 더 쉽거나 더 어려운 교실을 스스로 찾아다니는 것이 가장 적절한 선행지식 습득 방법이다. 일반고의 아이들의 두뇌를 신나게 하는 혁신으로 자사고를 비웃는 성과를 낼 수 있다. 신나는 공부는 원래 리좀(Rhizome)과 프랙탈(fractal) 구조의 지식망 속에서 마음껏 방랑을 할 때 생기는 것이다.

필자는 중고등학교에서 진도에 뒤처지는 학생이 학교 수업에 적응을 못 하면서 무기력한 꼴찌가 되어가는 과정을 직접 겪으며 방황했었다. 결국 무단결석으로 고교에서 퇴학을 당한 후 자퇴로 처리해야 했고 그 과정을 <서울대 공부법>이란 책에 썼다. 학교에서 자기만의 선행지식을 만나는 맞춤교육이 없으면 너무 쉽거나 너무 어려운 지식이 주어지는 상황이 다수에게 주어진다. 그리고 아이들의 두뇌는 지루함이나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런 환경에서는 두뇌가 다른 곳에서 자존감과 효능감을 대신 느끼려 하기 때문에 게임중독에 빠지는 아이들이 늘어나며 또래문화에서 권위적 유능감을 느끼려는 폭력과 왕따 문제가 더 생길 수 있다. 아이들은 지루함이란 게 뭔가 준비하는 상황이 아니며 평생의 건강에 나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말썽이든 뭐든 지루함을 대체할 거리를 찾는다. 한국의 아이들에게는 개별성을 더 인정하는 일반고 혁신이 우선이다. 일반고가 혁신하면 자사고나 특목고는 더 분발하면서 상향식 수월다양성이 촉발될 것이다. 하향식 차별금지 평준화는 한국의 창의적 두뇌들을 알파고의 제물로 바치는 일이다. 

창조적 혁신가를 연구한 심리학자 ‘아이젠슈타트’는 왜 자사고 폐지보다는 일반고 혁신이 더 우선인지 증명했다. 그는 가난한 집의 우수한 아이들이 왜 더 혁신적인 인재가 되는지를 연구했다. 혁신가 699명을 보니 놀랍게도 그들에게 나타나는 혁신의 공통적 저력이 불우한 가정과 조실부모였다. 부유층 자녀가 자사고에 갈 확률이 높으니 창조적 혁신가들은 일반고에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비교적 가난한 환경에서는 아이들이 맞벌이로 바쁜 부모로부터 보다 덜 관리 받는 동안 자기결정적이고 자기주도적인 선택의 경험들을 하는데 이 경험이 혁신력의 근본이 된다. 이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과 관련된 현상인데 배고픔 중에 먹는 음식과 자기결정성은 도파민 회로를 강화시킨다. 그래서 도파민이 만드는 저돌적 추진력은 가난한 집에서 자란 아이들이 더 강하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부모의 일을 돕는 노동을 했기에 인내심도 더 강하다. 이들은 중산층 이상의 모범적 부모가 없었기에 비합리성과 비친화성을 간직하고 자라다가 그 두 속성이 리스크를 감수하는 무모한 용기와 혁신의 씨앗이 된다. 자기결정적 환경은 예측능력도 강화시킨다. 하지만 이들은 일반고의 다양한 역동성의 부재로 잠재력을 펼칠 기회를 잡기가 어렵다. 

반면, 어렸을 때 천재 소리를 듣다가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게 성장한 사람들을 연구한 심리학자 ‘딘 사이먼턴’은 그 이유가 혁신에 이르기에는 너무 전통에 순응했던, 부자일 가능성이 높은 모범적인 가정의 경험 때문에 상상력이 줄어들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부유층 자녀들이 고등학교에서 우수할 가능성이 많지만 그들이 꾸준히 국가의 창의성을 높인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공교육 혁신은 일반고의 발 빠른 창의혁신이 최우선이다. 서울대 김세직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부유층 자녀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자리를 선점하면 진짜 창의적 인재가 자리 잡지 못하면서 국가적 잠재력 낭비가 생기고 이어서 부익부 빈익빈과 저성장의 원인이 된다고 했다. 차별을 금지하는 방식의 자사고 폐지는 오히려 사교육비가 많은 아이들이 창의적 인재라는 가면이나 환상을 만들게 된다. 근본적 해법이 아니다. 지금 공교육 현실의 긍정적 해결책은 창조적 혁신가의 잠재력이 더 큰 서민층 빈민층 자녀들이 더 많이 진학하는 일반고에 자사고를 압도하는 다양성+수월성 교육으로 대다수의 두뇌들이 무기력과 좌절에 빠지지 않고 개성 발휘로 시작한 특별함에 이르게 하는 혁신이다. ‘선행학습 금지법’과 유사한 조치인 자사고 폐지가 아니라 일반고에 ‘개별 맞춤교육 제공법’을 만들어야 가슴 따듯한 창조경제를 이끌어갈 혁신가인 개천의 용들이 나온다. 가난을 경험한 사람이 지도자로 성장을 해야 더 따듯한 창의성으로 모든 양극화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   

교육과 두뇌를 분리할 수 없다면 교육은 두뇌의 본능을 따라서 제도화 되고 적용되어야 한다. 어느 선진국의 수학 수업은 다양한 난이도의 문제를 학생이 골라서 풀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무학년제의 개별 수준 맞춤식 교육이 훨씬 더 인간적이며 뇌과학적이다. 일반고는 중학교와의 통합으로 난이도와 교실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바란다. 온라인 수업까지 도입하여 개별 수준을 맞추어주기 바란다. 학교와 사회의 연계로 사회 진출을 적극 돕기 바란다. 오히려 일반고 학생들이 대학입시에서 혜택을 볼 제도를 마련하기 바란다. 일반고 문예체 교육의 고급화, 교실이동제, 학점제, 거꾸로 교실, PBL 과정 등이 도입되면 일반고는 자사고 특목고와 웃으며 경쟁할 수 있으며 우리 사회에는 따듯한 개천의 용들이 더 많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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