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으로 생긴 2030 중거리연애

[대학생 칼럼]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중거리 연애, 가끔 만나고 평소에는 SNS로…

  • 입력 2017.06.21 09:21
  • 수정 2017.06.21 16:01
  • 기자명 박혜리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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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사이에도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이른바 ‘중거리 연애’를 지향하는 2030 세대가 늘고 있다. 사랑은 하고 싶지만 취업난·경제난 탓에 데이트에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게 부담이고, 혹시 연인과 헤어질 경우 정신적으로 크게 고통받는 것도 싫기 때문에 상대에게 ‘올인’하지 않는다. 중거리 연애족들은 평소에는 SNS 등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고 실제 만남은 2∼3주에 한 번으로 최소화한다.

통계청은 취업준비자가 사상 처음으로 70만 명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이어 지난달 기준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준비자는 73만 5천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증가해 2003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취업준비자가 늘어난 것은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진데다 고용 사정이 악화되면서 구직 활동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취업준비자 중 공시생이 특히 늘어났다. 청년 취업이 어려워지고 또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지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고시를 통해서 직장의 안정성을 더 높인다든지 자신의 학력을 높이는데 시간을 투자한다.

이처럼 취업준비 기간이 길어지고, 취업난에 허덕이다 보니 중거리 연애족이 자연스레 늘고 있다. 취업준비생(취준생) 박모(여·23) 씨는 2015년 11월부터 함께 공부를 하던 남성과 사귀기 시작했다. 박 씨는 “학교에서 만나 사귀게 됐지만, 졸업 후 3주에 한 번씩만 만나고 있다”라며 “데이트를 하면 돈과 시간이 들기 때문에 평소에는 SNS로만 연락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연애를 포기하자니 청춘이 아깝고, 연애에 집중하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아 결국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연애를 지속하는 게 좋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중거리 연애 트렌드가 취준생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간호사 엄모(27) 씨와 동갑내기 남자친구 둘 다 서울에 살지만 서로 합의해 2~3주에 한 번씩 만난다. 엄 씨는 “3교대로 일을 하는 직업이라 시간을 맞추어 데이트하기에 부담스럽다”라며 “결혼 생각이 없어 연애에 깊게 빠져드는 편이 아니고, 퇴근 후에는 혼자만의 휴식을 즐기는 것이 좋아서 적당한 간격을 두고 남자친구와 만난다”고 말했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고슴도치 딜레마’로 설명한다. 친밀하기를 원하면서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 욕구가 공존하는 모순적 상태를 뜻하는 말. 추운 날씨에 온기를 나누려고 모여들지만, 날카로운 가시 때문에 서로 상처를 입지 않으려면 거리를 두어야 하는 고슴도치들의 모습에 인간 심리를 빗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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