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칼럼] LA TOMATINA! 라 토마티나!

스페인에서 경험할 수 있는 토마토 전쟁

  • 입력 2017.05.31 07:33
  • 수정 2017.05.31 17:22
  • 기자명 장아연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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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한국관광공사
사진출처=한국관광공사

저 멀리서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사람은 바로 훌리오(Julio). 내 귓가로 무언의 신호를 알리는 대포 소리가 들려오는 그 때, 그의 손에 들린 동그란 물체가 빛을 받아 번쩍인다. 눈이 부셔서 햇빛을 가린 손가락 사이로 스며들어오는 불그스름한 다홍 빛깔. 그가 나를 향해 던진 것이 얼굴로 날아오는 것 같다. 찰나를 피하지 못하고 붉은 물체의 단단한 껍질과 물컹물컹한 속의 모순된 촉감을 맛본 순간!!! 이것은 토마토!!! 뜨거운 열기와 전 세계 각국 사람들의 함성소리가 가득한 이곳은 스페인의 토마토 축제 현장! ‘LA TOMATINA!’

토마토 던지기가 세계적인 축제가 되기까지
스페인 동부 발렌시아 지방의 작은 마을인 부뇰(Buñol)에서 매년 8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LA TOMATINA’ 축제가 열린다. 축제 분위기는 아침부터 청년들이 푸에블로 광장으로 모여들어 술을 마시면서 고조되는데, 11시가 되면 기름을 바른 굵은 기둥에 매달려 있는 햄을 따야만 토마토 축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얼마쯤 시간이 흐른 뒤 대포 소리가 울리고 나서 정오 12시가 되면 10여 대의 덤프트럭이 광장에 12만 kg이 넘는 토마토를 쏟아붓는다. 기다리고 있던 약 4만 명의 축제 참가자들은 약 2시간 동안 서로 닥치는 대로 녹초가 될 때까지 토마토를 사정없이 집어던지는데, 이때 토마토만 던져야 하고 던지기 전에는 찌그러뜨려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 축제가 끝나고 소방차가 와서 청소를 하면 토마토 속에 포함되어 있던 산(酸)의 영향으로 도시가 깨끗해진다고 한다. 축제에서는 음악공연, 불꽃놀이, 음식축제, 거리파티 등 다양한 볼거리들이 1주일 동안 펼쳐진다.

한편 프랑코 시대(Francoist Spain, 1936~1975)에는 이 축제가 정치적ㆍ종교적으로 확장되는 것을 막고자 라 토마티나를 금지해 중단되기도 했다. 프랑코가 사망한 이후인 1970년대에 다시 부활되었고, 1980년부터 부뇰시 자치회가 축제를 주관했다.

토마토축제가 시작된 초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경찰에 붙잡혀 가기도 했다. 토마토 던지기로 인해 거리가 난장판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뇰 시의회는 이러한 소동을 단순히 마을 청년들의 일탈로 보지 않고 곧 마을의 문화로 수용하여 'LA TOMATINA'는 스페인 공식 축제를 넘어 세계적인 축제가 되었다. 지금은 종교적ㆍ정치적 의미 없는 순수한 축제로 자리 잡았으며,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져 매해 라 토마티나를 구경하기 위해 수만 명의 관광객이 스페인의 부뇰을 찾고 있다.

왜 발렌시아지방 사람들은 오렌지가 아닌 토마토를 던지기 시작했을까?
‘발렌시아’ 하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큼한 오렌지를 떠올릴 것이다. 지중해 연안에 자리 잡고 있는 유럽 국가에서는 오렌지와 포도가 특산품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스페인에서는 오렌지 축제가 아닌 토마토 축제를 시작한 것일까? 이러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는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40년대 중반 시작된 라 토마티나는 1957년 부뇰 시의회에서 공식적인 지역 축제로 승인되었다. 이 축제의 유래는 토마토 값의 폭락으로 화가 난 농부들이 시의원에게 토마토를 던진 데서 유래했다는 설, 청년들이 싸움을 하던 도중 근처 청과물 시장에 있던 토마토를 던진 데서 유래했다는 설, 프란시스코 프랑코 시대 때 프랑코의 독재에 저항하기 위해 시민들이 토마토를 던진 데서 유래했다는 설 등 수많은 설들이 전해진다.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지만 가장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것은 1945년 부뇰 푸에블로 광장에서 열린 ‘거인과 큰 머리’라는 민속축제에 관한 일화이다. 스페인 축제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퍼레이드 인데 여느 때처럼 인형들이 예쁘게 꾸며져 행렬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청소년들이 노점에 진열되어 있던 채소를 던지며 싸움을 벌이게 되었다. 이를 시작으로 다음 해인 1946년 8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다시 싸움이 벌어졌다. 청소년들은 전 연도에 경찰이 노점상에게 배상을 요구했던 것을 대비하여 집안에 있던 토마토를 들고 나와 던지기 시작했는데 이후로 몇 년 동안 해마다 8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토마토를 던지며 노는 유행이 축제로 이어진 것이다.

주목하라! LA TOMATINA 제대로 즐기는 방법!

① 한 번 입고 버릴 수 있는 옷을 입자

이 축제의 암묵적인 드레스코드는 화이트이다. 토마토의 붉은 잘 베이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토마토의 붉은빛이 잘 빠지지 않고 옷이 마르면서 나는 냄새는 몹시 고약하므로 한 번 입고 버려도 되는 옷을 준비하자.

② 짐은 최소화~

짐은 숙소에 두거나 맡길 수 있지만 축제 후 간단히 요깃거리 할 여분의 돈과 사진촬영을 위한 핸드폰을 넣을 수 있는 방수 팩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또한 방수 팩이 튼튼한지 물이 새지는 않는지 미리미리 점검하자!

③ 일행과 축제 후 만날 장소를 정해두자

워낙 많은 인원이 참가하는 축제이다 보니 인파 속에 섞여 토마토를 던지다가 일행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토마토 묻은 손으로 핸드폰을 사용하기도 힘드니 축제 후 만날 장소를 사전에 정하는 것이 좋다.

④ 마을 주민들이 곳곳에서 뿌려주는 물로 씻자

축제가 끝난 후 샤워시설을 찾기보다 마을 곳곳에서 주민들이 뿌려주는 물로 씻는 것이 훨씬 빠르게 씻을 수 있다.

⑤ 으깬 토마토를 던지자

물렁한 토마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딱딱한 토마토를 맞게 되면 부상의 위험이 있다. 모두 함께 안전한 축제를 위해,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토마토를 으깨자.

⑥ 토마토만 던지자

신나는 축제에서 흥분하다 보면 눈에 보이는 대로 던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수많은 인원이 엉켜있는 축제에서 아무거나 막 던지다가 누군가 다치면 응급조치가 어려울 수 있다.

⑦ 토마토트럭이 지나갈 수 있게 길을 만들어 주자

토마토를 실은 트럭이 생각보다 매우 크다. 많은 이들이 길 만들어주기에 동참하지 않으면 트럭이 지나갈 수 없다. 함께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솔선수범하여 길을 만들어 주자.

⑧ 토마토 던지기를 끝내는 신호가 나올 경우 : 동작 그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과 더불어 나의 안전을 위해 정해진 신호를 잘 지키자.

스페인에 가지 않아도 LA TOMATINA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스페인의 토마토 축제가 유명해지고 매스컴을 타면서 다른 나라에서도 이와 유사한 축제를 벌이기 시작했다. 콜롬비아의 ‘수타마르찬’, 코스타리카의 ‘산 호세 데 트로야스’, 중국 ‘광둥 둥관’, 미국 네바다 주의 ‘르노’, 인도 카르나타카 주 ‘방갈로르∙마이소스’ 등이 ‘라 토마티나’의 영향을 받은 것들이다. 앞서 서술한 나라들뿐 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토마토 축제가 열리고 있다. 2003년 강원도 화천에서 열린 것을 시작으로 2015년부터는 경상북도 달성군이 스페인 부뇰시와 협약을 맺고 토마토 축제를 개최한다.

2017년 5월 20일부터 21일까지 대구 달성군 유기면 국립대구과학관 옆 문화체육시설 부지에서 ‘2017 달성 토마토 축제’가 열렸다. 올해로 3회 째를 맞아 80톤의 토마토를 맛보는 동시에 토마토를 이용한 재밌는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스페인처럼 붉은색 토마토가 가득 쌓인 풀장에서 ‘토마토 던지기 싸움’이 가능하고 뿐만 아니라 ‘토마토 빨리 먹기’, ‘토마토 페인팅’, ‘토마토 더미 속에서 금반지 찾기’ 등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한편, 축제에 사용되는 토마토들은 상품성이 없는 토마토로 축제가 끝나면 전량 퇴비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상북도 달성군의 ‘RED 페스티벌 달성 토마토축제’는 2015년부터 영남권에서 상생과 경제축제로서의 모범사례를 보였으며 지역 특산품인 토마토를 통해 10억 원의 경제장출 효과를 누렸다. 뿐만 아니라 스페인 부뇰시의 ‘LA TOMATINA(라 토마티나)’ 축제와 업무협약을 맺고 세계적인 규모로 발전시켜나가기 위한 발돋움을 모색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마땅히 스페인에서 토마토 축제를 즐길 여유가 없다면 우리나라에서 매년 열리는 ‘달성 토마토 축제’에 참여해보자! 스페인의 뜨거운 열기를! 그 함성을! 촉촉하면서 단단한 토마토의 감촉을! 한국에서도 맛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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