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칼럼] 중도장애인이 '세금 내는 시민'이 되는 세상을 꿈꾸다

나사렛대학교 재활학 박종균 박사

  • 입력 2017.04.15 01:12
  • 수정 2017.04.15 16:47
  • 기자명 장한서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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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에서 산업체 근로자로 열심히 일을 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가정을 꾸렸던 사내가 있었다. 그런 그에게 사고는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1991년, 26살이라는 젊은 나이였던 그는 근무 중에 막장이 무너지는 사고를 당했고 척수 손상으로 인해 하반신을 쓸 수 없게 됐다. 자살까지 시도하는 등 오랜 방황을 했던 그는 어느 날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어머니를 생각하며 ‘삶의 의미’를 다시 찾았고 새 삶을 시작했다. 바로 자신과 같은 척수장애인을 비롯한 중도장애인들을 위해 고민하고 공부하며 그들이 건강한 이웃으로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드는 삶이다. 2014년에 나사렛대에서 ‘척수 장애인의 사회복귀를 위한 한국형 전환재활 시스템(TRS) 모형 개발’이라는 제목의 학위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나사렛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그, 바로 나사렛 대학교 박종균 박사의 이야기이다.

‘치료’ 위주의 우리나라, 장애 이후의 삶을 알려줄
진정한 ‘재활’ 서비스가 필요하다.

“스웨덴이나 뉴질랜드 같은 선진국들은 하지마비 척수장애인의 경우 평균 입원 기간이 3개월이고 그 후에 바로 사회 복귀를 하는데, 우리나라 척수장애인들의 평균 입원 기간은 30개월이나 되요, 그 차이는 우리나라에 심리 재활, 일상생활 및 직업 복귀까지를 위한 진정한 ‘재활’ 시스템이 부재하기 때문입니다. 그 어느 누구도 장애 이후의 삶을 알려주지를 않으니 갑작스러운 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되는 사람들은 장애수용을 하지 못해서 병원을 옮겨 다니며 희망고문 할 수 밖에 없어요, 그런 그들을 ‘재활난민’이라고 부릅니다, 사실 이미 치료는 끝났으니 빨리 장애를 받아들여 그 이후의 삶을 준비해야 하는데 말이죠. 매년 약 2000명의 척수장애인이 발생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현상은 매우 심각한 것입니다”

척수 장애인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여러 해외 선진국들의 척수장애인 재활시스템을 보고 느끼고 배우고 온 박종균 박사는 현 우리나라 척수장애인을 비롯한 중도장애인에 대한 재활체계의 부재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치료를 끝낸 척수장애인들은 장애발생 이후 장애 이전과 다른 삶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삶을 준비하여야 하는데 현 의료중심체계에서는 그러지 못하기 때문이다. 박종균 박사는 현 우리나라의 문제를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중도장애인의 삶을 대하는 것에 있어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요. 그들을 단지 복지의 대상, 치료의 대상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의료계에서는 치료의 대상으로, 사회복지영역에서는 단지 복지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지요, 하지만 치료가 끝난 중도장애인은 당연히 환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직업을 가지고 세금을 내며 복지의 대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도장애인에게 치료대상 이상으로 그리고 복지의 대상 이상으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무엇인가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재활’ 시스템입니다.”

‘다학제간 팀별 접근‘ 재활 시스템이 필요하다.
박종균 박사는 재활 시스템으로 ‘다학제간 팀별 접근’을 강조 했다. 바로 모든 영역에서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후유장애가 예상되는 환자가 발생되었다면 의사를 비롯해 재활심리전문가, 일상재활전문가, 물리치료, 작업치료, 재활간호, 직업재활전문가, 주거환경, 사후관리까지 여러 영역에서 수평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재활심리전문가는 중도장애인이 적절한 시기에 장애수용을 할 수 있고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게, 일상생활전문가는 달라진 신체를 중도장애인이 잘 적응하여 일상생활을 잘 할 수 있게 함께 훈련하고, 직업재활전문가는 중도장애인의 원직장 복귀 및 직업 생활을 위한 재활을 하여 중도장애인의 진정한 사회복귀를 돕는 시스템인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주거환경 그리고 지속적인 사후관리까지 이루어져야 한다고 한다. 박종균 박사는 재활 시스템을 설명하면서 재활 시스템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사실 중도장애인들의 희망고문과 함께 과도한 의료비용, 직업을 잃고 경제력을 잃게 되어 중도장애인들이 복지의 대상이 될 경우 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게 됩니다. 기초생활수급지원을 받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런 중도장애인들에게 재활시스템을 통해 직업을 갖고 일을 하여 복지의 대상에서 벗어나 중도장애인들이 ‘세금을 내는 시민‘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결국엔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여러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러한 재활시스템은 단순히 현재 중도장애인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지금은 비장애인이지만 앞으로 장애를 가질 수도 있는 현재의 비장애인들, 그 비장애인들을 위해서 재활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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