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을 넘어 화합으로”

이기수 대한중재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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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자이자 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인 이기수 전 고려대학교 총장은, 2011년 2월 정년퇴임하면서 총장직에서도 물러나며 남은 생을 대한민국의 가치를 제고하는데 힘쓰겠노라며 소회를 밝힌 바 있다.

그는 2017년 현재, 종심(從心)을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20대 못지않은 열정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지난 1월 6일 오크우드호텔에서 개최된 대한중재인협회 정기총회에서 많은 회원 분들의 추대를 받아 제10대 신임협회장으로 선출된 그는, “우리 사회에 내재된 갈등과 대립이 심화된 가운데, 역대 회장님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대한중재인협회가 국내ㆍ국제 중재와 우리사회의 갈등을 해소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해 나갈 수 있도록 혼신의 열정을 다하겠습니다”라며 힘이 넘치는 연설로 대한중재인협회의 앞날을 밝혔다.

대한중재인협회 : 갈등을 넘어 화합의 대한민국으로 가는 첫 걸음
대한중재인협회는 사회적 화해정신을 구현하고 사회 공익과 국민 편익 도모를 목표로 만들어진 국내 유일한 중재인협회로, 1996년 법조계와 학계 실업계 등 같은 뜻을 지닌, 사회 지도자들이 힘을 모아 만들어진 단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급격한 산업발전 속에서 성장 우선 주위 정책으로, 사회에서 발생된 여러 갈등과 대립 등을 등한시 해왔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과도성장이 꺼지자, 여태껏 감춰졌던 여러 문제들이 한꺼번에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으며,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사회적 갈등과 분쟁을 일으키는 요인이 됐다. 대한중재인협회는 우리 사회의 곯은 상처를 보듬고, 법적 소송과 분쟁이 아닌 배려와 양보의 미덕을 다시 한 번 우리 사회 속에 뿌리 깊숙이 정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전문가그룹의 사단법인이다.

이 협회장 역시 이번 중재인협회장 당선 소감에서 “대한민국은 20세기 광복과 민족분단이라는 격동의 근현대사를 거치며, 21세기에 이른 지금 세계 10대 강국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이러한 경이로운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 내재한 갈등과 대립은 점차 심화되고 있습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갈등과 대립을 해결하는 방안을 찾지 못한다는 점입니다.”라며, 하나 된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중재인협회의 역할’과 ‘중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급속히 변화하는 국제 사회에서 각종 법과 규제가 따라올 수 없는 분쟁의 수가 증가되고 있으며, 따라서 치열한 법적공방보다는 당장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더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무역 및 상거래에 관련한 소송 중 95%가 공판이 시작되기 전 갈무리 되고 있으며, 이웃나라인 일본 역시 전체 민사소송 사건 중 3분의 2가 ‘중재 등의 대체적 분쟁해결수단(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 ADR)’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아직도 대부분의 분쟁이 법원의 판결을 걸쳐 해결되고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 국민 8명 중 1명이 법적 송사 중이라고 발표할 만큼, 우리 국민들은 소송의 홍수 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대해 이 협회장은 “법적 소송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오히려 법적 공방 속에서 갈등을 심화시킬 우려가 크며, 소송을 준비하기 위해 일반 서민의 경우 소송 준비로 인해 생업을 포기할 만큼 지나친 사회적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습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 협회장은 “갈등은 낭비이고 국력소모이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갉아먹고 행복추구권(헌법 제10조)을 짓밟는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여러 경제연구가들에 따르면, ‘사람들 간의 신뢰도’가 높은 사회일수록 여러 가지 사회적 비용 절감과 함께 더 강한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 역시 경제용어에 빗대어 ‘소송’은 마치 ‘제로섬 게임’과 같다며, 과도하게 책정된 변호사 비용, 그에 따른 시간적 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우리 사회 잠재력의 낭비임을 지적했다. 이어 그는 소송이 아닌 중재로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윈-윈 게임(WIN-WIN GAME)’으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라고 역설했다.

중재에 대한 인식의 전환, 국가 번영의 또 다른 길
“이미 지구촌은 국경 없는 시장이 되었고, 이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다양한 물품과 서비스를 두고 국제교역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층적인 당사자 간에 갈등이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국제 중재는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 중재에서 우리 회원들이 세계 속 국가위상에 맞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국제중재가 중요합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인터넷쇼핑몰 등 발달로, 기업뿐 아니라 해외에서 물품을 구입하고 파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더불어 세계의 모든 소식은 실시간으로 중개되며 제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면서, 다시 한번 더  ‘지구촌’이라는 뜻을 실감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빠른 변화에도 불구하고, 사람과 사람, 기업과 기업, 심지어 국가와 국가 간에 발생하는 여러 분쟁 요소를 해결할 수 있을 만큼, 아직까지 국제적인 규제가 형성돼 있지 못한 추세다. 따라서 이러한 분쟁을 조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국제 중재인’의 역할이 여느 때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실정이다. 현재 미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은 국제 사회에 걸맞은 국제중재인 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협회장 또한 “우리나라를 둘러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동북아지역 경제대국들이 지금, 국제 사회의 변화에 발맞춰 국제적인 중재 시스템을 갖추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역시 이에 대응하여 ‘중재 역할’에 대한 제고가 필요할 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중재 전문가들이 성장할 수 있는 국내 토대가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 시작이 바로 ‘중재’에 대한 국내 인식의 전환에 있다고 봅니다.”

앞선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과 일본에 비교해서, ‘소송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현재 대한민국은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법원의 판결’에만 너무 치우쳐 있다. 충분히 대화와 타협으로 풀 수 있는 미비한 일조차, ‘중재’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결국 법원을 찾는 경우가 상당하다. 그는 과도한 사회적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인식개선 제고를 통한 중재제도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 협회장은 “대한민국은 동북아 지역의 중심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를 잇는 아시아 중재제도의 허브로 성장할 잠재력이 다분합니다. 이를 위해 저와 대한중재인협회는 앞으로 국제적 중재기관들과 더욱 긴밀한 협력을 구하는 한편,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 육성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국제 세미나를 통하여 국제적 기회를 제공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며 희망 가득 찬 청사진을 제시했다.

중재인 :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인재로서의 성장 필요
현재 대한중재인협회는 변호사, 변리사, 공인회계사, 대기업 임원, 교수 등 각 분야 2,400여명이 넘는 회원 수를 확보하고 있다. 소속된 회원들은 건설, 회사, 상거래, 공정거래, 국제 거래 등 단독 중재 및 합의 중재 방법을 통해 분쟁 당사자들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중재인 선정 또한 분쟁당사자가 상호 합의를 통해 결정되기 때문에 그 만족도도 높다. 게다가 두 당사자 간 협의된 중재판정은 대법원의 최종심의 효력을 지니기 때문에 이미 신뢰성과 공정성까지 갖춘 상태다, 이점에 대해 그는 “중재제도를 통한 중재판정은 효율적인 측면에서 볼 때나, 그 효력에서 볼 때나 여러모로 재판정의 판결보다 우수한 분쟁해결 절차임이 틀림없습니다.”며 그 우수성을 설파했다.

현재 대한중재인협회는 크게 ▲ 법조인 ▲ 회사 경영진 ▲ 학계 ▲ 공공기관으로 네 전문가 그룹으로 나눠져 그 분쟁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 협회장은 앞으로 더 많은 사회적 수요를 전망해 볼 때, 지금보다 더 세분화된 전문 지식을 갖춘 인재풀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대한민국이 아시아 중재제도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미래 인재가 많이 양성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협회장은 법과대학 및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서 지낸 수십 년간 경험을 바탕으로, 법조인을 꿈꾸는 후배 세대들이, 법률적 원칙에만 매진하기 보다는 더 많은 국제적 경험을 쌓기를 당부했다. 더불어 협회를 기획, 총무, 섭외, 회원, 국제, 연구, 홍보 등 더욱 직무를 세분화하여, 전문성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아시아ㆍ태평양포럼, 아프리카를 포함한 EU포럼, 남미ㆍ북미를 포함한 국제포럼 등을 신설해 국제 교류도 더욱 활발히 진행하는 한편 회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신임중재인 교육, 국내ㆍ국제 세미나 개최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 중이라며 희망찬 메시지로 취재를 갈무리 했다.

한편, 이기수 협회장은 2월 27일 프레스센터에서 정관개정과 임원개선 등 임시총회,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중재제도 활성화 방안⌟에 관한 세미나 그리고 협회장 당선 축하 만찬모임으로 본격적인 대한중재인협회장으로서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지난 1월 회원 분들의 뜨거운 응원과 찬사처럼 앞으로 이 협회장의 행보에 희망이 가득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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