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적인 믿음이 나를 '공부'하게 이끌어

김은희 동아대학교 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신은 한 번 기회주는 인생의 길을 걸으며 어떤 생각을 하나요? 삶에는 영원한 것과 일시적인 것이 있습니다. 귀한 시간인 만큼 잘 하는 일을 찾아야 합니다. 좋아하는 것은 일시적인 취미로 해도 충분합니다. 영원성이 있는 자질을 찾아 시간을 투자하고 도서관 찾아가 책 보는 시간을 아까워말고 자신의 주머니에 돈이 들어오는 것보다 즐거워야 합니다. 자신이 가는 길에 확신이 생기면 앞서 이 길을 걸어간 선배나 스승님을 찾아뵙고 어떤 노력을 했는지 꼭 물어보세요. 그게 바로 살아있는 경험이므로 많은 시간을 절약하는 일입니다. 운명은 정성을 따르고 성공은 습관을 따르고 세상은 마음을 따른다고 했습니다.”

  - 김은희 교수

동아대 김은희 교수는 스스로 강의전담 교수라 겸허히 칭한다. 하지만 보통사람으로선 한 개도 힘들다는 한국연구재단의 프로젝트를 3개씩 수행한 인물이다. 한국연구재단(韓國硏究財團,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NRF)에서는 전 학문분야를 아우르며 국가의 기초연구지원시스템을 효율적으로 하고 선진화를 목적으로 설립한 준정부 기관이다. 지난 2016년 기준으로 연구개발비 2조 7800억원을 비롯해 인력양성비, 연구진흥 및 기반구축, 국제협력이나 기관고유사업등으로 4조 4600억에 달하는 예산을 집행했다. 하나의 프로젝트도 수행이 힘들 수 있다는 프로젝트를 3개씩이나 수행한 김은희 교수를 찾아 연구활동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노인들에게 알맞은 운동?

 

작년 11월까지도 김은희 교수는 논문준비에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다. 연구 중 하나는 ‘장수 운동프로그램이 노인의 건강관련체력, 인지기능 및 성공적 노화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내용이었다. 고령자들에게 운동을 시켜 삶의 질이 얼마나 개선되는가를 체력적인 요소, 혈액적 변인, 치매인자들 등 기준으로 변화를 지켜보는 연구였다.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치매와 관련하여 비약물 요법인 장수 운동프로그램(요가 및 명상이 포함된 복합운동)이 1) 노인들의 만성적인 스트레스의 감소와, 2) 자신과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Mindfulness의 효과, 3) 노인의 성공적 노화의 전제조건이 되는 인지기능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혔다. 장수 운동프로그램은 60분간의 근력강화운동, 유산소운동, 요가 및 명상을 주제로 하며 주3회, 24주간의 프로그램으로 진행했다. 노인의 체력에 맞춘 점진적 운동부하 방법을 적용한 것이었다. 

 

건강관련체력과 인지기능의 향상은 노인의 성공적 노화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이러한 변화가 일상생활(삶의 질, 기분, 우울 및 일상생활능력)을 성공적 노화로 이끌었다. 

 

“혈당이나 혈액 검사를 해 보니 건강하게 수치가 바뀌었으며 한국형 인지기능검사(MMSE-k)를 운동의 효과가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유산소 및 근력운동과 호흡 및 명상을 복합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효과적인 운동방법이라는 점을 밝혀냈습니다. 

그중 요가는 몸의 움직임과 호흡, 정신을 조정해 노인들의 행복지수를 바꿔놨죠. 걷기(유산소운동)를 포함해 노인들에게는 앉았다 일어서는 것도 저항운동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실해진 결과였어요.”

 

 

만학도의 자신만만한 꿈

 

김은희 교수는 만학도로 대학공부를 시작했다. 2000년 석사시절부터 교양강의를 시작으로 시간, 겸임, 전임 강사 거쳐 현재는 조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박사시험 면접에서 교수들이 ‘왜 박사학위를 준비하려 하냐?’고 묻자 자신 있게 답했다. “외롭고 힘없는 사람에게 도움 주고자 한다”라고. 이 대답에는 아직도 변함이 없다. 김 교수는 더운 여름방학과 추운 겨울방학을 제외하고 언양단위농협에서 매주 2회씩 노인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 교수의 배움의 철학은 ‘종교공부’로 거슬러 올라가야 그 시작을 알 수 있다. ‘어떤 아이는 자상한 부모 만나 따뜻한 가정에서 자라고, 어떤 아이는 폭력성 강한 부모 만나 힘든 세상을 사는가?’ ‘세상에 태어나 누구는 잘 살고 누구는 못 사는데 왜 그런가?’ 

 

이런 의문으로 시작해 울산에 살면서 매일 새벽 통도사에 가서 공부를 했다. 결국 수행의 결과로 ‘내가 달라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라는 해답을 발견했고, 내 스스로 씨앗을 개량해야 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조그만 체육시설을 경영하면서 금고에 금전이 쌓이면서도 허한 심정인 이유는 돈 자체로 사람의 만족감을 가득 채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후 약 20년간 통도사 선방에서 안거 때마다 2시간씩 매주 3~5일간 참선하며 나의 간절한 생각이 무엇이고 그 간절한 생각의 뿌리가 무엇인지 생각했다. 그리고, 부모님으로부터 몸을 받기 전인 ‘참된 나의 존재’에 대해 물음을 하고 대답을 찾고 있다.

 

김은희 교수는 이제 지나가는 길 고양이 한 마리도 허투루 두지 않는다. 힘들어 하는 미물을 도와주고 스스로에게 불편이 생겨도 ‘어떤 불평’도 일어나지 않는 스스로를 바라보며 눈물 날 지경이라고 한다. 이 정도의 경지까지 올라온 것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는 게 김은희 교수가 대하는 삶의 자세이다. 

현재 김은희 교수는 와세다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준비중인 장녀와 울산 과기원에서 연구원생활 중인 차남을 위해 응원한다. “엄마가 아이들을 위해 뭔가를 해 주려하면 그만큼 자신만의 함정에 빠질 수 있습니다. 먼저 엄마가 ‘뭐가 된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가치관을 가졌습니다.” 진정한 교육자란 무엇인가? 참된 교육은 무엇인가? 사회에 도움되는 연구란 무엇인가? 다소 잘못된 길을 걸으며 하루하루를 사는 사람들 속에서 자생적 용트림을 이룰 수 있는 자만이 용광로처럼 뜨거운 정진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시간이었다.  

 

<She is...>

김은희 교수는 울주군 언양의 한 농가에서 태어났다. 자연에서 남동생 세명과 함께 성장하며 부모님으로부터 성실함, 형제간의 우애, 예의범절이나 콩 한쪽으로 다 같이 나눠먹는 ‘정(情)’을 혹독하게 배웠다.

 

초중고 모두 언양에서 성장했고 결혼 후에도 고향에서 활동하며 사업했지만 교수의 꿈을 구체적으로 실행할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다만 어릴적 부터 막연히 ‘교수가 될 거야’라는 말을 친구들에게 자주 했다고 한다.

 

김 교수는 엄마로서 육아에 전념하던 1994년 어느 날, 자신의 꿈을 위해 또 다른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스스로 했다. 당시에 언양시내에서 체육시설 운영을 했었지만 가슴 한 켠이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결국 시작하게 된 대학공부는 대학원 공부로 이어지고 가슴속 빈칸은 퍼즐처럼 채워져 갔다. 밤늦게 까지 공부하다 돌아오는 길, 낙동강 다리 위에서는 몇 번이나 ‘환호성’ 치며 ‘해내고 있어!!’라고 환호성을 터트리곤 하였다. 상아탑에서 보낸 시간은 삶의 의미를 다시 찾은 시간이었다. 

 

 

저작권자 © 피플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