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을 넘어 인간문화재까지

서각의 대가를 꿈꾸는 어 건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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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가을바람 속에 풍요로운 들판을 가로질러 도착한 곳은 원주 고속버스터미널, 그곳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30여분쯤 가서 흥업사거리를 지나 미촌 마을에 하차 후 다시 택시를 타고 10여분 가니 낮은 산 아래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하얀 집이 보였다. 이곳이 바로 “초은산방”이란다. 문을 열었을 때 요란한 망치소리와 코끝을 감싸는 나무의 향이 우리들을 반기면서 마중나왔다. 『2016년 제9회 한국 공예예술 공모전 및 문화관광 상품대전』에서 학생부 종합대상인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한 어건(용인고2)학생을 찾아 이곳 원주를 한걸음에 달려왔다.

초등학교 6학년 처음 칼 맛(도흔)을 느끼다
어 건학생은 6살 때부터 한자와 역사를 공부하게 되었고, 우리나라의 문화를 어려서부터 머리와 몸으로 익히게 되었다고 한다. 초등학교 6학년을 졸업할 때 진로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중학교 1학년 때는 심한 방황도 하였다고 한다. “늘 “너 때문에 기쁘다.”라는 (이열)以悅을 이름대신 부르시는 어머니를 보며 죄송스런 마음과 조급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어머니께서 제게 서각이라는 것을 권하셨고 저도 무엇이든지 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처음 칼과 망치를 들었습니다.“.
그동안 어머니로부터 서예를 배워왔지만 이제는 붓 대신 칼을 잡고 서각을 처음 시작하였다.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서각을 보며 자라서 낯설지는 않았더라도 쉬운 일을 결코 아니었다. 칼로 손을 베기도 하고 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깊이도 제각각이었다, 실패를 반복하고 또 다시 연습하면서 창칼로 글씨를 따내고 망치로 수십, 수백 번을 두드리면서 서서히 칼 맛을 조금씩 알아가게 되어 서각의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대학진학과 어머니께 효도하고 싶은 마음
고등학교 2학년으로 대학진학에 대해 물어보았더니 “충남 부여에 있는 ”한국전통문화대학교“미공과(미술공예과)에 들어가고 싶은데 심층면접이 중요하고 성적도 올 1~2등급이 나와야 지원할 수 있어요.” 라고 하였다. 2017학년도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미공과는 특별전형 23명 모집에 63명이 지원해서 2.7:1의 경쟁률을 보였고, 일반전형은 25명 91명이 지원해서 3.6:1의 경쟁률이었다. 특히 심층면접은 문화유산에 대한 심도 있는 질문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건이 학생도 입시준비를 위해 주중에는 학교공부에 충실하고, 주말에는 공모전에도 꾸준히 참여할 수 있게 작품을 만드는 일에 매진하겠다고 한다.
“시험기간을 제외하고 한 달에 한 두 작품정도 나오고 대작 같은 경우는 2~3달 정도 걸립니다.” “지금까지 만든 작품만도 100여점이 넘는데 수상작들은 고가에 팔리기도 해서 어머니께 전액 드리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소소한 효를 실천하고 있다는 의미로 어머니를 향해 흐뭇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서각의 매력이란?
서각이란 나무에 끌과 망치를 통해서 글이나 무늬를 새기는 것으로 나무는 중요한 재료이다. 나무마다 결이 다르므로 나무결을 강조하는 ‘전통각’은 느티나무, 향나무, 대추나무 등이 사용되고 나무의 결을 살리기보다는 색을 입혀 색감을 우선하는 ‘현대각’에서는 은행나무를 사용한다고 한다.
“저는 현대각을 더 좋아하는데 현대각은 색감의 다양함을 느낄 수 있고...하지만 전통각은 빠져드는 매력이 있어요.”라고 말하며 특유의 미소를 지어 보인다. 화려한 퓨전스타일의 현대각이 배우기는 쉽지만 결국에는 고풍스럽고 나무고유의 멋을 살리는 전통각을 더 좋아하게 된다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칼의 각도가 90도냐 45도나 60도냐가 기법을 결정하게 되는데 우리나라와 일본의 차이점이란다.
서각의 매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서슴없이 “서각은 선의 예술이며, 평면에서 입체로 글자를 살리는 것입니다. 또한 망치소리를 통해서 막혔던 응어리들이 풀리며 마음의 치유와 힐링이 됩니다.”라고 한다.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런 작품을 하고파”
“제가 느낀 감정 그대로를 다른 사람이 느끼길 바랍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그는 이미 예술가의 경지에 달한 것 같았다. 나무의 향에서 나오는 시나 명언을 접하게 되었을 때 이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글에 감동을 받을 때 작품을 선정하게 된다고 한다, “자신이 감동받지 않고는 남을 감동시키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작품에 임하는데 정신과 철학까지도 사부님의 영향을 받아가고 있는 듯 하다.

누가 봐도 자신의 작품임을 알리고 싶어
꿈을 향한 발걸음-개인전시회와 박물관 갖고 싶어.
올해 여름 오사카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하여 반응이 뜨거웠다고 한다. 일본은 작고 아기자기한 작품을 주로 하는데 우리나라는 작품도 크고 화려한 것에 신기해하기도 하다. 일본의 작가들과 교류하는 기회를 가지게 되어 좋았다고 한다. 학생이지만 작품 활동을 계속해서 명인이 되어 널리 알리고 싶고, 어떤 작품을 보여주면 ‘이 작품은 바로 단현(어 건 학생의 호)의 것’임을 알 수 있게 하는 야무진 소망을 드러내보였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한국사를 좋아하고 공부하는 것이 예술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한국사를 이해하는 게 작품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시대를 알 수 있어야 왜 이런 글과 그림이 나오게 되었는지 알게 되어 작품을 성숙 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전 뿐만 아니라 서각 박물관도 지어서 서각을 널리 알리고 싶고 사부님처럼 후진양성에도 관심이 많다고 한다.

묵향과 목향 속에서 나오며
“열정과 혼이 담겨있고 사랑할 수 있어야 좋은 작품이 만들어진다.”라는 말을 실천하듯 인터뷰도중에도 끊임없이 들려오는 망치의 굉음소리가 마치 작품하나하나에  생명을 불어넣고 사랑을 옷 입히는 것 같았다. 사부님의 말씀처럼 ‘나무의 투정도 받아주고 넘어야 할 옹이와도 때론 싸워야 하지만 자신들의 꿈을 이루고 또 누군가의 꿈이 되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묵냄새와 나무냄새 가득한 공방을 나왔다. 이들이야말로  공자가 논어에서 말하는 진정 즐기는자 같았다.
子曰 : "知之者, 不如好之者 ; 好之者, 不如樂之者.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논어(論語)》옹야편(雍也篇)

단현 어 건(端鉉 魚 建)
-용인고등학교 2학년
-사)한국금석화연구회, 화흥 시. 서화대전 입선
-율곡, 황희, 윤관추념 대한민국 서예문인화대전 특선
-고운서예대전 서각 입선
-2014년 갑오년 신춘서화달력전(인사동 한국미술관)
-2014 중부서예일보학생부 대상
-2014 매죽헌 서예대전 학생부 금상
-2015 매죽헌 서예대전 학생부 서각대상(교육감상)
-2015 문화체육관광부 등록 제24호 서화예술대전 학생부 대상
-2016 사)대한민국 남북통일 세계예술대전 학생부대상(교육감상)
-2016 사)한국각자협회 지도자과정 수료 및 동상 수상
-2015년, 2016년 경기전통문화연구회 회원전
-2016 개인전 해외전(일본오사카 갤러리 개관초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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