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일수록 ‘금융문맹’ 심각하다?

  • 입력 2013.05.02 15:25
  • 기자명 조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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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일수록 ‘금융문맹’ 심각하다?
서민에 유리한 금융상품, 찾아보면 많아

신당동에서 떡볶이 장사를 하는 박정희 씨(가명, 42)는 최근 급전이 필요해 은행에 갔다가 여러 조건에 걸려 돈을 빌리지 못했다. 할 수 없이 TV광고에서 본 대부업체의 문을 두드렸다. 1,000만 원을 38%의 고리로 빌린 박 씨.
이미 그는 1년 전 쯤 카드론으로 이자율 18%의 고리로 1.000만 원을 빌린 상태였다. 박 씨는 지금까지 한 달 15만 원 정도의 이자를 물었지만 앞으로 이자만 47만 원 가량이 빠져나갈 것을 생각하니 한숨부터 나온다고 토론한다.

서민 위한 혜택, 꼼꼼히 찾아봐야
그러던 차에 박 씨는 지인에게서 귀가 번쩍 뜨이는 이야기를 들었다. 30%대의 빚을 10%대의 은행대출로 바꿔주는 서민전용 금융상품이 있다는 것. 곧 박 씨는 신용회복위원회를 방문해 신청서를 냈다. 박 씨는 “이제 한시름 놨다”면서 “서민들에게 이런 혜택이 있는 줄 꿈에도 몰랐다”고 고백했다.
박 씨의 경우처럼 고금리의 덫에 걸려 고통 받는 이들에게 서민들만을 위한 제도가 준비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혜택을 몰라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많다고 금융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러한 ‘금융무지’ 혹은 ‘금융문맹’이 빚을 가진 서민들의 어깨를 더욱 짓누르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
금리나 대출 자격, 신용등급 관리 등에 관한 지식이 적은 상태를 ‘금융 무지’, ‘금융문맹’이라고 부른다. 글을 모르는 ‘문맹’에 빗대, 현대인들의 금융무지 상태를 나타낸 것. 이러한 ‘금융무지’가 생계형 부채를 더 무겁게 만든다.
미국의 경우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미국인의 금융문맹’을 꼽았고,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도 “문맹은 생활을 불편하게 할 뿐이지만, 금융문맹은 생존을 불가능하게 해 더 무섭다”고 경고한 바 있다.
최근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금융 당국과 정부가 서민과 소비자를 위한 각종 보호방안을 쏟아내고 있지만 ‘금융무지’ 탓에 큰 효과를 보고 있지는 못하다. 더불어 금융권의 금융 접근을 가로막는 정보 차별의 벽은 전혀 개선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금융사들이 공급자 시각에서 난해한 설명과 이해를 강요하는 고질적 관행이 고쳐지지 않는 한 금융민주화는 요원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금융사 편의 위주로 만들어진 금융 약관과 금융상품 비교공시 등이 그 것으로 서민들과 일반 소비자들이 이해하기에 어렵다는 것이 문제. 금융사들은 “상품 가입이나 상담 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라”고 홍보하지만 실상 서민들 같은 금융 소외계층에겐 아예 전문가를 접촉할 방법조차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아예 상품 존재조차 몰라, 대책 절실
더 큰 문제는 2013년 현재 빚더미에 허덕이는 서민들을 위해 이명박 정부 시절 만들어 놓은 ‘새희망홀씨’나 ‘햇살론’ 등 서민전용 금융상품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이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은행을 찾아 이러한 상품들을 이용하면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쓸 수 있지만 이런 사실 자체를 모르거나 알아도 여러 가지 복잡한 과정 때문에 귀찮다는 이유로 이용을 포기하고 고금리의 사금융을 이용한다는 게 문제다. 더욱이 사채나 일수 등 급작스런 상황에서 고금리를 쓰다 보니 원금은 고사하고 높은 이자를 갚기에 허덕여 오히려 빚만 증가하는 결과를 양산하고 있다. 
빚이 빚을 부르는 악순환의 원인인 ‘금융문맹’은 신용등급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한다. 조그만 구멍가게를 하는 자영업자 윤 모 씨(49)는 3년 전부터 편리하다는 이유로 카드로 현금서비스를 자주 받아 사용했다. 그런데 3년 동안 네 차례 정도 연체를 했는데 이를 단순히 생각하고 해결하려 하지 않았다.
급전이 필요해 은행을 찾은 윤 씨는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신용등급이 3등급에서 7등급으로 떨어져 있었던 것. 아예 대출대상 자격자에서 제외돼 있었다. 윤 씨는 연체가 신용등급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했던 ‘금융문맹’이었다.
신용정보업체의 한 관계자는 “제2금융권의 경우 결제일 하루만 연체하더라도 신용등급이 하락한다”면서 “며칠 정도 연체하는 것은 괜찮겠지, 하는 생각은 큰 일”이라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금융 관계자들이 많다. 초등학교 때부터 금융교육을 강화하고 부채관리나 신용등급 관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가르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특히 정부의 입장에서는 채무 조정을 해주거나 다양한 지원책 마련도 중요하지만 금융교육을 통해 ‘금융문맹’을 낮춰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귀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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