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성공스토리’가 기댄 ‘선정성’

  • 입력 2013.05.02 15:11
  • 기자명 조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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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수리점>

전형적인 ‘성공스토리’가 기댄 ‘선정성’
높은 시청률 <최고다 이순신>에 공감할 수 없는 이유


(자료제공:KBS)

지난 3월 9일 첫 전파를 탄 KBS 2TV의 <최고다 이순신>의 시청률이 심상치 않다. 3월 31일 방송된 8회차 시청률이 전국기준 28.7%를 기록하며 30%대에 육박했다. 이는 회차가 거듭할수록 점차 높아져 조만간 30%를 넘어설 전망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최고다 이순신>의 주 시청층이 ‘여성 60대 이상’(24.3%)과 ‘남성 60대 이상(22.7%)로 전 연령층 가운데 60대 이상이 가장 높다는 사실.

어쭙잖은 ‘제목’ 네이밍
KBS 2TV의 새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은 당대 최고의 아이돌 스타인 ‘아이유’를 내세워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여기에 떠오르는 스타인 조정석을 캐스팅해 젊은 시청자층을 공략하기 위한 포석을 놓았다.
이와 같은 최상의 캐스팅에, 초반 자극적인 설정과 대사를 무기로 공격적인 출발을 보인 <최고다 이순신>은 ‘달리기에 지쳐있는 우리 사회에 위로와 희망,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는 기획의도처럼 가족 간 사랑과 상처의 치유, 성공의 쟁취를 통해 인생의 참맛을 보여주겠다는 제작진의 의욕이 초반부터 엿보인다.
그러나 초반 고공행진을 보이는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의 그 의욕은 ‘만용’처럼 느껴진다. 사실 <최고다 이순신>이 ‘스테레오 타입’화된 기왕의 드라마들과 차별화된 요소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방송을 타기 전 <최고다 이순신>이 눈길을 끈 것은, 역사적인 인물인 ‘이순신’ 장군의 이름을 제목에 붙인 것이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어 낸 이 제목은 초반 <최고다 이순신>에 대한 평가를 부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었던 것이 사실이다.
우선 불경(?)스럽게도 우리 민족의 최고 영웅이라 할 수 있는 이순신 장군의 이름을 드라마 제목으로 씀으로 해서 이순신 장군을 비하했다는 논란이 터져 나왔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꽤 세세한 해명들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아직도 지속 중이다.
특히 극의 내용은 ‘이순신’이라는 역사적 인물의 실명을 제목에 굳이 붙인 점에 대한 당위성을 주기에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평자들의 주장이다. 기존 드라마들에서 자주 써먹은 ‘출생의 비밀’이 바탕에 깔려있고 ‘미운오리새끼’ 모티브에 결국 훌륭한 왕자를 만나게 되는 신데렐라 신드롬이 가미돼 있다.
아이돌 스타 아이유가 분한 ‘이순신’이 가비엔터테인먼트 대표인 ‘신준호(조정석)’를 만나 신데렐라가 되는 이야기가 얼개인 <최고다 이순신>은 전형적인 드라마 패턴을 답습하고 있는 평이한 줄거리에 굳이 ‘이순신’이라는, 조금 생뚱맞은 ‘네이밍’을 한다는 것이 적절하냐는 혐의를 받는다.

자극성 유혹 떨쳐야 공감 얻는다
더욱이 초반 8회분에서 드러나 듯 각 캐릭터들의 조화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점도 시청자들에게는 답답하게 느껴질 만한 여지를 남긴다. 8회차에 이르러 비로소 제자리를 잡아가는 캐릭터들은, 그러나 아직까지 완벽하게 분화되지 못했다는 평을 듣는다.
이와 관련, 제작진은 “상대적으로 출연진이 많은 주말극의 특성상 초반에는 잘 보여줄 수 없었던 개별 캐릭터들의 그림이 이제 조금씩 선명해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더 흥미롭게 살아있는 캐릭터들의 향연장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초반 각 캐릭터를 그려내는 데 실패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이러한 부분과 함께 <최고다 이순신>이 졸평을 받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시청률을 의식한 듯 억지로 짜 맞춘 듯한 허술한 구성과 자극적인 상황설정, 대사들의 범람에 있다.
더 많은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우리 드라마들이 보여주는 ‘선정성’과 ‘자극성’은 이미 제어할 수 없을 만큼 도를 넘어 선지 오래지만 굳이 이 점을 <최고다 이순신>이 주요한 무기로 삼을 필요는 없었다.
극중 이순신의 둘째 언니인 ‘유신’은 툭하면 배다른 동생이라는 이유로 ‘순신’에게 모멸감을 주고 구박한다. 심지어 아버지의 죽음조차 순신의 탓으로 돌리는 차가움을 보여준다. 그녀는 또 스스럼없이 ‘원 나잇 스탠드’를 즐기기도 한다.
현실적인 리얼리티를 떠나 ‘이런 자극적인 방식으로 시청률 제고를 해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드라마에서 악역을 배제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최소한 일부일지언정 시청자들 사이에 논란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은 제작진들이 한 번쯤 제작방향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하게 환기시키는 무엇일 것이다. 
물론 TV드라마의 1차적 성패는 시청률에 있다. 그러한 면에서 <최고다 이순신>은 애초 제작진이 노렸던 ‘흥행’에서 절반은 먹고 들어간 셈이다. 그러나 방송 프로그램에서 시청률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이후 <최고다 이순신>의 변화를 바라는 마음이 그래서 더욱 절실한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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