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정동길 따라 과거로 밤 나들이 떠나 볼까

초 여름 밤 펼쳐지는 옛 밤 축제 ‘정동 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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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복판에 옛 모습 그대로 현재가 녹아 있는 공간 '정동'에서 특별한 밤의 축제가 펼쳐진다. 5월의 마지막 주말인 5월 29일~30일 과거로 여행을 떠나 보자.

조선 시대 정동길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정동은 1396년 이성계의 계비 신덕 왕후 강씨의 능인 정릉이 지금의 정동에 조성되면서 생겨났다. 그러나 정작 정릉은 태종 이방원에 의해 정릉동으로 옮겨지고, 정동은 정릉의 기억을 새긴 이름만 간직한 채 1883년 미국공사관이 처음 들어선 이후 영국, 러시아,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 각국의 공관이 차례로 들어서면서 서양의 외교가로 변모하였다.
근대 역사를 전하는 유산이 많이 남아 있는 정동은 박물관, 전시관 또는 미술관으로 새 단장되어 문화예술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정동 야행(貞洞 夜行)축제’는 정동 일대의 덕수궁과 주한미국 대사관저, 성공회서울대성당, 시립미술관, 배재학당 역사박물관 등 20여 기관들이 참여해 밤 늦게까지 시민들에게 문을 활짝 열고 시민들에게 볼거리 놀거리를 제공한다.

 

네가지 테마가 있는 축제 ‘정동 야행’

축제는 크게 ‘중구의 역사를 보다’와 ‘정동의 밤을 거닐다’라는 테마로 야사(夜史), 야설(夜設), 야로(夜路), 야화(夜花) 등 4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야사(夜史) : 중구의 각 고장 별옛 역사를 더듬어 보다

중구 중림동은 예로부터 약초를 재배하는 밭이 많았다. 야광물질을 묻힌 한지재료에 한약재료를 포장하여 묶고 야광물감으로 향 첩을 칠하는 ‘야광 향 첩 만들기’ 행사나 조선 시대 활자를 만들던 주자동에서의 생활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 ‘활자도판체험’은 과거로 거슬러가 옛 선조들의 지혜를 상상해 볼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 될 듯 하다. 주무기의 제조관리를 맡아보던 관청이 있던 무교동 행사로 무기를 제조할 때 문자나 숫자를 새겨보는 ‘대장간 체험’과 ‘목각 검’ 만들기 행사도 준비되어 있다. 신당을 모신 동네라는 뜻을 갖고 있는 신당동에는 신당이 많았다고 한다. 이 의미를 살려 야광 분장을 한 무당이 방문객을 대상으로 점 쾌를 봐 준다. 지금의 숭례문 수입상가 앞이 된 남창동은 조선 시대 대동미의 출납을 관장했던 선혜청이 있었던 자리. 남창동(南倉洞)의 유래에 따라 조선시대 도량형도 체험해 본다.

 

야화(夜話), 야설(夜說) : 역사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긴 문화 시설을 둘러보다

 
 
정동 길의 중심 '정동 제일 교회' <중구 관광청 제공>
정동 길의 중심 '정동 제일 교회' <중구 관광청 제공>

일제 강점기 항일운동의 거점 정동제일교회에서는 29일과 30일 오후 6시30분에 파이프 오르간 연주회가 준비되어 있다.

 
 

정동교회를 끼고 안쪽 길로 들어서면 우리나라 최초의 신식 교육기관이자 서양식 벽돌양옥인 빨간 벽돌의 배재 학당 역사박물관이 보인다. 소설가 나도향, 시인 김소월 등이 배출된 학교로 현재 당시의 교실과 교복 등을 재현해 박물관으로 공개되고 있다.
가슴 아픈 역사만큼 갖은 고초를 겪어온 궁 덕수궁. 1905년 을사 늑약, 1907년 헤이그 특사파견의 현장으로 대한제국의 좌절과 궁궐 수호의 의지가 담긴 이 곳에서는 30일 오후 7시 서울 팝스 오케스트라의 음악회가 열린다.
평소 개방 되지 않았던 주한미국공사관도 특별히 29일 저녁 6시~8시, 30일 오후 2시~6시까지 한시적으로 개방된다.

서울시의회 골목으로 들어서면 마치 외국에 온 듯한 착각 마저 일으킨다. 국내 유일의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진 성당인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은 1996년 축성식 이후 지금 모습으로 완공된 건물로 영국 렉싱턴 박물관에서 설계도 원본이 발견되었다. 성당 안에 들어서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 곳에서는 29일과 30일 파이프오르간과 해금, 미사와 재즈의 만남, 오르간으로 듣는 명작 등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야로(夜路) : 정동 돌담 길을 해설사와 함께 걸으며 근대문화의 역사현장을 생생하게 느껴보자

해설을 들으며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은 5월 29일 저녁 7시, 5월 30일 오후 1시 30분, 저녁 7시 등 3회 진행된다. 이 외에도 덕수궁을 시작으로 배재학당 역사박물관, 구세군역사박물관, 성공회서울대성당 등이 종점인 5개의 산책 코스가 준비되어 있어 예약 없이 자신에게 맞는 코스를 선택하여 산책할 수 있다. 늦은 밤 낭만적인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특별한 초 여름 밤의 추억이 될 '정동야행'은 오후 6시부터 밤 10시까지 (30일은 오후 2시 부터) 즐길 수 있다. 주말 밤 가벼운 옷차림으로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밤 나들이 다녀오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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