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의 몰락

  • 입력 2012.11.29 13:09
  • 기자명 설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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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의 몰락
자영업 과당경쟁과 부채문제 심각


동네골목을 조금만 돌아다녀도 편의점, 치킨집과 미용실, 제과점 등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중 일부는 1년도 못 버티고 문을 닫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 10월 18일 국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개인사업자별 업태별 폐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개인사업자는 83만 명에 달한다. 이는 전체 개인사업자 수의 1/6에 해당하며 2007년 84만8062명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자영업의 부실화는 현재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설지수 기자 seolki87@epeopletoday.com

자영업자 짓누르는 과다경쟁과 부채

퇴직 후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서 4년째 커피전문점을 운영해 온 김영훈(가명, 48)씨는 올해 유독 힘들다고 한다. 은퇴 후 퇴직금으로 창업한 커피전문점은 사업 초기 괜찮은 수익을 올렸지만 경쟁업체가 늘어남에 따라 매출이 급격히 줄었다. 김 씨는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동안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비용은 늘고 있지만 수입은 줄고 있어 골치를 앓고 있다. 장사가 되지 않아 당장이라도 사업을 접고 싶은 마음이지만 그의 나이를 고려하면 마땅한 일자리를 찾기 힘들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11월 7일 삼성경제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2011년 10월 이후 자영업 부문 종사자는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 9월말 기준으로 자영업자와 무급 가족 종사자를 모두 합하면 714만 1000명이며 이는 2011년 12월 보다 51만 2000명 늘어난 수치이다.
영세 자영업자의 경우 대부분 도·소매, 음식?숙박, 운수업 등 전통적인 서비스업에 집중돼 있어 자영업자간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전통적인 서비스업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53.6%이며 이는 0ECD 평균의 2.5배를 넘는다.
하지만 서비스업 중 선진국형 업종인 금융 및 보험업, 사업서비스업, 가사서비스업 등에서는 자영업자 비중이 OECD 평균보다 밑돌고 있다. 전통 자영업 부문으로 자영업자가 몰리면서 경쟁은 심화되고 자영업종사자의 소득이 불안정해지고 있다.
고령 자영업자가 늘어난 것 역시 큰 문제이다. 자영업자가 가장 많은 연령대는 2000년에는 40∼45세(17.0%)였지만 2011년에는 51∼55세(16.7%)로 높아졌다. 장?노년층이 자영업에 뛰어들면서 자영업 종사자의 평균연령이 작년 51.0세에서 올해 51.3세로 높아졌다.
경제위기로 고용상황이 악화되고 수출과 내수의 선순환 구조가 무너지면서 젊은 계층은 위험성이 높은 창업보다는 임금 근로자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또한 재취업이 어려운 노동시장의 특성상 장년층은 자영업에 뛰어들게 되고 소자본과 미흡한 경영역량으로 사업은 부진을 면치 못하기 마련이다.
이처럼 자영업이 부실화 되는 원인은 경기침체로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생계형 청년창업자와 퇴직 베이비붐세대가 대거 자영업에 뛰어들며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 있다. 이와 더불어 자영업은 늘어나는 부채와 연체율로 문제는 심각해지고 있다.

자영업 부실문제 대책마련 시급자영업 종사자들의 소득은 줄고 부채는 증가하면서 자영업의 부실화가 가속화 되고 있다. 2012년 3월말 자영업자 부채규모는 430조 원에 이르며 지난 1월과 비교하면 자영업자의 부채는 16.9% 증가한 수치이다. 이는 동 기간 전체 가계부채 증가율(8.9%)을 훨씬 웃돈다.
자영업자는 2008년 이후 점차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다가 2011년 8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들은 편의점, 음식점과 같은 생산성은 낮고 경쟁이 심한 업종에 몰리면서 월평균 소득도 150만원에 미치지 못한 실정이다. 빚을 진 388만 자영업자는 한 해 소득의 33%가량을 대출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는 데 쓰고 있다.
부채구조면에서 살펴보면 빚을 진 388만 자영업자는 한 해 소득의 1/3 가량을 원리금을 상환하는 데 쓰고 있다. 또한 자영업자 가구당 부채규모(9천5백만원)는 임금근로자(4천6백만원)보다 두 배 많으며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도 219.1%로 임금근로자 125.8%를 크게 웃돌고 있다. 연소득 중 원리금상환액이 40%를 넘는 과다채무가구 비중 역시 14.8%로 임금근로자(8.5%)보다 높다.
실제로 자영업자 부채의 부실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자영업자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2012년 3월말 현재 1.1%로 임금근로자(0.6%)에 비해 높을 뿐 아니라 최근 들어 상승속도도 훨씬 가파른 상황이다.
이처럼 자영업자들의 부채 문제 역시 우리 경제의 잠재적 위험요소로 지적받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부채 증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내수경기 부진으로 자영업자의 소득여건이 악화되면서 사업체 운영자금 및 생활자금 수요가 늘어난데 주로 기인한다. 베이비부머 은퇴와 함께 생계형 창업활동이 증가하면서 창업자금 수요가 급증한 것도 부채 증가요인으로 지목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영업자의 차입의존도가 높은 가운데 생산성이 낮은 업종을 중심으로 자영업자 수가 지나치게 많기 때문에 부채구조면에서도 취약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향후 내수경기 부진이 지속될 경우 부채의존도가 높은 자영업자의 채무상환능력이 급격히 저하될 우려가 있다.
자영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 자영업종의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자형업 지형을 재편하는 동시에 장년층 자영업 진입을 조절하기 위해 재취업 경로 활성화와 사회안전망 확충으로 자영업 부문의 유입을 적정화할 것을 지적한다.
더불어 자영업자들의 부채문제의 경우 정책자금 지원과 서민금융이 자영업 종사자의 생활안정 및 재기 촉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정부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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