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생활 권력의 주체, 날개를 펴다

  • 입력 2012.11.29 13:00
  • 기자명 조성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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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생활 권력의 주체, 날개를 펴다
'파워 네티즌‘ 시대의 도래


대한상공회의소가 올 여름 조사한 한 소비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할 경우 ‘매장에서 비교 후 온라인으로 구매한다’는 비율이 54%, ‘온라인 비교 후 매장에서 구매한다’는 비율이 41% 등 소비행태가 온라인과 관련된 예가 전체 소비자들의 95%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쪽으로 보더라도 이제 네티즌들이 소비행태의 중심에 서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동시에 현 사회에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존재들이 바로 ‘네티즌’이라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조성기 기자 maarra21@epeopletoday.com

네티즌, 사이버 시대의 최강 권력

네티즌(netizen)은, 통신망을 뜻하는 네트워크(network)와 시민을 뜻하는 시티즌(citizen)의 합성어다. 이들은 급속히 확산된 인터넷을 이용해 전 세계를 제집 드나들 듯 넘나들면서 자신이 원하는 지식이나 정보를 자유자재로 구하고 사용할 뿐 아니라 남에게 전달할 수도 있는, 살아있는 주체다.
네티즌은 ‘익명성 보장’이라는 무기로, 신분이나 재산에 관계없이 하나의 가상 인격체로 당당히 생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간적?공간적 제한이 거의 없어 현실세계보다 더 큰 정보를 생산하거나 발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네티즌은, 단순히 컴퓨터를 조작할 줄 모르는 ‘컴맹’의 반대 개념인 ‘통신망 사용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공동체적 의미를 가지고 사회적 관계를 적극적으로 형성해 나가는 주체적인 사람들을 의미한다. 즉 시티즌(Citizen)이 산업혁명을 주도한 주체였다면 네티즌(Netizen)은 정보화 사회를 이끄는 주체 세력이라 표현할 수 있다.
2012년 현재, 남녀노소를 불문한 네티즌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그 활동 범위와 영향력 또한 거대해지고 있는 것이 오늘의 상황이다. 네티즌은 각종 온라인 사이트나 뉴스를 통해 대중문화를 비롯해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재생산해 내고 있다.
네티즌은 더 이상 TV 프로그램이나 영화, 뉴스 등을 향유하는 입장에 그치지 않는다.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는 블로거들이 뉴스를 직접 쓰기도 하고 기사나 게시판 댓글을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기도 한다.
네티즌의 ‘무소불위(?)’한 힘이 미치지 않는 분야는 이제 거의 없다. 2000년대 초반에는 그 영역이 연예계나 정치 분야 정도에 네티즌의 영향력이 미쳤지만 현재는 사회 전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고 해도 틀린 표현이 아니다.
최근에는 거대 기업의 횡포를 견제하는 ‘기업 파수꾼’의 영역에까지 네티즌 파워가 이어지고 있다. 기업의 제품에 대한 의견과 평가에서부터 제품의 흠결문제까지 개개인의 연합체로서의 네티즌이 기업과 맞서고 있는 것. 이에 따라 기업들은 자사의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고 리콜이나 무상 교환을 시행하기도 한다.
지난 2010년 9월 캐논의 ‘EOS 7D’카메라의 시야율에 대한 네티즌들의 의혹제기와 이로 인한 캐논 측의 환불 사태는 현재 네티즌의 위상이 어느 정도까지 왔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또 현대자동차의 YF 쏘나타에 대해 네티즌들이 “엔진 떨림 현상이 나타난다”는 문제제기로 판매 두 달 만에 무상 수리를 결정하는 등 이른 바 ‘소비자 주권 찾기’를 위한 네티즌의 파워를 다시 한 번 확인하기도 했다.


‘정치개혁’ 등 변화를 위한 능동적 주체

소비자로서 네티즌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나해 SK브로드밴드가 고객의 개인정보를 가입자 본인 동의 없이 텔레마케팅 업체에 제공했다가 네티즌들에게 들통 났다. 네티즌들은 즉각 문제제기를 했으며 SK브로드밴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을 받았고, 행정소송에서도 패소했다. 가입자 정보도용 사실을 확인하는 절차와는 별개로 네티즌들은 이 사안에 대해 집단소송 중이다.
이처럼 네티즌 파워로 인해 기업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나 자사 제품의 결함을 은폐하기 어려워졌다. 이는 개인으로서의 소비자 주체들이 쌍방 간 소통을 통해 정보 역량을 키워가면서 새로운 소비권력 주체로서 다시 탄생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을 증명해주며 대기업 등 옛 권력체의 횡포에 적절히 대응한다는 바람직한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네티즌 파워가 우리 사회에서 긍정적인 전망을 보이는 분야는 역시 ‘정치’ 분야다. 특히 올해 총선과 대선 국면에서 네티즌들의 파워는 대단했다.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네티즌들은 ‘정치개혁’에 대한 의욕을 불태우며 네트워킹해오고 있다.
특히 제16대 총선을 치른 지난 2000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개혁을 위한 유권자 운동을 지향한 네티즌연대들이 속속 등장했다. ‘총선시민연대(www.ngokorea.org)’,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www.koreango.org)’, ‘전자민주주의이마크러시(www.emocracy.co.kr)’, ‘일렉션2000(www.election.ne.kr)’, ‘2000총선선거보도감시연대회의(enscc413.jindo.net)’, ‘청년유권자100만행동(www.changekorea.org)’ ‘총선정보통신연대(www.netngo.or.kr)’ 등이 당시 생겨난 사이트들이다.
이들은 출범 당시부터 선명한 정치풍토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일념으로 지금까지 정치개혁을 위한 뜨거운 몸부림을 계속해오고 있다. 또 지난 2008년 들불처럼 번진 ‘미국소고기 촛불집회’ 역시 네티즌의 힘이 없었더라면 그 많은 인원이 참여할 수 없었던 ‘사건’이었다. 
네티즌들은 사이버 공간 안에서 정치권력을 비롯한 ‘오프라인권력’에 대해 마음껏 풍자하고 조롱한다. 그 같은 현실 세계에서 권력의 상징들은 인터넷에서 이리저리 터지고 비꼼을 당하는 ‘동네북’일 뿐이다.
단지 조롱과 풍자만이 아니다. 네티즌들은 기존 오프라인 언론이 제시한 틀로 해석된 세상을 단연코 거부한다. 다양한 시각의 기사를 제공하는 온라인상의 ‘뉴스포털’이나 온라인 미디어를 통해 네티즌들은 댓글을 달고, 인터넷 폴을 클릭해 자신의 의사를 밝히며, 온라인 토론에 참여한다. 사건에 대한 일방적 시각을 거부하고 다양한 시각을 공유하며 만드는 것이다. 이 같은 참여는 ‘온라인’이라는 골방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거리집회 등 오프라인으로까지 확대된다.
‘인터넷’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현실 정치의 변화를 추동하는 네티즌들의 힘은, 수십 년간의 헌정질서 속에서 변하지 못한 비민주적 잔재들을 시나브로 바꿔가고 있다. 말하자면 인터넷을 통해 ‘네티즌’이라는 이름을 가진 유권자들이 한국 정치를 바꾸고 있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사이버 테러 등 부정적 요소 제거 노력 절실

하지만 이렇듯 ‘네티즌 파워’가 긍정적인 측면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네티즌 수사대의 소위 ‘신상 털기’는 사생활 침해라는 범죄 논란의 와중에 있기도 하다. 더불어 소문에 근거한 성급한 폭로나 음해는,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 이른 바 ‘공인’들을 회복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뜨리기도 한다. 연예인들의 잇따른 자살과 자살기도에는 그들에 대한 네티즌들의 무리한 인신공격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한 연예인의 매니저는 “인터넷상에 공개된 스캔들은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일파만파 번진다”며 “당사자들에게는 변명의 기회도 주지 않고 삽시간에 번지기 때문에 가만히 않아서 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 경우 폭로전의 본질은 사실의 진위와는 상관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마련이다. 결국 그 폭로전의 희생양은 정치인이나 연예인 같은 공인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에 대해 개인으로서의 네티즌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역시 긍정적인 입장과 우려의 입장 등 상반된 의견이 동시에 존재한다.
긍정적인 입장의 네티즌들은, 그들의 네티즌 파워가 공인들로 하여금 스스로 자정할 수 있는 견제의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즉, 정치인들의 경우 말과 행동을 조심하게 하며 연예인들에게는 마약이나 음주운전, 도박 등 방종한 생활을 자제하게 만드는 장치로서 작용한다는 것.
그 반대의 입장은, 네티즌 파워를 인정하고 필요한 존재이긴 하지만 너무 심해질 경우 ‘사이버 테러 행위’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이는 해당 정치인들이나 연예인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게 될 뿐만 아니라 사이버 공간에 대한 신뢰상실에 크게 작용한다고 강조한다.
인터넷의 가상공간은 2012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서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갖는 곳이 됐다. 더불어 현대인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공간으로 끊임없는 실험과 역동적인 변화 속에 전혀 예기치 못한 새로운 트렌드가 만들어지는 곳이다. 이제 인터넷 공간에서 활발히 자생하고 있는 네티즌들은 무시할 수 없는 ‘권력’의 위치에 올랐다. 더불어 사이버 공간은 새로운 소통의 창구로 자리매김하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이 새로운 ‘권력’이 정당하고 공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어할 시스템이 있느냐다. 이 시스템은 다름 아닌 네티즌 스스로 만들어가야 할 것임은, 네티즌 스스로도 알고 있다. 네티즌 파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인정받기는 이제 네티즌 스스로에게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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