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수리점> 99%의 성공, 아쉬운 1%의 한계

  • 입력 2012.11.01 10:26
  • 기자명 조성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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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수리점> ]

99%의 성공, 아쉬운 1%의 한계
의학드라마의 새 장을 연 MBC 월화드라마 <골든타임>

한때 드라마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MBC가 ‘히트’를 쳤다. 지난 9월 25일, 23회를 마지막으로 안방극장을 떠난 권석장 PD의 <골든타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기존 의학드라마들이 보여준 일정한 ‘클리셰’와 관습을 탈피한 <골든타임>은 다큐멘터리적 요소까지 엿보이는 과감한 설정 등으로 시청자들의 높은 지지를 이끌어 냈다.
최고 시청률 15.5%의 나쁘지 않은 성적은, 첫 회부터 기존 의학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중증외상센터’의 다급한 상황을 현실성 있게 그려 낸 제작진들에게 시청자들이 허여한 헌사(獻辭)에 다름 아니었다. 

조성기 기자maarra21@epeopletoday.com

오랜만에 만나는 명품 의학드라마


부산시의 해운대 백병원 응급실을 주요 배경으로 초년병 의사의 ‘용기’와 ‘번민’을 그린 <골든타임>은 MBC가 오랜만에 선보였던 명품 의학드라마로서 전혀 손색이 없었다.
<골든타임>은 기존의 의학드라마가 보여주는 범상치 않은 개인으로서의 인간의 영웅담이나 야망, 권력구조와 이에 맞물리는 애정관계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현실에서 그대로 길어 올린 듯 보이는 응급실의 긴박감, 의료진들의 진솔한 인간으로서의 얼굴과 그로 인한 갈등을 필터링 없이 오롯이 그려냈다. ‘신의’에 가까울 정도의 기적을 만들어 내는 판타지성 높은 드라마가 예전의 의학드라마였다면 <골든타임>은 오히려 의료진들의 한계와 그들 역시 불확실성 위에 놓인 모든 인간의 숙명이라는 연장선에 있다는 사실을 애써 숨기지 않았다.
<골든타임>은 처음부터 ‘중증외상센터’의 필요성을 외치며 성형외과나 내과 등 인기 있는 분야에만 의료인들이 몰리는 현재 한국 의료계 현실을 꼬집는다. 여타 의학드라마는 이즈음에서 성공스토리를 만들어가지만 <골든타임>은 오히려 냉혹한 현실의 제시를 택했다고 할 수 있다.
전편을 아우르며 ‘중증외상센터’가 절실하다는 사실을 강하게 외치지만 <골든타임>이 마지막에 이룬 것은 고작 수송헬기 한 대 뿐이다. 헬기로 사람을 수송해 와도 수술실은 여전히 돌려막기로 때워야 하는 현실의 한계를, 그 씁쓸함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결말이 그렇게 마무리됐다 하더라도 <골든타임>의 마지막회를 보고 시청자들이 웃음 지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드라마가 앞날에 대한 건강한 희망을 꿈꾸는 자들에 의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이끈다는 점에 있다. 
아마도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아지는 건 바로 이러한 진솔했던 제작진의 진정성 때문일 것이다. “교수님, 저 4년 후에 꼭 돌아오겠습니다”라는 극중 이민우의 언급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최인혁과 이민우가 조우해 또 한 번 드라마틱한 휴머니티를 만들어 내리라는 기대는, 그래서 더 현실성 있어 보인다.

씁쓸한 현실을 오롯이 담다
한편, 이선균이 연기한 이민우와 강재인(황정음)의 애정라인은 여타 드라마였을 경우 가장 주된 스토리라인이었겠지만 <골든타임>은 달랐다. 본래 이민우와 강재인의 멜로 구도가 전면에 나타나야 정상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골든타임>의 멜로 구도는 오히려 최인혁과 신은아 쪽에 더 기울어 있었다. 이렇듯 역전된 ‘애정라인’은 결과적으로 드라마의 완성도에 더 큰 역할을 담당했다.
여기에 매회 정지화면과 동영상이 교차되는, 낯선 엔딩은 <골든타임>이 단순히 다음 회차의 내용을 미리 보여줘 시청률에 목을 매는 듯한 제작방식을 아예 배제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또 다른 신선함을 던져줬다. 배우들의 실감나는 사투리 역시 호평을 받으며 <골든타임>이 견고한 ‘리얼리티’를 담보해내는 드라마로 자리매김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골든타임>이 만들어 낸 가장 빛나는 캐릭터는 단연 이성민이 연기한 최인혁 교수일 것이다. 사실 <골든타임>의 주요한 스토리라인은 인턴인 이민우와 강재인이 맨 밑바닥에서부터 차츰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지만 당장 시급한 상황들이 펼쳐지기 마련인 응급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의학드라마에서 이들보다 주목될 수밖에 없는 캐릭터는 최인혁 같은 베테랑 의사일 수밖에 없다.
그러한 측면에서 <골든타임>은 최인혁 교수를 연기한 이성민에 의한, 이성민을 위한, 이성민의 작품일 수밖에 없었다. 현실적으로는 어려울지 몰라도 <골든타임> 시즌2의 주요 스토리라인이 이성민을 위주로 짜인다고 해서 전혀 이상하거나 나쁠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물론, 시즌1의 주인공이 이선균과 황정음이었듯, 시즌2의 주인공은 따로 젊은 배우들로 구성될 테지만 말이다.
이렇듯 시즌2를 기대할 정도로 <골든타임>이 의학드라마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 준 수작이었다 하더라도 아쉬움은 있게 마련이다. 애초 <골든타임>은 병원이란 ‘조직’이며 그 조직 속에서 개인과 시스템에 대해 ‘메스’를 가한다는 설정으로 기획된 드라마였다. 바로 병원 역시 우리 사회의 ‘축소판’에 다름 아님을 보여주려 했던 것.
그러나 결과는 역부족이었다. 시청자들은 어쩌면, 조직과 시스템의 진보를 위해 고군분투했던 최인혁이 매 순간 깨지며 절망하는 모습보다 승리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시즌1과 비교해 보다 진화된 시즌2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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