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조국 근대화 시대의 ‘웃기고도 슬픈 자화상’

  • 입력 2012.11.01 09:55
  • 기자명 조성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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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

조국 근대화 시대의 ‘웃기고도 슬픈 자화상’
<새드무비69>김현식 지음/케포이북스/15,000원


1969년 강원도 인제의 깊은 산골. 가짜 간첩이 출현해 마을에는 뜻하지 않은 소동이 벌어진다. 읍내 중국집 승리반점에서 배달원으로 일하는 고성길은 담뱃값을 잘 모르는 손님을 북한 간첩으로 오인, 방첩대에 신고를 하게 된다.
이후, 신고 포상금을 받아 대학에 진학하기로 결심한 성길은 ‘간첩신고 요령’을 지침 삼아 조금이라도 거동이 수상한 사람은 즉시 113에 신고하기를 반복한다. 지역의 군부대와 경찰, 특히 방첩대를 괴롭히는 성길에게 방첩대장 전 소령은 미행을 붙여 간첩 신고를 사전에 차단하는 꼼수를 부린다. 자신의 뒤를 밟는 비밀요원 최 중사를 간첩으로 오인한 성길은 주방장 기만성과 합동작전을 펼쳐 도리어 최 중사를 체포한다.
조금은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을 보여주는 <새드무비69>는 ‘반공’만이 국가존립의 유일한 체계였던 ‘반공이데올로기’의 60년대를 아련한 추억으로 회상한다. 당시 우리나라의 곳곳에 나붙어 있던 슬로건이었던 ‘간첩신고는 113’이라는 문구나 ‘때려잡자 김일성’ 류의 구호글은 그 시대를 대변하는 ‘상징물’이었다.
‘간첩신고 요령’에 따라 누구든 ‘간첩’이 될 수 있었던 시절의 이야기를 다룬 <새드무비69>는, 동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었던 전단과 HID 북파공작원, 방첩대가 등장하며 우리를 그 시대로 데려간다.
하지만 <새드무비69>가 그 시절을 다루는 방식은 결코 무겁지 않다. 시종일관 스피디하고 익살 넘치는 문체를 토대로, 서글프고 힘겨웠던 시절의 삽화를 웃음으로 기억하게 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단순히 웃고 넘어갈 만한 내용의 작품은 또 아니다. 한국 현대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바라보면 독자들의 가슴을 사정없이 때리는, 이면에 숨겨진 묵직한 의미들이 아프게 읽힌다.
채만식 류의 해학과 풍자가 행간마다 가득한 <새드무비69>는 ‘반공이데올로기’로 충만했던 전체주의에 대한 이미지를 적확하게 묘사해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최근 대선의 유력한 한 후보가 ‘유신’관련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는 등 그 시절의 공기와 분위기는 이미 옛것이 됐다. 그 시절을 기억하는 독자라면 <새드무비69>는 아련한 추억과 향수가 밴 쏠쏠한 재미를 얻을 듯하다. 더불어 그 시대를 알지 못하는 현재의 10~20대 젊은이들에게는 ‘간첩’ 잡는 일에 혈안이 돼있던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들의 청춘시절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자본주의 고쳐쓰기>
세바스티안 둘리엔 외 지음·홍기빈 옮김/한겨레출판/15,000원


<자본주의 고쳐쓰기>는 ‘시장에 대한 사회적 통제’라는 일관된 원리를 바탕으로 ‘괜찮은 자본주의’라는 경제모델을 체계적이고 실현가능한 방식으로 제안하는 책이다. 원제는 ‘괜찮은 자본주의(Decent Capitalism)’로 자본주의에 대한 전망은 부정적이지 않다. 저자들은 자본주의가 곳곳에서 고장을 일으키고 있지만 자본주의를 폐기하는 것은 대안이 아니라고 본다. 적절한 사회적 통제가 시장을 더 활력 있게 만든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복지와 공공부문의 확장, 노동시장의 개선, 금융에 대한 규제 등을 이야기한다.

<누가 중국경제를 죽이는가>
랑센핑 지음·이지은 옮김/다산북스/18,000원


세계를 움직이는 경제학자 랑셴핑의 <누가 중국경제를 죽이는가>는 오늘의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와 그 이면을 속속들이 파헤치는 문제작이다. 지은이의 전공분야인 경제적 측면만이 아니라, 사회?문화?역사적 관점을 아우르며 현재의 중국을 만든 중화 문화의 특성, 중국인의 숨겨진 심리와 콤플렉스 등을 흥미롭게 추적한다. 중국 문화의 치명적 약점이 중국 기업에 어떤 악영향을 끼쳤는지 설명하고, 중화 문화의 어리석음을 2008 베이징 올림픽, 쓰촨 대지진, 영화 <쿵푸 팬더> 등 실제 사례를 통해 분석한다.

<뇌로부터의 자유>
마이클 가자니가 지음·박인균 옮김/추수밭/16,000원


<뇌로부터의 자유>의 저자는 인간의 뇌와 정신을 연구하는 세계적인 뇌신경과학자이자 심리학자, 사상가로 인지신경과학이라는 2세대 인지과학 분야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세계적인 석학이다. 인간은 뇌 이상의 그 무엇으로, 뇌를 넘어서야 진짜 인간의 모습이 보인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특히 자유의지와 책임은 개인의 뇌 자체가 아니라 둘 이상의 뇌가 상호작용하는 사회적 관계에서 창발되는 가치라는 사실을 꼼꼼하게 증명하고, 범죄자의 형량을 결정할 때 뇌의 이상 유무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경향에 우려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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