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 ‘홍이종 시인’의 한국 근 · 현대를 움직인 ‘100권의 책’

  • 입력 2012.10.31 18:04
  • 기자명 홍이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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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홍이종 시인’의 한국 근 · 현대를 움직인 ‘100권의 책’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그 만큼 책을 가까이 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성공할 확률이 높고 문명과 문화를 창조하는 인간으로서 더 차원 높은 품위와 교양을 쌓을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책은 한 국가와 민족의 역사를 한 차원 높게 고양시키는 데 기여할 수도 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베스트셀러와 여러 세대를 지나며 읽히는 밀리언셀러는 한 국가와 민족의 성숙을 견인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본지는 한국의 근 · 현대를 움직인 100권의 책을 선정, 그 의미와 가치를 되짚어본다.
(편집자 註)


18  일제하 조선의 정신을 세웠던 ‘기독교 잡지’ 
             김교신의 <성서조선>(1927)
1.

2.
1.잡지 <성서조선>  2.김교신 선생
인간을 존중하는 종교로 새로운 세계의 문명을 만나게 한 한글성서가 1882년 번역돼 조선에 들어온 후 성경으로 조선의 정신을 세우려하는 종교인이 나타나게 되었다. 1901년 함경도 함흥에서 태어나 한학으로 교육을 시작하고 일본으로 유학 후 일본의 무교회 주의자 우찌무라 간조(內村監三)에게 성서에 담긴 새로운 지식을 배운 후 하느님 앞에 모두 평등한 기독교의 기본이념을 실행하기 위한 조선 성서연구회를 만든 김교신이 바로 그다.
김교신은 “내가 구하는 것은 교회가 아니라 구원이다”라고 자신의 신념을 정한 후 함석헌, 양인성, 유석동, 정상훈, 송두용과 함께 창간한 <성서조선>은 한국 기독교와 조선의 국민에게 민족주의 교육자 김교신이 실천으로 보여준, 새로운 종교 기독교의 올바른 실천을 주된 내용으로 펴낸 잡지다.
종교는 인간이 태어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아의 존재감을 표현하는 정신이 만들어낸 인문학적인 표현이다. 교육자로서 자신이 성경을 읽고 가르치는 곳이 교회라고 생각하고 실천한 종교인 김교신은 함흥의 양생여자고등학교, 양정고등학교, 경기고등학교, 송도고등학교에서 조선의 역사와 지리 박물학을 가르쳤으며 조선인의 생각으로 민족정신을 일으키려는 신념으로 성서의 뜻을 실천하려했다.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종교의 출현은 박해와 고난의 길을 지나 민중의 정신에 각인된다. 김교신은 사랑하는 자에게 주고 싶은 것이 한둘에 그치지 않는다. 하늘의 별이라도 따 주고 싶으나 사람의 힘은 한계가 있다. 음악가는 음악을 조선에 주며, 문학인은 문학을 주며, 예술인은 예술을 주어 조선에 꽃을 피우며, 옷을 입히며, 관을 씌울 것이나 오직 우리는 조선에 성서를 주어 그 골격을 세우며 그 혈액을 만들고자 한다는 자신의 신념을 실천했다.
사람의 신념과 거짓 없는 실천은 미래를 만든다. 김교신의 <성서조선>은 후일 노평구의 <성서연구>, 함석헌의 <씨알의 소리> 등 많은 저술을 남기게 했으며 많은 종교인의 실천적 종교관의 스승으로 기억되고 있다. 조선의 독립을 함께하지 못하고 함흥의 비료공장에서 1945년 죽음을 맞은 김교신의 마지막 유언은 공장의 노동에 힘겨워하는 조선국민의 생활을 염려하는 애국인의 모습을 보였다.
일본의 강압적인 정책에 항상 조선의 정신을 생각하고 조선의 자존감을 앞세운 실천적 민족주의 종교관으로 많은 사람의 스승으로 기억되는 김교신의 종교관은  종교는 세상의 소금이 되어야한다는 말로 요약될 수 있다.
1927년 창간과 1942년 ‘<성서조선>사건’으로 강제폐간되기까지 조선 기독교의 전령으로 빛난 김교신의 <성서조선>은 오늘의 세상에 꼭 필요한 소금과 같은 책이다.

 

19 조선의 ‘로빈 후드’를 그리다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1928)
3.

4.
  3. <임꺽정> 초판본  4. 벽초 홍명희

일본의 강제 합병에 조선의 자존감을 찾으려 잃은 나라를 다시 찾으라는 유언을 남기고 자결한 충청 금산군수 홍범식의 아들 벽초 홍명희는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자신의 삶을 정한 후 일본에 동조하지 않는 생활을 제일의 신념으로 실천한 문학인이다.
그는 연희전문과 중앙불교전문에서 후학을 양성했으며 1919년 3월 1일 독립만세운동에 참여 후 만세 주동자로 1년 5개월의 감옥생활을 마치고 동아일보 편집국장, 시대일보 사장을 지내며 조선의 독립운동에 언론인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소설 <임꺽정>의 출현은 1923년 ‘신사상연구회’와 1927년 ‘신간회’에 적극적인 참여로 독립운동의 새로운 방향을 실천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1928년 ‘조선일보’에 연재되기 시작한 <임꺽정>은 민속의 가락으로 전해 내려오는 토속적인 언어로, 새롭고 선명한 국민의 삶을 대하 역사소설로 표현한 근현대소설의 교과서이다.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의 탄생은 일제의 탄압으로 비참의 생활을 하는 국민의 억압된 마음을 ‘임꺽정’이라는 역사적 실존인물을 통해 일본을 비판하고 지식인의 잘못을 은유와 풍자, 때로는 솔직하고 담백한 언어로 표현했다.
소설 <임꺽정>은 ‘봉단편’, ‘피장편’, ‘양반편’, ‘의형제편’, ‘화적편’ 등 다섯 권으로 나누어져있다. 일제의 검열과 탄압에도 12년이란 세월을 끊임없이 임꺽정의 이야기를 쓴 벽초의 생각은 당시 국민의 고단하고 힘겨운 삶을 임꺽정을 통해서 보여주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기위한 것이었다. 임꺽정과 이봉학, 박유복, 배돌석, 황천왕동이, 곽오주, 길마동이, 서림 등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등장시켜 지배층에 대한 저항의식을 쓰고 천민 계급의 사람들이 자신의 생업으로 일가를 이루지 못하고 도적의 무리가 되어 떠도는 이유를, 역사적인 고증과 지배 계층과의 괴리감을 속담과 민속적인 언어로 그려낸 <임꺽정>은 새로운 역사소설의 전기를 마련한 명작이었다.
각 지방의 방언과 토속적인 언어의 사용으로 한글의 우수성을 증명하는 언어의 보물 창고이기도 한 <임꺽정>은 전편에 나타나는 유불선과 민속신앙 등 당시에 대중적인 풍속을 탁월하게 드러냈다.  
현대인은 많은 생각으로 새롭게 다가오는 미래의 불안감을 표시하지만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에 충실한 임꺽정의 등장인물은 하루하루의 삶에 충실하고 머리로 생각하는 삶이 아닌 몸으로 세상을 헤치고 가는 민중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조선 시대에 평민과 양반이란 이분법적인 구조를 바탕으로 사람과 사람의 생각과 갈등을 현대적인 서사구조로 펴낸 <임꺽정>은 미래의 국가를 생각해야하는 오늘의 지식인들이 꼭 읽어야 할 필독의 책이라 할 수 있다.
<임꺽정>은 후반부가 만들어지지 않은 미완의 소설이었다. 홍명희는 “일제로 부터 해방이 되었는데 내 뒤를 ‘임꺽정’이 따라다니면 안된다”고 소설 <임꺽정>의 절필 이유를 밝혔다. 민족주의적이고 조선독립을 이유로 미완성의 소설로 남겨두었던 것.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은 근현대를 대표하는 장편소설이며 조선사회의 생활과 민속을 세밀하게 보여준 풍속역사소설의 원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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