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고도의 기만술’

조성기 기자l승인2012.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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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고도의 기만술’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는 묻지마 ‘실버보험’의 폐해

최근 ‘9988234’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살다가 2~3일 앓다 죽는 것(4)이 최대의 복’이라는 의미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해 현대인들의 평균수명은 시대가 갈수록 늘고 있다. 하지만 수명이 는다고 해서 ‘삶의 질’ 역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노후의 건강과 질병대비를 위해 ‘보험’ 하나쯤은 누구나 들고 있는 데 현실적으로 의료비를 지원하는 의료실비보험의 경우 보통 60세가 넘으면 가입하기가 까다롭다.

조성기 기자 maarra21@epeopletoday.com


봇물 이룬 ‘실버보험’, 무엇이 문제인가

그런데 최근 케이블 방송을 중심으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입시켜준다는 실버보험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따져 보험에 들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도 많다며 주의를 당부한다.
56세의 주부 오정혜 씨(가명). 치매 진단을 받은 친정어머니의 보험금을 타러 갔다가 헛걸음만 했다. 3년 전 들었던 한 ‘실버보험’의 약관을 가입당시 제대로 체크하지 않았던 게 화근이었다.
당시 TV광고를 보고 전화상으로 가입한 후 나중에 보내 온 약관은 읽지도 않았다. 방송에서는 치매 판정을 받으면 5,000만 원을 지급한다고 광고했지만 약관에 명시된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만 했다. 결국 과장된 광고 때문에 가입해 3년간 보험료를 부은 게 모두 허사로 돌아간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건강수명은 71세로 나타났다. 건강수명은 몸이나 정신에 아무 탈 없이 튼튼한 상태로 활동을 하며 살 수 있는 기간, 즉 평균 수명에서 질병으로 몸이 아픈 기간을 제외한 기간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이 80세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노인이 평균적으로 병치레를 하는 기간은 약 10년인 셈이다. 다시 말해 은퇴 후 노후의 생활비 뿐 아니라 의료비도 준비해야 문제없는 노후를 보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상황에서 최근 TV광고를 통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고 선전하는 ‘실버보험’에 대다수의 노인들은 혹할 수밖에 없다. ‘실버보험’은 60세 이상 노인들을 위한 노인전용 보험 상품으로 노인성 질병이나 질환과 상해, 장례비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한 보험이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실버보험은 현대해상의 ‘하이라이프 부모사랑효보험’, AIA생명의 '활기찬 노후보험‘, 차티스의 ’명품치매보험‘, 교보생명 ’참사랑효보험‘, 동부화재 ’프로미라이프 롱런인생보험‘, 라이나생명 ’OK실버보험‘, 동양생명의 ’수호천사효보험‘, 흥국화재의 ’효두배로보험‘ 등 그 수효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하지만 방송을 통해 광고되는 ‘실버보험’은 말 그대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입했다가는 위의 정미경 씨처럼 큰 코 다칠 수 있다. 그렇다면, 전화만 하면 손쉽게 가입할 수 있는 ‘실버보험’ 가입 시 무엇을 꼼꼼하게 체크해야 할까?


보험 약관, 꼼꼼히 체크해야


우선 보험이 보장하는 내용을 잘 살펴야 한다. 실버보험은 크게 ‘정액보장보험’과 ‘실손보장보험’으로 나뉜다. 정액보상보험은 약관상 정해진 질병에 걸렸을 때 정해진 보험료를 받는 보험이며 실손보장보험은 질병이 발생했을 때 정해진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서 발생한 병원료의 90% 정도를 실비로 보상해 주는 보험을 말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든 관련된 사항의 보장을 받으려면 가입 시 담보를 거는 등 보험료가 급격하게 비싸진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실버보험’이 질병에 대한 보장은 빠져있고 사망이나 재해에만 보장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재해는 연령이 증가해도 위험률이 증가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선호하는 케이스다.
사실 일반인들은 대부분 실버보험들의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 이유는 가입 시 조건이 까다롭지 않고 보험료 역시 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지점에 ‘맹점’이 있다고 꼬집는다. 시중에 광고하는 대다수 실버보험들이 ‘갱신형’ 보험이기 때문에 가입 후 계약자의 의사표시가 없을 경우 일정 기간을 주기로 보험료가 갱신된다. 요율로 보면 일반보험과 비교해 크게 저렴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실버보험 가입 시 상품이 ‘갱신형’인지, 보험료에 변함이 없는 형태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이와 함께 ‘특약사항’을 기본옵션인 것처럼 정확하지 않는 정보를 주거나 자칫 오해할 수 있는 애매모호한 문구로 현혹하는 경우도 없지 않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TV광고에 이순재, 신구 등 노인들에게 낯익은 모델들을 이용해 상품을 판매하는 자체가 고령의 소비자들에게 혼동을 줄 우려가 크다고 지적한다. 바로 그 모델들이 가입자로 착각하게 하거나 직접 체험해 본 듯한 뉘앙스를 주는 일종의 ‘상술’인 것.
그렇다면 ‘실버보험’을 가입할 때 어떤 점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치매나 암, 뇌혈관 질환, 골다공증 등 노인성 질병에 대한 보장이 가능한 상품을 고르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위에서 언급했듯 시중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실버보험들은 재해와 사망 보장에 치중된 경우가 많다. 때문에 생전에 막대한 의료비가 수반될 수 있는 질병에 대한 보장이 되는지 먼저 체크해야 하는 것이다.



고령 피해자 보호할 수 있는 ‘특별법’ 절실


그 다음으로 기억할 것은 되도록 실버보험에 가입하기 보다는 다른 보험가입을 검토해 보라는 사실이다. 특히 60세 이하라면 의료실비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좋다. 
부득이 실버보험에 가입하게 될 경우, 고령의 노인들에게는 환급형 보다는 순수보장형이 더 유리하다. 환급형은 보험기간 만기 시까지 보험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적립해 둔 보험료를 돌려주는 보험으로 언뜻 보기에 환급형이 더 유리해 보인다. 하지만, 적립한 보험금을 전액 돌려주는 것도 아니고 위험보장에 필요한 금액을 제외한 저축성 보험료 부분을 돌려주기 때문에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에 비해 순수보장형은 별도의 저축성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도 돼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저렴하다. 더불어 노인들은 언제 질병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환급형보다는 순수보장형을 선택하는 것이 보다 현명할 수 있는 것이다.
보험업계에서 30년 간 종사해 온 한 관계자는 최근 만연한 ‘실버보험’ 광고에 대해 “나이 많고 심적으로 유약한 소비자들의 정서적 약점을 이용하는 마케팅에 불과하다”며 “가입자들에게 불리한 조건은 쏙 빼 놓은 채 최대한 혜택만을 광고하는 행태는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약관 등 꼼꼼하게 체크해야 하는 것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전화상으로 가입이 가능한 판매방식은 문제가 있다”며 “특별법을 통해 보호받고 있는 미성년자처럼 고령자를 보호하고 배려하는 정부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더불어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 사회이니만큼 범정부 차원에서 노인들에 대한 복지에 신경을 써야 하며 ‘실버보험’에 가입한 이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정부가 보험업계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조성기 기자  maarra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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