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석유를 찾아라”

  • 입력 2012.10.31 11:28
  • 기자명 조성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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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석유를 찾아라”
대체에너지 개발, 시급하다


인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방 모씨(43, 직장인)은 한 달 기름값으로 약 50만여 원을 지출한다. 순수하게 출퇴근에만 사용하는 비용으로 주말에 야외에 나가거나 지방 출장이라도 다녀올 경우 10~20만 원이 더 추가되는 형편이다. 업무에 승용차가 필수적인 영업부 직원은 아니지만 방 씨의 직장이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이래저래 차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 울며 겨자 먹기로 차를 굴리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유류비가 더 올라 방 씨는 계속 승용차를 갖고 다녀야 하는지 고민이다.

조성기 기자 maarra21@epeopletoday.com


자영업자 김 모씨(51)는 최근 자신의 중형 승용차를 처분했다. 지속적으로 오르기만 하고 내릴 줄 모르는 기름값도 기름값이지만 장사를 하는 김 씨에게 승용차는 오히려 애물단지이기 때문. 자녀들의 성화로 5년 전 중고로 차를 구입했지만 기껏해야 주말 야외나들이용으로 전락해버렸다. 대신 김 씨는 최근 출시된 전기이륜차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김 씨가 구입한 이윤차는 가정용 전원으로 2~3시간이면 충전되며 연료비는 휘발유 이륜차의 40분의 1 수준으로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0원이 넘어선지 2년이 지난 2012년 10월 현재의 휘발유가는 국제적 유가하락 국면에서도 강세를 지속하고 있는 형국이다. 중고차 시장에는 팔려고 내놓은 차가 봇물을 이루고 새로 차를 장만하는 소비자들은 같은 환경이라면 연비가 좋은 자동차로 몰리고 있다. 특히 수입이 적은 서민들을 중심으로 외출은 되도록 삼가고 출퇴근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카풀’을 하고 있다.
심지어 회사 근처로 이사를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덩달아 신용카드의 사용 패턴 역시 고가의 상품을 구매하던 타입에서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할인해주는 카드로 교체하는 등 바뀌어가고 있다.
이는 계속됐던 국제유가의 오름세가 둔화돼도 국내의 기름값은 떨어질 줄 모르는 상황에 대부분 국민들이 앞날에 대해 어두운 전망을 하면서 생활 패턴을 바꾸려는 움직임이다. 더불어 갖은 아이디어를 동원해 고유가 시대에 철저히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고가 유류비, 당분간 지속세?

기름값 인상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예전에는 중동지역의 국제적 정세에 따라, 혹은 전 세계 경제의 흐름에 의해 유가가 결정됐지만 최근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유가의 급등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유가가 한동안 오르다 일정한 시점에서는 급락하거나 소폭으로라도 떨어졌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의 고유가 현상은 당분간 꾸준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분석의 근거로 산유국들의 석유정점(peak oil)이 지났다는 점을 지적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재래식 원유(conventional crude oil) 생산이 이미 2006년에 정점을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유 생산 증가가 한계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국내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정유사들이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국제 유가가 하락하더라도 국내 기름값을 내리지 않는 것이 관례화 됐기 때문. 더군다나 석유수출국기구, 즉 OPEC 회원국 외의 산유국들은 이미 생산능력이 감소세로 돌아섰고 그로 인해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세계 석유생산량은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처럼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비산유국들의 기름값은 한 번 오르면 결코 떨어지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 된다.
중동의 주요 산유국들이 유가를 안정시킬 이유가 없다는 점도 지속적인 고유가 행진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부터 일기 시작한 중동의 민주화 바람의 후폭풍으로 산유국들은 민주화에 따른 손실 비용을 충당해야 하고 원유 외에 별다른 자산이 없는 이 나라들의 상황을 감안한다면 유가의 고공행진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반 국민들은 위의 예처럼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고유가에 대비하고 있다. 기업 역시 고유가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당장 경영계획을 수정하기보다는 경영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유가와 환율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탄력적으로 대처하고 있고, 유가 변동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업종도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비책을 준비하고 있다.
고유가에 대비하는 것은 일반 국민들이나 기업뿐만 아니다. 범정부 차원에서 자가폴, 셀프주유소를 확대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8월, 유가 안정화 및 정유4사 중심의 과점시장에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해 자가폴, 셀프 주유소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자가폴 주유소 협의회’를 구성해 공동구매, 공동 브랜드 개발, 카드사 할인 협의 추진 시 필요한 협상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 또 셀프 주유소 확대를 위해 내년부터 중소기업청의 소상공인 지원자금 등을 활용하기로 하는 등 고유가 대책을 내놨다.
여기에 정부가 후원하고 에너지관리공단이 주관해 에너지절약에 대한 관심과 실천을 유도하고 나아가 녹색시민의식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가정에서의 에너지절약을 장려하기 위해 ‘에너지절약 1만 우수가구 선발대회’ 같은 정부차원의 행사를 추진하고 있으며, 전 국민 대상의 에너지절약 아이디어 공모전인 ‘에너지절약 슈퍼스타’ 등 국민 누구나 쉽게 동참하고 절약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통로를 준비하고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시급하다


고유가 시대에 기름 수요가 줄어들면서 주유소들도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주유금액의 1%를 적립해주는 적립통장제도의 운영으로 단골을 만드는 주유소가 있는가 하면 일정금액을 주유하면 무상으로 세차를 해주는 주유소도 있다. 여기에 기존의 휴지나 생수는 물론 USB메모리, 와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품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주유시 다양한 경품을 제공하는 한 주유소 사장은 “고유가로 수요가 준 것은 사실이지만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어 다양한 마케팅을 활용해 어려움을 타개해 나가고 있다”고 말한 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고유가의 여파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고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경제가 에너지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들은 대체에너지 개발과 그에 걸맞은 자원 확보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그간 인수합병과 매출신장을 통해 기업의 덩치를 키우는 데 주력했던 기업 분위기에서 고유가로 인한 경영악화에 대비해 신성장동력의 토대로 태양광 자원이나 하이브리드 제품 등 대체에너지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전자 및 중공업 분야는 태양광을 이용한 에너지개발 사업에 눈길을 돌리고 있고 자동차 업계는 이미 수년전부터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정유업체들은 대체에너지 개발을 위한 펀드 조성 등 석유자원의 고갈로 인한 사업 퇴조에 대비하고 있다.
풍력과 태양광 등 친환경적 블루오션이라 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의 우리나라 보급률은 지난 2010년 기준으로 3%대 수준이다. 즉, 석유 자원처럼 고갈되지 않고 무궁무진한 자원이지만 아직도 이 분야에 대한 개발은 미미한 수준이다.  
지식경제부의 자원개발 관련 한 관계자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9%대로 끌어 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특히 신성장동력 제1순위로 꼽히고 있는 태양광산업은 고유가시대에 접어든 2005년 이후 매년 40% 이상씩 성장하고 있으며 범정부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이미 외국의 경우 우리보다 한 발짝 앞서나가고 있다. 유럽공동체는 각 국가별로 신재생에너지정책과 기술개발, 보급투자계획 등을 일사불란하게 진행하고 있다. 특히 2050년까지 CO2 감축을 80~95%까지 목표로 설정, 100% 신재생에너지원의 이용을 전력수급으로 세우고 있다. 또한 R&D공동연구의 일환으로 ‘Framework Programme’이 운용돼왔고, 이와 연계해 200MW급 해상풍력발전기 개발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행하고 있다.
인도나 중국도 전부터 참여해온 FP 프로젝트에 힘입어 6차FP사업에 유럽의 해상풍력기술 개발에 일부 참여하는 등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서도 선도적으로 발 빠르게 대응해 나가고 있다.

장기적인 고유가 시대의 도래에 정부도, 일반 국민들도 나름대로 대처법을 통해 이 위기를 지혜롭게 넘겨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실제로 유가가 높아지면 에너지의 97%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모든 부문의 비용이 올라간다.
따라서 미미한 분야의 에너지 낭비라도 막는다면 고유가의 파고를 넘길 수 있는 여력이 생길 수 있다. 우리나라가 1인당 석유 소비량 세계5위인 현실을 감안한다면 에너지 절약에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는 직접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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