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입장에서 ‘보건교육’과 ‘학점제’를 생각하는 따뜻한 교육인

  • 입력 2012.09.24 16:11
  • 기자명 이광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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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입장에서 ‘보건교육’과 ‘학점제’를 생각하는 따뜻한 교육인
우옥영 사)보건교육포럼 이사장

최근 집단따돌림, 흡연, 비만, 성, 우울, 자살 문제 등 여러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아이들이 널리 문제가 되고 있다. 아이들은 도움의 손길과 함께 ‘건강한 대처 역량’을 길러주는 교육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산업화 및 정보화 등의 사회 변화로, 청소년의 삶의 조건 및 문제들이 이전과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에 OECD각국에서는 이미 ‘지식을 습득하는 교육’으로부터 ‘생활 역량을 기르는 교육’으로 전환한지 오래다. 하지만 우리의 학교 교육은 여전히 지식교과의 틀에 갇혀 학생들이 겪고 있는 여러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
이점에서 최근 사회적으로 대두된 청소년 성폭력이나 학교폭력 등의 문제는 학교 교육 내용의 혁신, 특히 체계적인 보건교육의 시급성을 시사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학생들에게 삶의 기술(Life Skill)을 기르는 보건교육과,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의 조화를 강조하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따라 우옥영 사)보건교육포럼 이사장은 교육과정개혁과 학교보건교육 활성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이광순 기자 kwangsoon80@epeopletoday.com

 

보건교육은 곧 국가경쟁력
2007년, ‘모든 학교 모든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체계적인 보건교육’을 받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학교보건법’이 통과됐다. 10년 넘게 보건교과 입법추진을 위해 달려온 우 이사장을 중심으로 한 보건교사들 및 여성단체 등의 노력이 결실을 보는 순간이었다. 현재 보건교육포럼 이사장으로 재임 중인 그는 이후 다양한 실태조사와 국내외 연구를 바탕으로 보건교육 저변확대에 힘쓰고 있다.

실제 세계보건기구(WHO)는 “학교보건교육에 1달러를 투자하면 14달러의 의료비용 절감효과가 발생한다.”고 했고, 미국에서는 “건강위험요인과 학업성취위험도가 긴밀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보건교육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OECD선진국들은 보건교과를 필수로 지정하여 보건교육을 활성화는 추세이다. 심지어 미국 플로리다 주나 버지니아 주 등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보건교육이수를 해야 졸업이 가능하며, 대학입시 자격이 주어지고 있다.
우 이사장은 보건교육이 개개인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전체 사회에 미치는 효과 역시 크다고 했다. 미국 워싱턴 주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담배, 술, 아침결식, 안전 위협, 탄산음료 등의 위험요인이 학업성취를 100%좌우하고 있다. 현재 저 출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학생들의 건강과 학업성취도는 국가경쟁력측면에서 중요한 것이다. “만일 우리나라 학생들의 건강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규명하고 효과적으로 접근한다면 학생 개인뿐 아니라 국가차원에서도 큰 이득인 것입니다.”
보건교육이 강화되는 국제적 흐름과 법률 개정에 맞추어 보건교육포럼에서는 국회토론회 및 포럼을 통해 보건교육의 발전방안을 논의해왔다. 또한 외국의 보건교육 사례를 연구하고 참고하여 최초로 우리 실정에 맞는 정규 보건교과서<생활 속의 보건>을 제작했으며, 교사 연수, 교육자료 제작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학교보건법이 개정 후 3년이 지난 현재, 우리나라의 초등학교에서는 약 90%이상 의 학교에서 보건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중고등학교의 보건과목 채택률은 1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 입시위주 교육체제에서 보건교육이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이다.
“법률로 의무화된 보건교육이지만 국민들은 이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에서는 보건수업 시간을 확보하기가 어렵고, 교과서 구입도 제한되어, 형식적으로 보고용 교육(방송교육 등)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는 이러한 문제가 보건문제를 신체적 질병 및 사후처치로 국한하는 편협한 시각, 교육을 지식습득 및 입시도구로 보는 관행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아이들은 우울증, 성문제, 게임중독 등 다양한 고민을 안고 있지만, 학교 교육과정에서는 이를 배제하고, 생활지도나 학생 개인의 소관 사항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개혁의 새바람

“보건교과 추진과정에서 우리 교육이 상당히 경직되고 폐쇄적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정보화?세계화 시대에 다양한 분야의 직업 분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 교육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교과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우 이사장은 보건교육문제에 부딪히면서 한국 교육제도 문제로 관심을 넓혀갔다.
그는 교육이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개방적이고 유연한 교육과정으로 변해야 하며, 이에 대한 개방적 논의를 제도화할 것을 촉구했다. “지금처럼 경직된 교육체제로는 변화를 추진하기 어렵습니다. 이를 위해 교육과정 조정에 대한 요구를 수렴하고 발의할 <국가교육과정위원회>를 독립적인 법적기구로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입시위주 교육에 대한 해답으로 미국, 핀란드 등에서 운영하고 있는 <학점제>를 제시했다. 학점제는 일정한 학점을 이수하거나, 정해진 필수과정만 이수하고 나머지 학점은 학생들 스스로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여 듣는 제도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10개 과목 모두 기초부터 심화과정까지 다 공부해야하기 때문에 학습량이 많을뿐더러 과목선택에도 제한이 있고, 사회변화에 따라 변화가 불가능한 구조에 있다는 것이다.
“학점제가 시행되면 아이들은 국영수를 다 잘해야 하는 열등감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필수과목을 기본적으로 필요한 정도의 기초소양으로 이수하기 때문에, 나머지 시간을 다양한 교과목을 선택하고, 접할 수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과거 산업사회처럼 누구나 똑같이 배워야 하는 시절은 지났습니다. 각자 개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교육의 토대를 마련해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학점제 도입 시 늘어난 과목에 따른 교사부족 문제를 지적한다. 우 이사장은 핀란드와 독일의 경우처럼 <1교사 2교과목 담당제>를 병행 추진하면 학점제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는 지금도 각 교과를 담당할 교사 수가 부족한 시골학교가 많습니다. 이러다 보니 해당 과목에 자격이 없는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고 이는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집니다. 이럴 바에 대학교 때부터 복수전공을 통해 한 명의 교사가 2개 교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합니다. 각 교과의 이해관계로 교육개혁을 막는 일도 없어질 것입니다.”
보건교사 시절, 보건실을 찾는 아이들의 아픔과 열악한 보건교육환경에 사태의 심각성을 느껴 시작한 보건교육운동이 현재는 뜻있는 사람과 힘을 모아 우리나라 교육을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모아지고 있다. 우옥영 이사장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하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지금도 학교문제로 상처받는 아이들을 뒷전으로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하게 되는 교육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는 우옥영 이사장의 목소리는 우리사회에 크게 경종을 울린다. 교육개혁을 외치는 각 대통령후보들이 꼭 귀담아 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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