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며

  • 입력 2012.09.24 16:04
  • 기자명 이광순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며
캔버스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작가 배현희
 

유난히도 무더웠던 여름의 대구, 흘러내리는 땀을 뒤로 붓을 놓지 않는 배현희 작가. 자르고 붙이고 긁고 채색하며 일련의 반복되는 작업, 모든 것이 정지된 느낌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여기저기 어지럽게 늘어져 주인을 기다리는 오브제들을 보며 다시금 자신과의 고된 사투를 벌이는 그녀의 삶에 그림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묻는다

이광순 기자 kwangsoon80@epeople.com


운명처럼 다가온 미술세계


유년시절 배현희 작가에서 화가라는 직업은 구체적인 자신의 꿈은 아니었다. 하지만 새하얀 도화지 위의 선과 색들이 춤을 추는 모습을 상상하며 설레어하며, 마치 그림이 자신과 대화하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끼며 행복에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며 그녀는 그림에 눈을 뜨게 된다.
하지만 4남매를 키우셔야 했던 부모님과 넉넉지 못한 가정형편에 그녀는 그 흔한 미술학원 한번 다녀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림에 대한 열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고 그녀의 재능을 알아본 중학교 미술선생님의 아낌없는 격려와 권유로 예술 고등학교와 미대에 진학하며 본격적인 예술가의 길을 걷게 된다. 
그녀는 지난날을 회상하며 “어머니의 배웅을 받고 시험에 필요한 준비물이 뭔지도 모른 채 연필과 지우개만 들고 예고 입학 시험장에 들어가던 자신의 모습이 기억납니다. 물론 남들보다 풍요롭지 않은 길이었지만 좋은 작품을 위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기억들은 소중한 추억이었고, 지금의 자신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밑거름이었다고 생각합니다”라며 그간자신이 걸어온 기억들을 더듬어 본다.  

개성과 자유를 추구하는 그녀의 작품세계


그녀는 시대를 살아가며 자신만의 삶의 방식이 없는 각박한 현대인들 삶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며 현대를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의 다양성, 개성, 자유에 대한 욕망의 추구를 작품을 통해 나타낸다. 그녀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사고방식은 다양한 오브제들을 통해 작품을 완성하는 매개체가 된다. 모든 색의 모체가 되는 강렬한 원색들과 불규칙한 질감들, 그리고 청바지의 빈티지함, 뜯어진 실오라기, 짙은색과 연한색의 변화 등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데님소재이지만 그녀에겐 무궁무진한 작품의 아이템으로 승화된다. 또한 그녀의 작품의 특징을 더욱 살려주는 모든색의 모체인 원색은 그 자체만으로도 강직함, 화려함과 세련미를 더해주며 그녀의 생명력 있는 작품세계를 더욱 빛나게 한다. 특히 붉은색은 열정을 다해 그림을 표현하려는 그녀의 마음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색채이다.
그녀는 대표작으로 ‘세상’ 시리즈를 꼽았다. 인간들의 삶에 있어 늘 함께하는 집들을 그린 이 작품은 올망졸망 모인 집들이 서로 이야기하는 듯한, 그리고 새로운 내일을 맞이하는 원천을 상징하는 평온한 밤의 풍경을 담고 있다.
그림을 통해 대중들에게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메세지에 대해 그녀는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을 통해 동화 속 삶과 같은 순수함을 잃지 않게 만드는 것입니다” 라며 똑같은 일상에지친 현대인들에게 자신의 그림이 편안한 휴식처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작가로서의 고충과 보람

그녀는 국내 미술계가 아직까지 새롭고 개성 있는 작품들보다는 판매를 목적으로 상업적 미술에 끌려가며 주류를 형성하는 폐쇄적인 사고방식과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그림은 정답이 없고 보는 사람들의 관점에 따라 여러 시각으로 보여야 그 어떤 예술보다도 뛰어나고 충분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재의 국내미술계에서 전시 활동을 펼치려면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며 다양성이 떨어지는 미술계 현실의 고충을 털어놨다. 하지만 그녀는 이러한 현실에 결코 굴하지 않고 젊음과 도전정신으로 이겨낼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컴컴한 작업실과 테라핀 냄새가 진동하는 작업실에 갇혀 수많은 고뇌를 거쳐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많은 관람객들에게 작품들을 선보일 때면 작가로서 큰 보람을 느끼고 그간의   고충들이 잊혀 진다며 작품 활동의 매력에 대해서도 전한다.
그녀는 미술작가를 꿈꾸는 미술학도들에게 “작가는 그림으로 이야기해야 합니다”라며 작업여건과 전시여건이 불리하더라도 수많은 고뇌와 꾸준한 열정, 다양한 견문, 쉼 없는 붓질이 있다면 걸작은 탄생할 수밖에 없다며 작가로서 꿈을 꾸는 후배들을 격려했다.

더 큰 세계로의 도약


그녀는 자신의 창작의 원동력에 대해 젊음과 도전정신이 있다고 전한다.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작업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젊음으로 똘똘 뭉쳐진 자신감을 무기로 시도한다. 또한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캔버스위에 마음껏 자신의 세상을 펼치며 그림과 대화하는 그녀의 재능은 신이 주신 값진 선물일 것이다. 
“격자무늬를 일일이 섬세한 붓질로 그려내어 시간이 지날수록 그 밀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음을 느낄 때, 저는 그런 작업의 순간순간들이 행복하고 소중합니다. 유일한 나의 연인이자 묵묵히 자신의 벗이 되어주는 그림을 사랑합니다 ”라며 그림을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녀는 지난날을 회상하며 “그저 한 걸음씩 천천히 걸었습니다. 하루아침에 유명세를 타거나 인기작가가 되려는 욕심이나 요행도 부리지 않았으며, 단지 현재의 작업에 흥미를 느껴묵묵히 최선을 다했습니다 ”라며 앞으로도 자만하지 않고 묵묵히 창작활동을 이어나갈 것을 약속했다.
그녀는 이제 대구를 벗어나 현대미술을 보다 오픈된 마인드로 바라보는 관람객들과 예술의 다양성을 인정해 주는 더 넓은 무대를 꿈꾸고 있다. 특히 몇 해 전 일본에서 치러진 성공적인 교류전과 2회의 수상경력에 힘입어 일본으로의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이처럼 자신의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그림에 대한 열정을 무기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세계로 도약하려는 배현희 작가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피플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