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얼과 혼을 지키다

  • 입력 2012.09.24 15:49
  • 기자명 설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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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얼과 혼을 지키다

김기상 한국전통무형문화재진흥재단 이사장

반만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다양한 전통문화가 전해 내려왔다. 특히나 민족  정신이 고스란히 담긴 전통문화는 현대에 사는 우리들에게 선조들의 숨결을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외래문화는 넘쳐나지만 우리 전통문화는 사람들의 무관심속에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특히 보물과 국보와 같은 유형문화재와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문화재의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하다. 현재 중요무형문화재의 경우 4분의 1 가까이 전승이 단절될 위기에 놓여있다. 전통문화가 사라져가는 세태 속에 김기상 한국전통무형문화재진흥재단 이사장은 음지에서  한국 전통문화의 불씨를 살리는데 고군분투하고 있다

설지수기자 seolk87@epeopletoday.com


전통문화 살리기는 나의 숙명

어릴 적 외진 시골에서 성장한 그는 자연스럽게 우리 고유 전통문화와 생활풍습을 몸소 체험했다. 그의 주변 곳곳에 스며든 전통문화는 자연스럽게 그의 삶 한 부분을 차지했다. 서울에 올라와 한국외대를 졸업한 그는 1979년 입법고시에 합격하여 국회에서 주로 문화정책을 담당하였다.
유년 시절부터 전통문화가 익숙했던 그에게 국회에서의 활동은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한다. “공직에 있으면서 느낀 점은 우리 문화정책이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대중문화에만 치중되어 있습니다. 국회 내에서는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은 적을 뿐 아니라 이를 나타내는 예산 역시 매우 적습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극복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에게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진흥시키는 일은 어쩌면 숙명일지 모른다.
이처럼 다른 문화 분야에 비해 전통문화가 홀대받는 현실에서 그는 사비를 털어가면서 문화재 살리기에 앞장섰다. 2005년에는 문화재청 재단법인으로 ‘한국전통무형문화재진흥재단’을 설립하여 우리 무형문화재를 진흥 발전시키는데 초석을 다졌다. 그는 재단 설립을 통해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문화를 국민들이 쉽게 접하게 하고 전통문화 국제화를 통해 우리문화 알리기에 힘쓰고 있다.
김 이사장은 전통 문화인들이 예술 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끔 여건 마련 할 것을 누차 강조했다. “현재 남사당놀이 풍물단원들 대다수가 다른 직업을 가진 분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생계를 유지하며 예술 활동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는 무형문화재의 열악한 환경을 보다 못해 직접 나서서 입법을 추진하여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을 뒷받침하고 싶다고 한다.
그는 우리전통문화 보존을 위해 수비뿐만 아니라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섰다. 김 이사장은 전통문화 세계화를 위해 2003년부터 미국 뉴욕에서 추석맞이 한민족대잔치를 매년 공동주최하고 있다. 추석맞이 민속 대잔치는 추석을 전후해 주말 이틀에 걸쳐 20만 명 이상이 행사에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이다.
추석맞이 민속 대잔치는 미국사회에 한국의 얼과 문화를 널리 알리는 민간 외교사절 역할을 할 뿐 아니라 교포 2, 3세에게는 한국의 정체성을 깨워주는 장이 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우리문화 세계화를 위해 국악과 공예작품을 가지고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전 세계를 어느 곳이든 가리지 않고 방문했다. 그가 기획한 수많은 공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으로 이라크 자이툰 부대에서 가졌던 위문공연을 꼽았다. 당시 위험천만한 이라크 치안상황을 고려할 때 주위사람들은 하나같이 김 이사장의 위문공연계획을 만류했다. “저는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해 그 정도의 열정도 없다면 애초에 이 일을 시작도 안했을 겁니다.”
그런 그의 열정 덕분에 이라크 자이툰 부대에서 흥겨움과 신명 넘치는 한국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공연 관람 후 한 부대원은 국악공연에 감동을 받으면서 자신을 자책했다. “저는 한국에 살면서 우리 국악을 듣지 못했는데, 머나먼 이국땅에서 국악을 들으니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공연은 저에게 저의 뿌리가 어딘지 알게 해주었고 앞으로 전통문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반성을 했습니다.”

풍부한 노하우와 아이디어로 무장한 전통문화 지킴이

김 이사장은 전통문화산업분야에도 그만의 노하우가 축적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전통문화가 계속해서 국가 지원에만 의존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전통문화가 가진 내실 있는 콘텐츠를 통해 스스로 수익창출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전통문화산업을 현실에 맞게 발전시키기 위한 생각뿐이다. 그 중 하나로 한국 전통 공예 전시품을 전시하고 판매도 할 수 있는 공예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그는 공예단지 내에 공예인들이 직접 공방활동을 하면서 일반인들이 보고 체험할 수 있게 하고 전문 공연장을 설치하여 다양한 무형문화재 종목을 접할 수 있게끔 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그는 한국에 관광 온 외국인이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테마단지 조성과 관련하여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인이 우리 전통문화를 한 곳에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부재하다. “물론 전통문화 각 분야별로 전문적인 전시관이나 체험관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외국인 대상으로는 우리 전통문화를 알릴 수 있는 통일된 장소가 필요합니다.”
끝으로 그는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당부하였다. “문화재청의 전체 예산 중 3%만 무형문화재에 할당될 만큼 문화재청 내에서도 무형문화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적습니다. 말로는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실제로 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보면 전통문화는 매우 홀대받고 있습니다.”
현재 무형문화재는 문화재청에서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한 127종목 중 27개 종목이 전수조교가 없어 맥이 끊길 위기에 있다. 이처럼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무형문화재는 사장될 위기에 처해있다. 남들이 보지 않아도 무형문화재를 지킨다는 신념으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김기상 이사장은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보석과 같은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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