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위에 자연의 리듬을 수놓는 화가

  • 입력 2012.09.24 15:44
  • 기자명 이광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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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위에 자연의 리듬을 수놓는 화가
김경자 화백

유년시절부터 그림을 좋아한 김경자 화백은 각종 미술대회에서 상을 받으며 촉망받는 기대주였지만 전문인으로써 경제 활동을 하길 바란 아버지의 바람에 그녀는 많은 고민 끝에 결국 붓을 놓고 만다. 하지만 그림에 대한 진한 그리움은 그녀의 마음속에 늘 자리 잡고 있었다.
그 후 3년간의 직장생활, 결혼 후 안정된 가정을 꾸리고서야 늘 꿈꿔왔던 그림을 본격적으로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이광순 기자 kwangsoon80@epeopletoday.com

늦은 시작의 극복은 ‘열정’ 하나뿐

남들보다 늦었기에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한 김 화백은 작품을 위해 그림에 관련된 사진, 조각 등 다양한 장르의 분야를 접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그녀였지만 작품 활동과 가정을 동시에 돌보기란 쉽지 않았다. 또한 열정 하나로 최선을 다해 작품에 매진하지만 긴 공백의 시간들은 그녀의 작품 활동에 큰 걸림돌이 되어 방황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사회에서 타인의 도움을 받아 작품 활동을 유지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고 생각한 그녀는 큰 결심을 한다.
초심으로 돌아간 그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에 입학하여 기본부터 탄탄히 새로 그림을 시작한다. 한 가정의 어머니이기에 부담스러운 선택일 수도 있었지만 다행히 그녀의 남편은 가족교육의 투자에 언제나 긍정적 사고의 소유자였고, 그녀의 어머니 또한 오랜 기간 동양화를 그리셨고 다수의 작품과 전시회를 치르셨기에 누구보다 그녀의 작품이 꽃 피우길 바랬다.
대학원 수학 후 그녀는 80년대 초, 더 넓은 작품세계를 위해 가족의 든든한 지원과 격려 속에 그림의 본고장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그녀는 누구보다 성실히 유학생활에 임했고 작품은 점차 그녀만의 색깔을 더욱 진하게 띄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림에 대한 그녀의 열정은 식을 줄 몰랐고, 미국유학을 통해 자유롭고 다채로운 예술활동을 펼치는 작가들과 소통하는 한편 90년도, 당시 국내에는 생소한 현대미술과 그래픽아트를 누구보다 일찍 접하며 작가로서의 역량을 넓혀 나갔다. 

‘그림’과 ‘음악’의 공존을 작품으로 승화
자연의 리듬을 강조하는 그녀의 작품은 자연과 도시의 이미지를 적절히 융화시켜 표출된다. 회색빛 도시의 풍경을 삼각형, 원 등의 도형 이미지로 절개한 후 기호화시켜 배경에 담고, 그 위에 자연의 이미지를 파스텔 톤으로 드로잉 하여 도시와 자연의 조화로움을 부각시킨다.
하루하루 각박하고 치열한 삶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작품을 통해서나마 자연을 전하고 싶은 그녀는 작가노트를 통해 “문명이 발달하고 디지털화되어 가는 시대일수록, 사회구조와 인간의 생활이 점점 규격화 되어 갈수록, 나는 상대적인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에 대한 그리움을 더욱 표현하고 싶어진다. 나는 추상성과 구상성이 공존하는 내 작업을 통해 자연과의 은밀한 교감의 감정을 느끼고 싶고 내 자신이 자연과 하나 되는 무위자연(無爲自然)으로 돌아가고 싶을 따름이다”라고 전하는 그녀의 자연을 향한 그리움과 동경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작업실은 고민하는 방이다”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그녀는 작품이 풀리지 않으면 끊임없는 고뇌에 빠지곤 했다.
한때 작품 활동을 포기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극심한 슬럼프를 겪기도 했지만, 6년 전부터 눈의 건강 때문에 포기했던 그래픽아트를 음악의 악보 속에 인용하며 창작의 슬럼프를 이겨낼 수 있었고 그녀의 작품세계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할 수 있었다.
악보를 도입하며 작품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은 계기에 대해 그녀는 “10년간 성악을 부른 남편의 영향으로 6년 전부터 성악을 공부를 시작했어요. 하루 종일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을 듣다 보니 자연스레 화폭에 악보가 담기게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음악의 악보들을 그래픽 작업으로 색상을 바꾸고 편집해 배경을 만든 후 전국의 아름다운 산을 돌며 자연의 이미지를 직접 촬영한 후 배경위에 리터치를 통해 작품을 완성시킵니다” 라며 최근작들의 의미 있는 탄생배경에 대해 전했다.

그림은 신이 주신 값진 선물


독실한 크리스천인인 그녀는 자신의 능력은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기에 많은 대중들이 자신의 작품 속에서 잔잔한 감동과 위로를 받기를 바란다. 또한 예전 작품들은 캔버스 속에 머무른 정체된 느낌의 그림들이었다면 지금은 신이 인간에게 선물한 자연과 인간이 만든 리듬, 악보 등의 오브제를 조화시켜 자신만의 생명력 있는 작품세계를 통해 대중들과 소통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녀는 작가를 꿈꾸는 젊은 지망생들에게 “처음부터 이른 시기에 추상화를 지향하는 점은 모래위에 성을 쌓는 것처럼 그림의 기본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좋은 그림은 나오지 않기에 꾸준한 고뇌와 자기성찰이 필요하며 선하나, 동그라미, 채색부터 모든 그림은 기본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생각이 중요합니다. 중간에 작품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있지만 실망하지 않고 그림에 열정을 갖고 임한다면 시야가 넓어지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입니다”라며 후배들을 격려했다.
최근 그녀는 자신이 건강하지 않으면 작품도 영향을 받아 생동감이 떨어진다는 생각에 꾸준한 운동을 통해 그림의 열정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10월 ‘서울국제아트페어’와 11월 ‘싱가폴아트페어’를 통해 국내외를 넘나들며 대중들과 소통할 예정이다.
누군가의 아내, 어머니, 뒤늦은 작가로서의 삶은 그리 평탄한 시간들만은 아니었다. 굴곡지고 힘든 시간들이 많았지만 결코 현실에 굴하지 않고 그림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이겨낸 그녀에게 있어 그림의 의미는 남다르다.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사물들을 남다른 시점에서 아름답게 볼 수 있다는 자체가 하나님께 부여 받은 달란트이고 그림을 통해 얻은 소중한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전하며 앞으로도 끊임없는 열정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갈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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