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영혼의 언어로 빚는 ‘생명’의 미학

  • 입력 2012.09.24 15:21
  • 기자명 이광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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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영혼의 언어로 빚는 ‘생명’의 미학

이현 화가

이현 화가는 고등학생 시절 벽보에 붙여진 색채의 마술사, 마르크 샤갈 전시회 포스터에 홀린 듯 이끌려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뜬다. 늘 어린 시절부터 그림이 생활의 일부였던 그에게 마르크 샤갈의 그림은 그의 별명처럼 이 화가에게 마술을 부린 듯 그를 미술의 세계에 푹 빠지게 만들었다.
그는 미술에서 마르크 샤갈처럼 색채의 마술사가 되고 싶을 뿐 아니라 삶에서도 인생의 마술사가 되고 싶어 한다. “저는 제가 미술가이지만 학교에서는 훌륭한 교사로 집안에서는 따뜻한 아내와 엄마로서 모든 일에 충실하고 싶습니다.” 이런 그의 인생관에서 볼 수 있듯 그에게선 뜨거운 역동성과 동시에 매사 진중함이 느껴진다.

이광순 기자 kwangsoon80@epeopletoday.com

끊임없는 사람, 자연과의 소통

이현 화가는 성신여자대학교 졸업 후 줄곧 교직에 몸담아 오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현재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미술중점학교로 지정한 동광고등학교 예술부장을 맡으며 참다운 미술교육을 행하고 있다.
우리가 아는 예술고등학교와 달리 미술중점학교는 대학입시가 최종목표가 아닌 예술교육을 통한 창의, 인성을 함양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교육계의 대안이다. 이 화가는 “학생들 스스로가 흥미를 가지며 수업에 참여할 뿐 아니라 다양한 체험활동, 봉사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인간적으로 성장할 때 보람을 느낀다”며 얼굴 한가득 미소를 보였다.  
이렇듯 학생 체험위주의 예술중점학교는 이 화가의 평소 교육관과도 일맥상통한다. 이 화가는 “스스로 체험하고 깨달음을 얻는 일상이 인생의 가장 큰 스승”이라는 명제 하에 매 순간 경험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는 “아이들과 호흡하면서 스스로도 많은 것을 배운다”며 학생들과의 만남 뿐 아니라 모든 사람과의 만남 하나하나를 소중히 생각한다.
평소 이 화가의 인생관에서 볼 수 있듯이 그의 예술적 모티브 또한 주변과의 끊임없는 만남과 소통을 통해 채워진다. 해외 전시회 일정이 있을 때면 전시회에 참가하면서 동시에 그 나라 구석구석 누비며 내면의 세계관을 넓혀 나간다. 그의 끊임없는 배움에 대한 열정은 2007년 휴직을 하고 미국 코네티컷대학교(University of Connecticut)로 유학길에 오르는 과감한 결단에서 잘 드러난다.
이 화가의 세상과의 끊임없는 만남은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자연을 좋아하는 이 화가는 평소 설악산과 한라산 등 남한의 명산들을 올랐을 뿐 아니라 백두산과 중국의 황산을 등산할 정도로 등산마니아다.
“땀 흘리며 산을 오를 때면 산에 내가 안기는 것과 같아 굉장한 행복감을 느낀다”고 말하는 그는 자연에서 삶의 활력을 찾고 있다. 한창 산에 빠져있을 때 1년 52주 중 48주는 주말마다 산행을 했을 정도로 그의 자연에 대한 사랑은 타의추종을 거부할 정도다.

성실과 열정의 귀감이 되는 ‘예술가’

이현 화가의 작품들의 모티브는 꽃에서 가져온 것이다. 처음 꽃 속에서 소재를 찾을 때는 작가로서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 같아 고심도 했지만 지금은 자신의 내면을 잘 드러낼 수 있는 꽃을 통해 삶을 돌아본다고 한다. 하지만 이 화가는 처음부터 꽃을 소재로 작업을 한 것은 아니다.
“젊은 시절에는 다소 파격적인 소재들로 작품활동을 해왔는데 결혼 후 제 작품세계에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처녀시절에는 시시콜콜할 것만 같았던 결혼생활이 결혼 후에 보니 한 가정 안에서 강한 생명력을 느꼈습니다.”
그렇듯 그의 작품세계는 ‘생명의 변주곡’이라는 늘 동일한 타이틀로, 생명활동 속에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 그가 캔버스에 담은 주변 사물들은 작가의 온화한 감성을 그대로 전달해주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성남시청, 강동구청, 병원 등에 전시되며 여러 사람들에게 행복의 에너지를 전해주고 있다.
또한 이 화가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그의 내면의 목소리가 진솔하게 들려온다. 이 화가는 “남들이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먼저 내 위치를 찾은 다음에 자신의 영혼을 화폭에 담으려는 노력”을 통해 자신만의 작품세계관을 확립했다.
이 화가는 교직을 겸하면서 바쁜 시간 속에 틈틈이 작품활동을 해왔다. “저녁 늦게까지 학생들을 지도한 후 작업실에 도착할 때면 11시가 되는 경우가 허다해요. 그래도 작품활동을 할 수 있다는 행복감에 아침까지 정신없이 그립니다.”
이런 그의 미술에 대한 뜨거운 열정으로 개인전을 비롯해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러시아, 스웨덴, 캐나다 등 각국의 현대 미술전 참가를 통해 자신만의 독자적인 예술적 경지를 구축해왔다. 최근 9월에는 한국화랑협회에서 주최하는 제 11회 KIAF(한국국제아트페어)에 올해로 7번째 출품하면서 예술가로서 인정을 받고 있다.  
흔히 화가들은 미술사에 길이 남을 불후의 역작을 남기고 싶어 한다. 이러한 사실은 이 화가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그의 생각은 사뭇 독특하다. 이 화가는 자신의 마지막 작품활동을 세상이라는 거대한 캔버스에 담고 싶어 한다. “저는 넓은 평지위에 나무를 심으며 자연이라는 아름다운 작품을 후손에게 남기고 싶습니다.” 자연을 담으려는 그의 포부에 캔버스가 너무나도 작게만 느껴진다.
예술가로서 뿐 아니라 교직자인 그는 힘이 닿는 한 후학들을 양성하며 교육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자칫 한 사람에게 버거울 수 있는 교사와 미술가로서의 삶이지만 그의 역동적인 삶의 자세로 그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고 있다.
소소한 일상 속 작은 경험마저 자신의 스승으로 삼는 이현 화가. 그는 주어진 환경에 쉽게 낙담하는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는 예술가로서의 롤 모델로 전혀 손색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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