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무섭고, ‘사람’도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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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무섭고, ‘사람’도 무섭다?
2012년 ‘우울한 대한민국’, 날로 늘고 있는 ‘우울증’

최근 대한민국이 갈수록 ‘우울’해지고 있다. 인기 절정의 연예계 톱스타에서부터 평범한 가정주부와 취업을 앞둔 대학생, 입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온통 ‘우울증’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우울증’. ‘주요우울장애’라고도 하는 이 증상은 정신질환의 일종이다. 일시적으로 우울한 기분을 느끼는 것과는 달리 우울하고 슬픈 감정과 의욕저하 등 다양한 신체적인 증상이 함께 나타나 지속되는 증상을 통칭한다. 유력한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1년에 약 320만 명이나 발병하며 남성에 비해 여성의 발병률이 두 배나 높다고 전해진다. 

조성기 기자maarra21@epeopletoday.com

매사에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고 믿는 회사원 박 모씨(38). 그는 언젠가부터 온 몸이 나른해지면서 우울한 기분이 찾아왔다. 직장생활에서 극히 작은 일에 짜증을 내는 횟수가 많아졌고 집에 돌아와서도 아내와 아이들이 귀찮기만 하다. 며칠 전에는 잠자리에 누웠다가 뜬금없이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 흠칫 놀라기도 했다. 평소 운동을 좋아해 자주 다니던 헬스클럽이나 볼링장도 발길이 뜸해졌다. 걱정되는 마음에 찾았던 병원에서 그는 뜻밖의 진단을 받았다. ‘우울증’이었다.
경기도 김포에 사는 가정주부 천 모씨(35)는 올해 8월, 10년 가까이 다녔던 직장을 그만뒀다. 세 살배기 아들을 키우는 데 전념하기 위해 큰 결심을 했던 것. 맞벌이를 할 때 보다 수입은 30% 이상 줄었지만 육아를 통해 그간 알지 못했던 행복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올 초부터 유 씨는 갑자기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왠지 모르게 남들에게 뒤진다는 강박관념이 생기면서 아이를 돌보는 틈틈이 뭔가를 해보려 했지만 우울증의 정도는 점차 커져만 갔다. 급기야 병원치료를 받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지면서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우울증, 정신질환의 일종

우울증은 전 연령에서 고르게 나타나는데, 연령의 평균은 약 40세며 환자의 절반 이상이 20대에서 50대 사이에 발병한다. 또, 우울증은 자살을 초래할 위험이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약물치료나 정신치료 등 치료가 가능하다. 어떤 이들은 우울증에 대해 ‘마음의 감기’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감기가 완치가 불가능하듯 우울증 역시 완치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표현인 듯 보인다.
우울증은 자살의 최대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통제가 어려운 우울증의 특징은 10%의 부정적인 면으로도 그 10%에 예민하게 집착해 돌이킬 수 없는 극단의 선택을 할 수도 있는 것. 우울증을 앓는 이들은 겉으론 무기력하고 우울해 보이나 사고 체계 안에서는 그 부정적인 면을 향해 굉장히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소견이다.
지난 2월 ‘우울증 임상연구센터’가 발표한 ‘자살시도 경험에 따른 한국 우울증 환자의 임상적 특징’이라는 논문은 최근 우리나라 우울증의 위험 수위가 어디까지 이르렀는지 극명하게 보여준 자료였다.
이 논문에 의하면 국내 우울증 환자 가운데 5명 당 한 명 꼴(20%)로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5세 미만의 젊은 층 자살 시도율이 특히 높았다. 이는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로 16.5%인 미국은 물론 일본, 캐나다 등의 국가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 논문에 의하면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의 자살 시도 경험은 평균 2.1~2.7회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12세 이전의 아동기에 가족의 사망이나 학대 등 폭력, 따돌림, 성폭행 등을 경험한 경우 자살 시도율이 1.7배 증가했다. 이전에 우울증을 앓은 경험이 있는 경우는 2.1배, 불안이나 망상 등 정신병적 증상이 있는 경우는 3배나 높았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한 전문가는 “서양에 비해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의 자살 시도율이 높은 이유는 우울증을 감추고 조기치료를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뒤 “우울증 치료를 부끄러워하는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 우울증 환자에 대한 적절한 치료수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심리적 원인 큰 우울증, 조기 치료해야

그렇다면 이렇듯 심각한 수위에까지 이른 우울증이 우리 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우울증의 원인에 대해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 바로 생물학적 요인과 사회심리학적 요인이다. 생물학적 차원에서 보면 우울증이란 뇌의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으로 발생하거나 유전적인 문제에 의해 발생한다. 또 갑작스런 스트레스나 다른 육체적인 질환이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최근 두드러지게 늘고 있는 우울증의 주요 원인이 되는 것은 사회심리학적 요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최근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더불어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 소비자 물가의 폭등과 이로 인한 스트레스와 불안이 우울증을 양산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나아가 개인 소외 현상 등 갈수록 삶이 팍팍해짐을 느끼는 현대인들의 역기능이 근래 들어 최고조에 도달하고 있어 당연히 우울증이 늘 수밖에 없다는 것.
특히, ‘불안’은 우울증을 발병시키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불안은 단순히 마음이 편하지 않는, 조마조마한 상태의 크기에서 특정한 원인이나 대상 없이 막연하게 나타나는 불쾌한 정서적 상태를 지나 인간 존재의 밑바닥에 깃든 허무에서 오는 위기의식으로까지 발전한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신경증, 공황장애, 불안장애로 발전하다 결국 ‘영혼의 죽음’이라 일컬어지는 우울증으로 발전되는 것이다.
우울증이 다른 질병과 비교해 특히 위험한 이유는 바로 자살 같은 극단적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우울증’은 발병한 이후에는 치료하기가 까다로운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우울증이 오기 전에 병증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우울증의 가장 주요한 원인이 되는 ‘불안’에 대한 관리와 다스림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두려움이나 불안을 느끼는 것을 감추거나 수치스러워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더불어 불안을 완전히 없애겠다는 욕심과 없애야 한다는 강박관념 역시 금물이라고 귀띔한다. 불안은 결코 사라질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에게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다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특히 내면의 고통과 우울함을 감추려고 일부러 ‘밝은 척’하는 자세는 절대 금물이다. 최근 미국의 미시간주립대의 브렌트 스캇 교수팀이 2주간 버스회사의 운전기사들을 상대로 조사해 발표한 연구결과는 이 같은 논리를 증명해준다.
연구팀은 기사들에게 운전 중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거나 현재 상황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어떤 경우에라도 억지 미소를 짓게 했다. 그 결과 억지웃음을 지으며 겉으로 밝은 ‘척’을 하는 기사들이 실제로 더 우울함을 느꼈으며 사직을 한 경우도 더 많다. 뿐만 아니라 일의 능률과 생산성도 크게 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내면의 아픔이나 우울함의 감정을 숨기지 말고 드러내는 것이, 그 것들을 없애려 억지웃음을 만드는 것보다 오히려 더 좋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우울증 치료에 있어 기본은 병원을 찾아 의료전문가의 상담 후 처방받아 치료하는 것이다. 약물치료는 우울 및 불안 증상을 호전시키는데 매우 효과적인 치료방법이다. 약물은 세로토닌과 같은 신경 전달 물질이 이상을 정상적으로 회복시키고 그를 통해 증상을 개선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욱 빠르고 확실한 치료는 약물치료와 더불어 정신 치료적 접근을 함께 하는 것이다.
우울증은 무엇보다 악화되기 전 초기 증상 때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또 우울증은 나름대로 그 이면에 반드시 그 우울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있게 마련이다. 특히 우울증 치료 후 다시 재발했다면 그 때의 원인이 제대로 치료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만이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다. 더불어 균형 잡힌 휴식과 섭식, 규칙적인 운동이나 생활의 패턴을 만들어가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신의 장점을 찾고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일도 필요하다. 더불어 매 순간 자신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기회들을 만들어 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를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인정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 자신의 상태, 장단점 및 성향을 적확히 파악하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계획을 세워 자신의 비전을 현실화 시키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우울증은 치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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