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생활이 ‘의존증’ 부른다?

조성기 기자l승인2012.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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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한 생활이 ‘의존증’ 부른다?
첨단 IT시대의 그늘, ‘디지털 의존증’ 심각하다





아침이면 스마트폰에서 울리는 알람소리에 잠을 깬다. 역시 스마트폰을 열어 하루 일정을 체크하고 아침을 먹으며 어제 만났던 절친과 ‘카톡’을 한다. 페이스북으로 ‘기상청’의 태풍이 북상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우산을 들고 집을 나선다. 대중교통 검색은 말할 것도 없고 트위터 확인과 쇼핑에 이르기까지 웬만한 일상은 모두 스마트폰으로 해결한다. 사무실에 와서는 PC로 인터넷을 하며 업무를 본다. 이렇듯 스마트 기기들은 우리의 일상을 점령해 버렸다. 온통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의 풍경은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됐다. 이와 함께 ‘디지털 의존증’이라는 새로운 용어도 생겼다. 

조성기 기자maarra21@epeopletoday.com




종로구 운니동의 직장에 다니는 회사원 이청회 씨(37, 가명)는 최근 왼쪽 어깨가 심하게 결리고 눈이 침침해 사무실 근처의 병원을 찾았다가 뜻밖의 진단을 받았다. 진단명은 ‘VDT 증후군’.
이른바 ‘컴퓨터 단말기 증후군’으로 컴퓨터나 TV 등 전자기기를 오랫동안 이용했을 때 발생하는 증상이다. 영업부에 근무하는 이 씨의 경우 시간 날 때마다 테니스나 헬스 같은 격한 운동을 즐기는 등 활동적인 데다 내근직과 비교해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고 게임중독증상이 있다거나 TV를 오래 시청하지도 않아 진단 결과는 의외였다.
자신의 생활패턴을 곰곰이 생각해보던 이 씨는 무릎을 쳤다. ‘VDT 증후군’ 판정을 받은 박 씨의 주요원인은 다름 아닌 ‘스마트폰’이었다. 스마트폰을 구입해 사용한지 1년이 넘은 이 씨는 매일 5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과다 사용자였다.
이 씨는 의사를 통해 스마트폰과 PC 등 디지털 기기를 당분간 사용하지 말고 책을 읽거나 가까운 교외로 여행할 것을 권유받았다.
‘디지털 혁명’이라고까지 불리는 스마트폰의 등장은 우리들에게 엄청난 편리함을 가져다 줬지만 현대인들의 ‘디지털 의존증’을 크게 심화시키고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디지털 기기의 출현은 디지털 환경을 훨씬 풍요롭게 만들었지만, 각종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이 우리의 기억력은 급격히 감퇴하고 점차 석화돼가고 있는 것.

디지털 기기가 우리 건강을 해치고 있다

미국의 한 조사기관이 스마트폰에 대해 실시한 한 조사결과는, 우리 시대에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가 우리 삶에 어느 정도의 비중을 갖고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일반 핸드폰 사용자와 스마트폰 사용자의 이용실태를 조사한 것이었는데 그 결과는 놀라웠다. 즉, 일반 핸드폰 이용자의 경우 하루 평균 40여 분 이용에 단순 통화가 약 60%를 넘는 이용 경향을 보였다.
반면, 스마트폰의 경우 하루 평균 한 시간을 사용했고 이 가운데 단순 통화는 40% 정도였다. 나머지 60%가 인터넷 검색이나 다른 용도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것. 이러한 조사결과는 스마트폰은 이미 핸드폰의 기능을 넘어서 ‘손 안의 사무실’ 역할을 하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러한 급격한 기술적 변화에 힘입어 우리의 일상문화 역시 이에 영향을 받아 큰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디지털 혁명’은 이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연평균 20억 달러 이상 규모의 새로운 부가가치 시장, 즉 블루오션을 창출해냈고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각자의 특화 영역을 선점하려고 혈안이 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혁명의 환경을 보면 앞으로 삶의 질 향상과 편리에 대한 전망은 장밋빛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 문명의 이기라고도 할 수 있는 이러한 과학기술의 발전은, 그러나 그 변화의 속도에 미치지 못하는 인간들의 적응력으로 인해 위의 예와 같은 각종 다양한 부작용과 문제점을 낳고 있다.
지나친 애플리케이션의 이용으로 인한 가족 간 대화단절과 위화감의 조성, 인터넷 게임중독과 그로 인한 현실 도피현상의 만연, 청소년들의 사회성 결여 등 다양한 형태의 부작용으로 표출되고 있다. 또한 그 주기가 ‘전광석화’라고 표현할 만큼 빠르기만한 신형 디지털 기기의 교체는 e-폐기물의 대량화로 인한 환경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특히 이러한 부작용 가운데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바로 ‘디지털 의존증’. 한시라도 디지털 기기와 멀어지게 되면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 일반 핸드폰이나 컴퓨터보다 스마트폰의 경우 중독될 위험성이 크다는 데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스마트폰 사용자 가운데 스스로 “스마트폰 사용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십중팔구는 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 경우 진지하게 스마트폰 이용 자제를 고려해야 한다. 왜냐하면 디지털 기기의 과 사용으로 인한 자각증상은 스스로도 파악하기 쉽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중독이 더 심각한 상황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중독현상은 ‘인터넷 게임중독’과 그 유형이 흡사하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게임중독을 ‘충동조절장애’라는 질병으로 간주한다. 이는 인터넷 접속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하고 일의 능률이 떨어지다가 인터넷 접속을 통해 위안을 느끼는 심리적인 의존성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의 중독 증상에 대한 치료와 예방 역시 인터넷 게임중독 증상의 예와 같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활발한 두뇌운동만이 ‘디지털 치매’ 예방

이른바 ‘디지털 부작용’으로 불리는 이러한 폐해들은 현대인들의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디지털 기기들, 특히 스마트폰 같은 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삶의 질과 가치를 만들어내는 데 어떤 영향을 주게 되는지에 냉철한 인식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대다수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특히 호기심이 많고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의 인성 형성에 있어 디지털 기기의 과도한 사용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스마트폰에 중독된 청소년들은 학습이나 독서 등 집중을 요구하는 일에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 학교 성적이나 교우관계로 인해 우울증을 갖고 있거나 비행청소년의 경우 그 중독성은 일반 청소년들보다 훨씬 크며 스마트폰을 통해 자기만의 가상세계에 빠져 부지불식간에 범죄의 길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디지털 기기의 사용으로 야기되는 부작용이 비단 이러한 정신적, 사회적 문제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과도한 인터넷의 사용이나 스마트폰 중독은 시력의 감퇴와 척추 손상 등 우리 신체건강과도 직결된다.
또 기억력이 감퇴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면 방향감각 상실이나 심할 경우 치매를 유발하기도 한다. 이른바 ‘디지털 치매’라고 불리는 이 증상은 디지털 기기 의존증이 부르는, 가장 위협적인 증상으로 디지털 기기 사용자 가운데 60% 이상이 초기 증상을 나타낼 정도로 심각하다.
디지털 치매의 주요 증상으로는 집과 회사 등 비교적 기억하기 쉬운 곳 이외의 전화번호나 주소 등 연락처가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전날 점심이나 저녁식사의 메뉴가 생각나지 않는 등 아주 단순한 것들이다. 또, 전에 만난 적이 있는 이가 처음만난 것처럼 느껴진다거나 타인들로부터 “왜 자꾸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 하느냐”는 지적을 받는 경우다.
치매의 초기증상과 유사한 디지털 치매를 방치하면 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 디지털 치매를 방지하려면 가능한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두뇌를 자극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 책을 읽거나 계산 문제를 자주 풀어보는 것도 좋다.
또 시나 노래가사를 외우거나 신문을 정독하고 스크랩을 하고 하루하루 중요한 일정을 머릿속에서 정리해 메모를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루 일과 가운데 디지털 기기 사용량이 50%를 넘지 않는 것이다.

현재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 기기들은 우리가 움직이는 모든 일상의 영역에서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그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과 아울러 네트워크와 결합해 새로운 정보로 바꾸고 공유하는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조류에 뒤처진다면 ‘시대적 미아’로 전락할 것이라는 두려움과 불안은 우리로 하여금 ‘디지털 의존증’이라는 디지털 시대의 그늘을 양산하고 있다.
미래학자인 니콜라스 카는 그의 역작인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The Shallows)>에서 “컴퓨터와 인터넷을 무조건 믿고 무분별하게 사용하면서 가벼운 지식이 양산됐다”고 지적하면서 “인터넷을 통한 맥락 없는 정보만 추구하게 되면서 우리의 사고방식은 지극히 경박해졌으며 뇌구조까지 물리적으로 취약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현재의 세태를 꼬집고 있다.
디지털 기기가 인류의 생활을 보다 윤택케 하고 삶의 질을 높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 급변하는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에 발맞추지 못하고 멈춘다는 것은 말 그대로 낙오를 뜻한다. 이러한 대세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면 그 흐름에 몸을 의탁하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지혜를 짜내야 한다. 

 


조성기 기자  maarra21@epeople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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