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의 역동성, 또 다른 생명력을 길어 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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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의 역동성, 또 다른 생명력을 길어 올리다

이청자 화가

‘고희(古稀)’를 넘긴 노구의 몸과 영혼에서 어떻게 저렇듯 활력이 넘치는 동적인 화풍이 배태될 수 있을까. 이청자 화가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청년의 기백이 물씬 풍기는, 뜨겁고 선 굵은 ‘날숨’이 느껴진다.
그의 캔버스에서는 청쾌한 맥박과 무엇이라도 타오르게 할만한 ‘잉걸불’의 열정이 시나브로 뿜어져 나온다. 특히 푸르른 생명력을 드러내는 회화들의 거개가 자유분방함을 최선의 미덕으로 삼고 있는데 반해 이 화가의 회화들에게선 그 생명력 속에 정돈된 절제가 놀랍도록 승(昇)하다. 이러한 사실은 그의 화력(畵歷)이 결코 녹록치 않음을 반증하는 예이다.  

글 조성기 기자

자연생명력 드러내기 위한 ‘통합의 메커니즘’

이청자 화가의 작품들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이는 정물과 풍경을 주로 작업해 온 초?중기에서부터 ‘춤’을 주제로 자연의 ‘정점’이랄 수 있는 인체의 역동성을 보여주고 있는 현재의 화풍에 이르기까지 이 화가의 화업(畵業) 전체를 일관되게 아우르고 있다.
신비하게도 그 정돈된 느낌이 살아있는 이 화가의 화폭에서는 절제된 소박함과 동시에 고급스런 섬세함이 강렬하게 느껴진다. ‘구상화’이지만 ‘추상화’가 갖는 상징성을 배제하지 않고 그렇다고 직관적인 사실성을 잃지 않으며, 구상과 비구상 사이에서 건강한 긴장을 적절히 유지하고 있는 그의 그림은, 예술가로서 이 화가의 ‘강단’있는 내적 성품을 보여준다.
이런 성향에 대해 김진엽 미술평론가는 “‘우연성의 추상’에 ‘구상의 필연적 요소’들을 융합시키는 것으로, 절제된 선 표현을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그의 그림에서 하나의 선이나 형태는 생명선이 되며, 색채의 융합은 환상을 통해 생명감의 절정을 표현한다”고 높이 평가했다.
오랫동안 교편을 잡아 온 이 화가의 초?중기 작업은 주로 풍경을 통해 자연의 신비와 그 속에 내재된 생명력을 화폭에 담아내는 것이었다. 그 자체로 ‘거대한 생명의 덩어리’로 표현되는 자연 속에서 이 화가는 리드미컬한 생명력과 율동감을 발견하고 이를 화폭에 정직하게 옮겨놓는다.
모든 생명체가 하나의 유기체라는 ‘가이아(Gaia)’이론과도 상통하는 그의 자연관은, 생성과 소멸, 탄생과 죽음, 흥(興)과 쇠(衰), 정(靜)과 동(動) 등 자연적 섭리의 양가적인 개념들을 하나로 융합해 캔버스 위에 버무려 놓는다. 그의 그림의 소재가 꽃이든, 정물이든, 풍경이든 이 같은 ‘통합’으로서의 회화적 메커니즘은 모두 동일하다. 오랜 화력을 거치는 동안 이 화가는 자연에 대해 이러한 ‘통합’의 시선으로 접근해왔으며 이는 자연적 본질에 내재해 있는 질서와 리듬, 그리고 운율을 탐색하는 과정이었다.
한편, 그의 작품에서 발견되는 미적 완결성은 바로 안정적 구도에서 온다. 그런데 이와 같은 구도 감각은 단순히 교육이나 훈련만으로 획득되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타고난 미적 안목과 감각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더구나 예순을 넘어 홍익대 대학원에 진학하는 등 제도적 미술교육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이청자 화가에게 예의 선천적인 구도감은 작가로서 그에게 ‘선물’과도 같다고 해야 할 것이다. 

 

 

자연의 정점, ‘인간’에 대한 진중한 시선

화가에게 있어 화풍과 소재의 변화란, 어떠한 개별적 혹은 공적 사건, 아니면 극심한 내적 충격으로 인해 세계와 인생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거나 삶의 궤적에서 눈에 띄는 변곡점에 이르렀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2000년대 초반 무렵 이청자 화가의 소재적 관심은 서서히 자연으로부터 그 자연의 ‘정점’이랄 수 있는 ‘인간’으로 옮겨져 온다. 하지만 이 화가에게 있어 소재적 변화란 ‘변곡점(變曲點)’이라기보다는 ‘비등점(沸騰點)’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 모른다.
특히, 정물과 풍경 등의 작업을 통해 대자연 속에서 생명력의 원천을 길어 올린 이 화가는 ‘생명력의 약동’을 온전히 묘사할 수 있는 ‘춤’을 통해 자신만의 새로운 미학적 어법을 추구한다.
“춤이란 생명있는 존재들만이 지닐 수 있는 리듬이자 에너지”라고 표현하는 이 화가에게, 정적인 포즈에서부터 역동적인 포즈까지 변화무쌍한 이미지를 선사하는 ‘춤’은 우주적 생명력의 정수를 드러낼 수 있는 맞춤한 소재이기도 했다.
더욱이 젊은 시절, 무용을 통해 ‘몸의 미학적 탐구’에 천착했던 이 화가의 경험은 춤을 소재로 한 그의 작품이 춤동작의 섬세한 디테일과 그에 따른 체형미를 드러내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춤’을 통해 자연과 인간을 아우르는 모든 세상을 고요하게 응시하는 이 화가의 눈에는 주체할 수 없는 애정과 감동으로 충만하다.
27회의 개인전과 수백 차례의 단체전, 초대전을 통해 일반인들과 조우한 이 화가의 예술세계는 항상 에너지와 열정이 넘치는 ‘청년기백’을 밑바탕으로 하고 있다. 요컨대, 이청자 화가는 생물학적 연령과는 상관없는 ‘에너지’ 넘치는 청년작가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최근 한국의 ‘전통춤’에 대한 남다른 관심으로 많은 작품을 생산하고 있는 이 화가는 작품의 완성도와 리얼리티를 위해 한국의 전통의상과 한국춤의 가락, 한국춤사위의 미학적 차원의 연구를 부단히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성실과 열정, 그로 인한 작가의식이 빚어 낸 이청자 화가의 이후 작품세계가 기다려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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