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대선, 안개 속 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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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무중(五里霧中)’
12월대선, 안개 속 판세

제18대 대선이 꼭 100일 남은 지난 9월 10일, 대선의 판도는 역대 대선의 판도와는 전혀 달랐다. 10일 현재 여당인 새누리당의 후보로 결정된 박근혜 후보와 대결할 야당 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잠재적 후보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민주통합당의 후보가 유력시되는 문재인 상임고문과의 지지율 격차는 그리 크지 않다.
역대 대선을 봤을 때 남은 100일 간 여러 가지 예측불가능한 변수들이 많았음을 감안할 때 올 대선의 결과는 쉽사리 점쳐지지 않는다. ‘오리무중(五里霧中)’, 말 그대로 한 치도 앞을 볼 수 없는 안개 속 판세인 것이다. 

조성기 기자maarra21@epeopletoday.com

오는 12월 치러질 제18대 대통령선거는 여러 가지 면에서 역대 대선과는 차이점을 보이고 있는 형국이다. 우선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후보로 박근혜 후보가 확정됨에 따라 사상 처음으로 여야 간 ‘성 대결’ 구도로 짜였다. 결과에 따라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기존 정당정치를 벗어나 안철수 원장의 행보가 보인 새로운 장외 정치형태가 국민들의 주목을 받는 등 역대 어느 선거보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더불어 선거결과에 따라 절차적 민주주의를 이끌어냈지만 구시대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이른 바 ‘1987년 체제’의 정치질서를 깨뜨리고 새로운 ‘체제’를 열 수 있는 중대한 선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의미를 떠나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존의 선거에서 드러난 병폐들과 문제점들이 없는 것도 아니다. 여전히 상대 후보 혹은 잠재 후보에 대한 ‘묻지마식 폭로전’이 벌어지고 있고 야당의 경우 경선과정에서 끊임없이 잡음이 이는 등 ‘정치냉소주의’에 빠진 일부 국민들의 마음을 되돌려 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권재창출을 노리는 새누리당에 맞서는 야권의 경우 민주통합당은 장외의 ‘안철수’라는 변수와 힘겨운 싸움을 예고하고 있고 지난 4.11총선에서 큰 위력을 발휘한 ‘야권연대’는 통합진보당의 파행으로 이미 붕괴된 상태에서 올 대선의 판세는 그야말로 안갯속 정국으로 흐르고 있다.

새누리, 정권재창출 준비 끝냈지만 ‘가시밭길’

일찌감치 후보를 내고 대선체제로 돌입한 새누리당은 헌정사상 최초로 집권 여당의 후보로 ‘여성 후보’를 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더욱이 지난 8월 20일 후보로 확정된 이후 박근혜 후보가 보이는 행보는 기존 지지층인 보수로부터 중도는 물론 진보 측 인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층의 인사들을 만나며 광폭적인 행보를 보였다.  
박근혜 후보는 후보 선출 다음날인 21일 진보 진영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故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전격적으로 참배했다. 노 전 대통령 묘역 참배 직후에는 봉하마을에서 권양숙 여사와 면담을 갖기도 했다. 박 후보가 참여정부 이후로 약 7여 년간 치열하게 싸우며 대척점에 서 있었던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은 것은 더는 ‘보수의 울타리’에 안주하지 않고 외연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다음날에는 자신에게 독설을 한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를 차례로 예방하면서 ‘광폭’의 행보를 이어갔다.
‘파격’이었던 것은 지난 8월 28일, ‘전태일 재단’의 방문이었다. 비록 시민단체 회원들의 반대로 무산되긴 했지만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당시의 성장국면 이면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늘을 상징하는 인물인 ‘전태일’ 열사의 뜻을 기리는 재단 방문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여기에 박 후보의 지지층이 얇은 20~30대 세대와의 접촉에도 바쁜 행보를 보였다. 8월 23일 대학생 등록금 토론회에 참석한 박 후보는 사흘 뒤 ‘젊음의 거리’로 불리는 서울 홍대 앞을 거닐며 젊은이들의 표심잡기에 열을 올렸다. 또 9월 3일에는 한양대학교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장을 찾아 취업대란에 고심하는 대학생들을 만나 정책을 제시하는 모습도 보였다.
‘국민대통합’이라는 이름의 이러한 박 후보의 파격행보는 상대적으로 올 대선에서 안심할 수 없는 박 후보와 새누리당의 내심을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5.16’에 대한 박 후보의 평가나 최근 홍사덕 의원의 ‘유신 옹호발언’ 등이 여론에 뭇매를 맞자 박 후보 측과 새누리당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광폭행보’를 준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낳고 있다.
여기에 지지부진한 지지율 역시 박 후보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다. 이미 1년 전부터 40~50%의 지지율을 선점한 박 후보는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지율 50% 이상대로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대선 100일을 앞두고 60% 이상의 지지율을 보였지만 낙선했던 이회창 후보의 경우에서 보듯 현재의 지지율이 ‘당선’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현재 작지 않은 ‘박정희 신드롬’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집권기인 1970년대 5년여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높이 사고 이를 통해 박 후보가 안정감 있게 국정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치에 따라 경쟁력이 클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크다. 
특히 지난 17대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이 탄핵 역풍 속에서도 개헌저지선을 확보하고, 새누리당이 총체적 위기 속에서도 19대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얻어내는 등 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구원투수’로 등장해 당을 나락에서 구했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하는 쪽에서는 이번 대선의 낙승을 예상하고 있기도 하다. 

민주당 경선잡음에 ‘삐걱’, 안철수는 ‘침묵’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보다 더 힘겹다. 우선 국민참여경선이 생각한대로 흥행이 되질 않고 있는 데다 경선 룰에 대한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등 비문(非文) 후보들의 ‘집중포화’로 경선 자체가 시끄러운 상태다. 9월 8일 현재 반환점을 돈 민주당의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거의 과반을 석권해 현재 민주당의 후보로 가장 유력한 상태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가 민주통합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되더라도 갈 길은 멀다. 우선 지지율 면에서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와 장외의 안철수 원장에 뒤떨어져 야권 단일화에 대한 변수를 염두에 둬야 한다. 만약 안 원장의 출마선언이 이뤄져 독자출마할 경우 문재인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가장 희박해 야권에서는 필히 단일화를 통해 새누리당의 박 후보와 양자대결 구도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직 안철수 원장의 출마도 불투명할 뿐만 아니라 안 원장이 출마할 경우에도 안 원장과의 단일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특히 민주통합당의 경우 야권 단일화는 안철수 원장의 ‘입당’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단일화는 더욱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안 원장의 경우 지난 6월 9일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측근을 통해 김한길 최고위원과 간접적으로 접촉하는 등 오래전부터 정치권 바닥을 다져 온 점을 볼 때 출마 가능성은 아직 크다고 볼 수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민주당 후보가 확정되는 순간 출마선언을 할 것으로 거론된다.
안 원장이 무소속 독자 출마로 방향을 정한다면 제3정당을 꾸리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이 경우 ‘입당’ 후 단일화를 외치는 민주당의 상황을 볼 때 ‘당 대 당’ 통합을 위한 임시방편적인 정당이거나 아니면 단일화를 배재하고 대선 이후 현실 정치에서 자신을 뒷받침할 정당 등 두 가지 상황을 예측해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한 정치평론가는 “안 원장의 출마선언 이후 지지율이 상승하면 민주당과 새누리당 내 안 원장 지지 의원들이 탈당하고 무소속 의원 신분으로 안 원장 캠프에 합류한다면 그 시너지는 증폭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이 경우 새누리당의 박 후보와 팽팽한 선두다툼을 벌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한편, 안 원장이 출마선언을 하고 어떤 형태든 정치세력화를 하게 되면 오히려 상황이 뒤바뀔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까지 안 원장이 출마선언을 미루는 이유도 본격적인 검증국면을 하루라도 늦추려는 의도라는 것.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하는 일이 지난 9월 7일 벌어졌다. 정준길 새누리당 공보위원이 “안 원장이 안랩 설립 초창기인 1999년 산업은행의 투자를 받는 과정에 강모 투자팀장에게 주식 뇌물을 제공했고, 목동에 거주하는 음대 출신의 30대 여성과 최근까지 사귀고 있었다”고 주장한 뒤 불출마를 종용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것.
이미 재개발 아파트 입주권 매입 논란과 전세논란에 이어 새누리당에서 본격적으로 논란에 불씨를 지핀 것은, 출마선언 후 검증국면이 얼마나 치열할 것인지를 예고하는 것이다. 
이처럼 올 대선을 앞두고 여야의 본격적인 ‘난타전’이 시작되는 등 앞으로 남은 100일 간 대선국면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안개 속 국면’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와 민주당의 후보, 그리고 장외의 안철수 원장 등 빅3에 이어 군소 후보들이 잇달아 출마선언을 하면서 대선 방정식이 ‘다자 대결 구도’로 흐르고 있다.
‘청소년 지킴이’로 알려진 강지원 변호사가 지난 9월 4일 출마선언을 하면서 대선 레이스에 뛰어 들었고 정운찬 전 총리도 출마 결심을 거의 굳힌 상태다. 그는 ‘동반성장’을 모토로 제3세력을 대표하는 후보가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도 최근 “대선 후보는 고통의 자리가 될 것”이라며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 했다.
하지만 이들 군소후보들의 ‘출사표’는 현 대선 판도에 큰 영향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시대정신’이 ‘대권’ 만든다

이러한 구도 속에서 ‘시대정신’, 즉 동시대의 요구와 흐름에 따라 대선의 향방이 결정된다는 정서가 주목받고 있다. 인물에 따라 대통령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대통령을 만든다는 얘기다. 이는 지난 대선의 흐름을 살펴봐도 그대로 적용되는 논리다.
물론 ‘문민정부’ 이전의 권위주의 시대의 경우 ‘시대정신’과 상관없이 군부의 폭력으로 권력이 가름됐다. 이 시절은 ‘시대정신’이 권력을 만들기보다 잘못된 권력이 ‘시대정신’을 배태케 한 경우였다.
‘문민정부’의 탄생은 이러한 권위주의 군부의 패퇴와 민주화 열망에 따라 1960~70년대 ‘민주화 투쟁’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김영삼 대통령이 권좌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3당 합당에 의해 대통령에 오른 경우였기에 ‘문민정부’는 절반의 성공이라 할 수 있다.
‘시대정신’이 권력을 만들었던 가장 적절했던 때는 바로 ‘국민의 정부’였다. 반세기만의 ‘정권교체’와 당시 ‘IMF 사태’라는 초유의 국가부도사태 속에서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시대정신’이 김대중 정권을 창출했던 것이다.  
‘원칙과 상식’에 의한 성숙한 정치에로의 갈망이라는 ‘시대정신’이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었으며 현 이명박 정권을 만든 ‘시대정신’은 글로벌 금융위기 속의 ‘경제살리기’였다. 이렇듯 ‘시대정신’의 올바로 포착해 자신의 의제로 삼은 후보들이 권력을 거머쥔 것이다.
그렇다면 올 12월 치러질 제18대 대통령선거의 승패를 좌우할 ‘시대정신’은 뭘까? 간단히 “새정치, 복지, 경제민주화‘라는 세 단어로 요약될 수 있다. 이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등 주요 정당의 후보들이 공히 내세우는 공약들 속에 녹아들어간 ‘주제어’들이기도 하다. 
우선 ‘안철수 현상’으로 대표되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 및 새로운 정치형태에 대한 열망을 들 수 있다. 계속되는 정치권의 낡은 정쟁과 ‘이전투구’의 정치싸움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에게 새로운 정치의 대안이 절실했었고 이러한 과정에서 안철수 원장이 자연스레 등장한 것.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안 원장이 개인적 역량이나 성과와 상관없이 정치권에 ‘무임승차’한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복지와 경제민주화’는 사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중심정책이었다. 그러나 두 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경제적 양극화는 더 심화됐고 이로 인한 결과물인, 연일 터지는 강력범죄들 때문에 국민들의 마음은 ‘파탄’ 직전이다. 더불어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의 문제, 실직의 암울한 상황은 우리 사회를 바닥부터 뒤흔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니만큼 여야를 떠나 모두 한 입으로 불행한 현실과 암울한 미래라는 각박한 상황을 타개하고 우리의 삶을 살 만한 것으로 만들자는 ‘복지’ 및 ‘경제민주화’를 거론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올 12월 대선은 어느 후보가 ‘시대정신’에 적합한 공약과 행보, 그리고 이와 관련해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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