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그것은 창의적 기법이 작가의 정서를 담아내는 화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술, 그것은 창의적 기법이
작가의 정서를 담아내는 화폭
최종도|작가


예부터 우리 민족은 소나무에 내재적 의미를 부여하고 거기에서 아름다움을 찾고자 했다. 아마도 옛 선비의 기개와 절조를 닮아 사시사철 녹음을 간직하는 푸름과, 거친 바위틈이나 척박한 땅에서도 뿌리를 내리는 강한 생명력 등에서 바로 소나무의 우아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이들이 소나무 그림을 접하려 한다는 점에서 최종도 작가의 집념이 비롯된다. 그는 우리 민족 정서에 알맞은 소나무를 작품화해냄으로써 작가와 마니아가 공존할 수 있는 공감대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이민정 기자 meua88@epeopletoday.com

 


독창성과 희소성을 높이는 독자적 기법,
소나무 기상의 기품을 더하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소나무를 소재로 한 미술작품들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최 작가는 다른 작품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노력해야 했다. 우리가 접하는 작품들은 대부분 소나무를 중견에 두거나 일부만이 그려져 있다. 바로 여기에서 최 작가 작품 중 <자연의 솔향> 시리즈의 대표적 특징이 나타나게 되는데, 그는 소나무를 최대한 가까이 클로즈업해서 눈앞에 끌어옴과 동시에 소나무 전체를 화폭에 담아 그 웅장함을 표현한다.
최 작가의 작업이 오랜 시간동안 진행되는 것은 그저 그의 작품들이 대작이라는 것을 떠나 그가 가지고 있는 기법에 이유가 있다. 그는 붓의 터치들을 모아 하나의 면을 채우듯 세밀한 작업을 임한다. 화가들이 표현하는 말로 “그림이 얇다, 두껍다”고 하는데, 최 작가는 단순히 물감을 두껍게 발라내는 것이 아니라, 색채로 층을 쌓아내며 그 두께를 가지고 명암을 나타낸다. 이 과정에서 좀 더 도드라져야 할 대상과 가라앉아있어야 할 대상을 구분 지으며 작품의 깊이를 더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존의 유화물감과 외부 색채를 혼합해 그 깊이에 정점을 향하게 한다. 유화물감만으로 얻어내기 힘든 색의 느낌을 다른 재료를 통해 표현할 수 있다고 최 작가는 설명했다. 이어 “바로 그 특유성에서 우아함이 묻어나고 거기에서 나타나는 미묘한 색감의 차이가 원색에서 느껴지는 비릿함을 없애 기품을 더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그림 속 자연의 온도, 공기, 시간대, 풍향이나 습도까지 표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최 작가의 작품이 갖고 있는 이런 희소가치야 말로 지금까지의 노력으로 이룬 결실이며, 자신만의 새로운 기법을 창조해야하는 작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온 발자취라 하겠다.

 


구상미술의 원초적 가치
특정 실재의 사물을 통해 작가의 미적 예술을 나타냄으로써 작품의 완성도와 세련미를 높임과 동시에 작가가 가진 이미지를 뚜렷이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은 구상미술의 긍정적 특징이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그려내는 구상미술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시대에서 함께 존재했던 추상미술과 대립하며 자연히 고루한 형식인 마냥 각인돼버린 데다, 화폭에 담아야 할 소재 역시 작가들에게 까다롭기 때문에 그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작가들의 노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구상미술은 실재의 복제라는 습속이 고착돼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여전히 구상미술을 통해 자신의 시각과 정서를 담아내고자 하는 작가들이 존재하고 있어 그 존재성 역시 상실되지 않는다. 작가들은 정서를 표현하고 스스로의 미적 경험들이 예술적 정서의 생산으로 이어지는 것에는 큰 의미가 부여하며, 그렇기에 개념미술이 현재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지라도 그 나름의 가치가 구상미술에도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 작가는 “작품 속에는 작가가 그려내는 심상이 하나의 시처럼 많은 의미들이 부여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상주의에 입각한 최 작가의 작품들은 이런 가치들과 같은 맥락에 있다. 실재라는 형상에 자신의 정서를 담아내고자 하는 노력이 최 작가의 작품에도 십분 드러난다. 최 작가는 “현실의 자연에 작가의 의식을 담아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작가의 몫”이라고 말하며, 환경에 지배받는 현실의 자연을 담기보다 작가의 정서로 다듬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이것이 바로 구상미술 작가들이 이끌어내야 하는 차별성. 최 작가가 오염된 자연을 배제하고 자연의 참모습만 담아내며 그 아름다움을 부각시키기 위해 오로지 청정의 모습으로 그려내는 것도 이러한 까닭에서 비롯된 것. 그는 그것이 바로 “작가의 역량”이라고 말한다.

 


전소(全燒) 전 ‘숭례문 그림’ 그려낸 그,
역사의 상처 위로하다

2008년 2월 대한민국의 더없이 소중한 보물, 국보 제1호 숭례문이 화마(火魔)로 인해 사라져 버렸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그리고 6.25전쟁 속에서도 꿋꿋하게 견디며 그 존재만으로도 우리 역사의 긍지이자 자부심 그 자체였던 숭례문은 단 몇 시간 만에 불길 속에서 결코 재화(財貨)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의 600여 년 역사를 잃어버린 것이다. 현재 복원공사가 한창이며 오는 12월이면 완공될 것이라는 발표가 나왔지만 이미 손상돼버린 숭례문은 씻을 수 없는 역사의 상처가 됐다.
숭례문은 국보 제1호라는 명성과 달리 이렇다 할 미술작품들이 많지 않다. 주로 사진으로만 존재하고 있을 뿐 숭례문을 그린 화가들은 생각보다 소수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 최 작가의 <천년의 침묵>은 그가 숭례문이 전소되기 얼마 전 현장작업으로 완성해낸 소중한 작품이다. 그의 작품 속 숭례문의 웅장함은 깊은 밤 어둠 속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오히려 어두운 주변 속에서 한층 부각되는 ‘숭례문’이란 형상 안에 작가의 정서를 담아냈다는 점은 그 가치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게다가 최 작가의 <천년의 침묵>은 단순히 숭례문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그린 것이 아니라 건축물 본연의 구도까지 염두 해 그린 작품이다. 미세하지만 그림에 깊이를 더해주는 구도까지 표현하는 것이야 말로 작가가 가지고 있는 감각이자 고도의 기법이라 하겠다.
비록 숭례문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렸을지언정, 최 작가는 600년 역사에 서려있는 ‘한국의 얼’의 기록자임이 분명하다.

 


◆문예갤러리ART
    010-5357-6424

저작권자 © 피플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