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의 정의와 평등을 위해 노력하겠다”

조성기 기자l승인2012.05.30l수정2012.05.3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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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의 정의와 평등을 위해 노력하겠다”

동양계 최초의 세계은행 수장,
김용 세계은행 총재

지난 3월 23일 미국의 뉴스전문 방송사인 CNN은 한국인들에게 큰 자긍심을 느끼게 할 만한 내용의 짧은 단신을 보도했다. 1946년 발족 이후 최초의 동양인 출신이자 한국인 출신 세계은행 총재가 배출될 것이라는 방송이었다.
“백악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세계은행 차기 총재로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을 지명했다”는 내용의 방송은 전파를 타고 전 세계로 송출됐다. 유엔의 반기문 사무총장과 더불어 전 세계상의 3대 유력 기구의 수장자리를 한국인이 맡는 영광된 순간이었다.

조성기 기자maarra21@epeopletoday.com


빈곤퇴치를 위한 첫걸음

유엔, 국제통화기금(IMF)와 더불어 유력한 세계기구인 세계은행(World Bank)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의 경제 부흥과 개발도상국의 개발을 위해 이전보다 완화된 조건의 장기 자금을 제공할 목적으로 설립한 국제은행이다.
1944년 7월 브레튼우즈협정이 발효되면서 만들어진 유엔의 경제이사회 전문기관이기도 한 세계은행은 1946년 8월 발족해 현재까지 세계 경제발전의 한 축을 이끌어왔다.
지난 4월 16일, 25명으로 구성된 집행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선출돼 오는 7월부터 5년간의 임기를 시작하는 김용 총재가 ‘키’를 잡으면서 6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은행 역사상 가장 큰 변화를 맞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우선 유색인종 출신답게 김 총재는 개발과 성장 위주의 기존 정책에서 가난한 나라들을 위한 분배와 빈곤층 지원 등의 정책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10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김 총재는 “세계은행이 빈곤완화와 경제발전에 포인트를 맞춰야 하며 현재 각 대륙에 상존하는 빈곤층들이 현실 대응력을 키우는 데 일조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언급은 그가 앞으로 펼칠 세계은행의 정책방향에 대한 이해의 단초를 마련한다.
특히 4월 11일, 세계은행 이사회 이사들에게 보낸 성명을 보면 세계은행의 앞으로 행보를 미리 가늠해 볼 수 있다. 김 총재는 이 성명에서 “세계은행은 가난한 이들을 포함한 모든 인류를 위해 경제적 정의와 포용,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강조했다.
만장일치로 추대됐던 이전 세계은행 총재 선출방식과는 달리 은고지 오콘조 이웨알라 나이지리아 재무장관과 경선방식을 통해 선출된 김 총재는 이미 지난 2009년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아이비리그의 총장에 선출돼 국제적인 인지도를 키워왔다. 그는 에이즈와 결핵퇴치 등 보건전문가로 국제보건 및 개발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아온 입지전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김 총재는 지난 2000년 조이스 밀렌, 알렉 어윈 등과 함께 펴낸 저서 <성장을 위한 죽음, 지구적 불평등과 가난한 사람의 건강>를 통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경제와 친 기업 위주의 성장주도 정책이 빈곤 국가들과 그 나라의 국민들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고 가속화시킨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아메리칸 드림 이룬 ‘보건전문가’

아프리카의 여러 빈곤 국가와 아이티, 페루, 러시아 등 많은 개도국, 중진국 국가들의 사례를 통해 성장보다 분배가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설파한 이 책은 김 총재가 세계은행의 수장으로서 어떤 정책을 주도적으로 펼칠지를 예상할 수 있게 해주는 저작이기도 하다.  
김용 총재는 1959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치과의사인 부친을 따라 다섯 살 무렵 아이오와 주 머스카틴으로 이민을 떠나 그 곳에서 자란 김 총재는 고교 시절, 전교 회장과 학교 풋볼 팀의 쿼터백으로 활동했고 전교 수석으로 졸업을 할 만큼 수재였다.
실용을 강조하는 부친에게서는 조직의 운영과 리더십을, 철학박사였던 모친에게서는 따스한 눈으로 인간을 볼 줄 아는 심성과 사고의 깊이를 배웠던 그는 아이비리그의 명문인 브라운대를 거쳐 하버드 의대에서 의학박사와 인류학 박사를 취득하고 여러 국제기구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그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간 세계보건기구(WHO)의 에이즈국장을 역임하면서 강력한 에이즈 퇴치 운동을 이끌었고 폐결핵 전문가로서 2007년까지 약 3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결핵, 말라리아 등의 질병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한 업적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후 하버드 의대 교수와 국제보건 및 사회의학과 학과장으로 활동하던 그는 2009년,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아이비리그 가운에 하나인 다트머스대 총장에 선출되면서 세간의 주목을 끈 바 있다.
이렇듯 왕성한 활동을 인정받아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뽑은 ‘세계에서 영향력있는 100인’과 ‘US 뉴스&월드 리포트’의 ‘미국 최고 지도자 25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용 총재는 소탈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수재로 늘 성실하게 자신이 맡은 일을 수행하기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특히, 젊은 시절 억압받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종횡무진 활약할 정도로 의협심이 강했다고 전해진다.
10만 달러어치의 약을 훔쳐 페루의 가난한 사람들을 치료했던 경험이나 하버드대 재학 시절부터 저소득층의 건강을 위한 비영리기관을 설립해 운영했던 에피소드들은 그의 인간적 면모가 어떠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기도 하다.
이제 김용 총재를 새로운 수장으로 선출해 출발한 세계은행에게 ‘변화’는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회원국들의 의견은 물론 민간, 공공 영역에 있는 고객들과 직원들의 의견에 진정성을 갖고 귀기울이겠다”고 다짐하며 “대대적인 조직의 개혁을 통해 보다 효율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투신하겠다”고 세계은행 조직의 강화를 역설한 김용 총재가 힘차게 열어 갈 세계은행의 미래가 자못 궁금해진다.

 


조성기 기자  maarra21@epeople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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