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조(時調)부흥’으로 문학의 한류바람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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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조(時調)부흥’으로 문학의 한류바람 맞이하자

효봉(曉峯) 이광녕 시조시인(문학박사)
한국시조사랑운동본부 서울지부회장

최근의 한류 열풍에서 느낄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국가적 이미지와 브랜드가치의 순위가 몰라보게 향상됐다. 이를 입증해주고 있는 것이 한글의 보급과 국내 드라마의 해외 송출, 특히 K-pop의 인기라 하겠다. 그러나 아직 문학에서만큼은 그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심지어 우리 민족 고유의 정형시 ‘시조(時調)’는 국민들에게서조차 외면 받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러한 시조문학의 현주소를 실감한 이광녕 작가(문학박사. 한국시조사랑운동본부 서울지부회장)은 우리 고유의 시조문학을 부흥시키고자 뜻을 함께하는 전국의 시조시인들과 함께 ‘한국시조사랑운동본부(회장 원용우)’를 발기·창립하여, 그 주도적 역할로 시조 창달을 위한 보급운동에 힘을 모으고 있다. 고유의 시조문학에 깊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그를 찾아가 시조문학을 통한 ‘문학 한류’의 청사진을 들여다보았다.

이민정 기자 meua88@epeopletoday.com

지난 4월 7일, 대전 우암사적공원 내 이직당에서 ‘한국시조사랑운동본부’의 출범식이 있었다. 이광녕 작가는 “우리 고유의 전통시인 시조를 사랑하는 이들이 정통성을 잃어가고 있는 시조문학을 바로 세우고 저변확대와 보급을 통해 국민시로서의 위상을 확립하고자 이와 같은 운동본부를 창립하게 됐다”며 “앞으로 범국민적 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그 취지문을 낭독하였다. 이에 한국시조사랑운동본부는 오는 7월 중 시조학술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며, 시조백일장 등 참여의 장을 마련해 시조보급에 앞장서게 된다.

우리 고유의 국민문학, 외면당하는 쓸쓸한 뒷모습

한류의 바람을 타고 세계인들의 관심이 우리나라 문화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 문화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가장 한국적인 것이 곧 가장 세계적이다”는 말이 피부에 느껴진다. 하지만 이런 흐름 속에서 오직 문학에서만큼은 세계인들로부터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고유의 정형시, 즉 시조는 우리나라 국민들에게서조차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그러나 사실 우리의 시조문학은 격조와 운치가 넘치는 우리 민족만의 독특한 국민문학이다. 이광녕 작가는 “초·중·종 3장의 체계 안에서 미적 감정을 표현해내는 가장 절제된 정형시이며, 초·중장에서 3.4조와 4.4조의 율격을 바탕으로 반복적으로 구비치는 리듬으로 이어지다 종장에 이르러서는 3.5조로 꺾이며 폭포수와 같은 긴장감을 조성하다가 마지막에는  4.3조의 리듬으로 잔잔한 물결 같이 여운을 남긴다"며, "그 안에는 우리 조상의 숨결이 살아 있으며 리듬 안에는 민족의 성정이 깃들어 있다”고 피력하였다.
서양의 소네트(Sonnet), 중국의 한시(漢詩), 일본의 하이꾸(俳句) 등 그들의 국민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훨씬 품이 넓고 창조성을 가미할 수 있으며 융통성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시조문학은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작가는 개화기 때부터 불어 닥친 ‘서세동점(西勢東占)’의 외풍 영향이 컸었지만, 시조가 오랜 전통을 지닌 우리 민족의 문학유산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시조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부족한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하며, 그 책임은 우리 사회와 교육 당국의 무관심과 홀대에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고등 교과서에 40~50편(1960~70년대)까지 실렸던 시조가 고작 5편 내외(1990년대 이후)까지 줄어드는 등 교육현장에서마저 외면당하는 데다, 지각없는 일부 문인들에 의해 자유시에 떠밀리고 외면당하는 실정을 지켜보며, 이 작가는 “우리 시조 바르게 세우기와 현대시조 보급 운동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노랫말다운 시조, 음악과 만나 저변확대 모색하다

공자는 말했다.
“시로써 감동을 일으키고, 예로써 스스로 서며, 음악으로써 인격을 완성한다(興於詩 立於禮 成於樂).”
즉 시작은 시를 통해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끝은 음악으로 인격을 완성한다는 것. 이렇듯 시는 음악과 밀접한 관계에 놓여있으며 특히 운율을 중시하는 정형시인 시조의 경우 더욱 음악과 가까운 문학이라고 이 작가는 역설한다..
현재 한국가곡작사가협회장을 함께 맡고 있는 이 작가는 시조의 가곡화를 통해 시조인구의 저변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매년 한국가곡작사가협회에서는 작곡에 쓰일 노랫말 작가 작품집 <시는 노래가 되어>를 발행, 노랫말의 가곡화 운동에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작가는 “이는 시를 눈으로 보고 낭송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노래로 불리어지고 감상으로 남겨지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두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 말했다.
뚜렷한 운율의 시조는 자유시에 비해 작곡에 쓰이기가 좋다. 예로 거두 노산 이은상 시인의 시조 ‘가고파’, ‘옛동산에 올라’, ‘봄처녀’, ‘성불사의 밤’ 등이 지금까지 주옥의 가곡으로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알 수가 있다. 그러나 시조시인에 비해 자유시인의 수가 월등히 많다보니 대부분의 가사가 자유시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에 이 작가는 안타까움을 전했다.

온고지신과 법고창신의 정신으로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 깨닫고 새로이 창조하는 일은 혼란한 시대에 매우 긴요한 덕목이다. 소중한 옛 것을 아끼고 사랑하는 데서 새로운 삶의 지표와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이는 곧 우리의 전통 문학인 시조를 제대로 알아가는 것에서부터 우리나라 문학의 발전을 이야기 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겠다. 한류 바람 속에서 외면당해온 우리나라의 문학이, 한류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고유의 “시조문학”을 품어야 할 때인 것이다.

효봉(曉峯) 이광녕

서울교대, 국제대, 연세대교육대학원(석사)
한양대 및 세종대대학원(문학박사)

(전)세종대 평생교육원 언어와 문학 교수
덕성여대 평생교육원 문예창작 교수
건국대 미래지식교육원 문예창작 교수

(전)현대시조부흥운동 본부장
한국시조사랑운동본부 서울지부회장
한국가곡작사가협회장
월하시조문학회장
세종문학회 명예회장
강동문인회 고문(회장 역임)
(전)한국시조시인협회 사무총장

저서 <현대시조의 창작기법> 외 시집 다수
논문 <현대시조의 미의식 연구> 외 다수

선사문학상(2003), 한맥문학상(2004)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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