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발상’과 올곧은 신념의 경영철학으로 사회와의 나눔 실천하는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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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발상’과 올곧은 신념의 경영철학으로
사회와의 나눔 실천하는 기업

김현준 (주)평원 회장

수년간 한결같은 맛을 지켜오며
거기에 믿을 수 있는 식자재와 철저한 위생관리를 더한 평안도찹쌀순대. 다소 투박하지만 진한 맛의 토속음식을 찾는 현대인들의 발길을 불러 모으며 평안도찹쌀순대가 자타가 공인하는 맛집이 되기까지는 김현준 회장의 남다른 경영철학이 있었다. 최근 김 회장은 사회적 기업 ‘정동국밥’을 통해 소외 계층과의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아울러 김 회장은 “사회적 기업은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선입견을 깨고, 스스로 수익을 만들어내는 최초의 사회적 기업으로 거듭나 그들의 롤모델이 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이민정 기자 meua88@epeopletoday.com

서울 도심에 국밥의 따끈한 국물만큼이나 훈훈한 기부의 현장이 있어 화제다. 지난 4월 덕수궁 옆 성공회빌딩에서 문을 연 ‘정동국밥’이 바로 그곳. 현대인들이 바쁜 삶을 살아가면서 점점 마음의 여유를 잃어가는 때에, 메마른 땅의 단비처럼 '정동국밥'이라는 사회적 기업이 ‘생활 속 작은 한끼 나눔 정신’을 구현하고자 사회의 소외계층을 위한 먹거리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기부문화에 대한 인식이 최근 들어 점차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도 대부분은 사회지도층들의 ‘사회 환원’ 쯤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 사실. 그러나 이곳의 6,000원짜리 국밥 한 그릇만으로도 도심의 취약결식계층을 도울 수가 있다.
현재 전국 30개 지역에서 하루 12,000여 명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하는 ‘성공회푸드뱅크’가 설립한 ‘정동국밥’은 ‘평안도찹쌀순대’로 잘 알려진 (주)평원의 김현준 회장이 실질적 경영을 맡게 된다. 김 회장은 정동국밥 역시 평안도찹쌀순대처럼 우수한 맛과 품질로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맛집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그동안 쌓아온 경영노하우를 아낌없이 제공해 나눔의 움직임이 더욱 활성화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수익성’ 아닌 ‘진정한 나눔의 가치’를 위한 선택

김현준 회장은 수익성 측면에서 볼 때 사회적 기업 ‘정동국밥’을 운영하는 것은 “제 발로 구렁텅이 속에 걸어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이미 (주)평원이 프랜차이즈 ‘평안도찹쌀순대’로 잘 알려져 성공가도에 올라가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수익성으로 평가했을 때 힘든 길을 자처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럼에도 김 회장은 선뜻 ‘성공회푸드뱅크’가 설립한 정동국밥의 실질적 운영을 도맡겠다고 결심했다.
김 회장은 사회적 기업을 선택한 이유는 어린 시절의 성장 환경에서 비롯됐다며 어린 시절 보아온 어머니의 모습을 회상했다.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온 그의 집 부엌에는 커다란 가마솥이 있었는데 매 끼마다 그 가마솥에 두 번이나 밥을 지어 장날에 몰려드는 사람들에게 대접하곤 했다. 김 회장은 “200인분 정도의 어마어마한 양의 식사를 준비하던 부엌의 모습은 식당 같기도, 잔칫집 같기도 했었다”며 유년시절을 추억했다. 그는 구태여 정동국밥으로 사회적 기업에 뛰어 든 것은 망설임 없이 타인에게 보시(普施)를 실천해온 어머니의 영향이 가장 컸다며, 그 시절 은연중에 깨닫게 된 ‘나눔’의 정신이 오늘날 정동국밥의 슬로건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어 김 회장은 과거의 에피소드 하나를 들려주었다. 당시의 그 일이 ‘나눔’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던 자신을 깊이 반성하고 진정한 나눔을 깨닫게 된 계기가 됐다며 말을 이었다. 김 회장은 직장생활 경험 없이 대학교 3학년 때부터 곧바로 사업을 시작해 나름의 성공을 거두며 지인의 권유로 한 고아원에 기부하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지만 “서른이라는 젊은 나이에 사업을 하는 것도 보통이 아닌데 거기에 보태서 나는 고아원에 기부까지 하고 있다”는 자만심을 숨길 수 없었다.
문득 자신의 기부금으로 생활하는 아이들을 찾아가봐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한 번 고아원을 방문했다. 고아원에서 마주친 아이를 향해 팔을 벌렸는데 지금에 생각해보면 진실한 사랑이 아니라 우월의식이었던 것 같다며, 김 회장은 자신을 뿌리치고 도망 가버리는 아이를 본 순간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내가 그동안 나눔에 대해 잘못알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세월이 흘러 지금은 훌륭한 성인이 되었을 그 아이가 지금까지 삶에서 가장 ‘훌륭한 스승’이었다고 전했다. 이 일을 통해 진정한 나눔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김 회장은 ‘정동국밥’으로 그 가치를 실현하고자 한다.

“양심으로 만든 음식이 최고의 맛”

지금의 평원을 세우기까지 김 회장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김 회장이 외식업을 하기 전 운영하던 건설회사가 IMF를 겪으면서 그 여파를 견뎌내지 못하고 사업의 위기를 맞이해야만 했다. 그대로 모든 사업을 접는 다면 젊은 나이에 은퇴의 길을 걸어야 했겠지만 주변의 성공신화들이 그랬듯 IMF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그는 다시 사업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업 분야에 대해 고민하던 그는 유년시절 보아온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먹거리 장사를 택하게 됐다. 그리고 이왕이면 고객에게 약이 되는 음식을 만들고 싶었다. 지인으로부터 국밥집을 권유받은 그는 심사숙고 끝에 순대집으로 결정했다.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김 회장은 무리하게 식당을 개업하기보다 실무를 익히는 데에 주력했다. 얼마 동안을 후배가 운영하는 매장에서 홀 서빙과 주방 일 등 궂은일까지 도맡아가며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깨닫는 방법을 택했다. 그는 “그 당시의 경험들이 평안도찹쌀순대를 지금에까지 오게 한 원동력”이며, “항상 고객을 중심으로 매장운영을 하고자했던 자신의 노력에 주인의식과 소명의식을 가지고 따라와 준 직원들이 일등공신”이라고 전했다.
사업가라면 응당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에 계획을 세웠다면 거기에 수지를 맞추고 손익계산을 해서 앞으로의 방향을 잡아가는 것이 당연하지만 김 회장은 ‘계산’을 하지 않는다. 그는 눈앞에 보여 지는 기업의 이윤을 추구하기보다, 사업가가 아닌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장인의 정신으로 ‘양심’을 택했다. 경기도 파주에 공장을 설립하고 수억을 들이면서 공장 내 모든 시스템을 갖추어 낸 것 역시 직원들의 근무 환경개선은 물론, 고객에게 최상의 맛과 질의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함이었다.
특히 김 회장이 고객들을 위해 최우선의 가치로 삼는 것은 바로 ‘청결’이다. 평원의 공장은 물론 각 매장의 홀과 주방의 위생상태수준은 불시에 위생 점검에 나서는 구청에서도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그는 “사업 초창기 때에 음식물이 걸러지는 배수구에 밥을 비벼먹은 적이 있었다”고 태연히 말을 했지만, 당시 직원들에게는 횡포(?)나 다름없었을 그의 행동에 순간 당혹감을 숨길 수 없었다. 그러나 이내 청결함의 중요성을 직원들에게 다시 한 번 각인시키기 위해 그러했을 김 회장의 모습을 상상하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김 회장은 음식의 맛과 청결함은 기본일 뿐, 얼마나 질 좋은 재료를 쓰는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무리 맛이 좋은 음식이라도 사람의 몸에 해가 된다면 배는 부르게 할 수 있을지언정 좋은 음식으로써는 ‘불합격’이라며 좋은 재료에 대한 고집을 보였다. 수익성만을 본다면 좋은 재료만을 고집하기가 힘들 법도 하지만 김 회장은 오히려 물가 폭등에도 최상의 재료만을 공수해온다. 그는 “단 하나의 재료라도 질이 떨어지면 고객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서 이윤감소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청결’과 ‘최상의 재료’에 있어서만큼은 “내 자신의 양심을 다 걸었다”고 말하며 이를 어긴다면 가진 모든 것을 다 버릴 각오가 돼있다는 김 회장. 그는 이 모든 것들을 ‘역발상’이 이끄는 성공의 길이라고 전했다.


‘본사-가맹점’ 함께 발전하는 프랜차이즈 문화 선도

김 회장이 가맹사업을 시작하며 꼭 지키기로 한 자신과의 약속이 하나 있다. 자신의 것을 좀 더 나눠주더라도 가맹점주가 성공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는 스스로를 ‘바보’ 같다고 말한다. 대형 프랜차이즈 중에는 무차별적으로 가맹점을 내세워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 데만 급급하고, 고액의 가맹수수료로 이익을 취하려고 하는, 즉 가맹점주에게서 수익을 얻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이러한 대형 프랜차이즈의 행포에 맞서 지금까지 프랜차이즈 시장에 존재해오던 어두운 그림자를 지워내려 한다.
“프랜차이즈의 역사를 바꾸겠다”는 신념으로 김 회장은 ‘평안도찹쌀순대’와 마찬가지로 ‘정동국밥’의 가맹도 쉬이 남발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다만 ‘정동국밥’의 경우 사익을 취하기보다 ‘사회적 기업’으로써의 역할을 다해야하는 만큼 평안도찹쌀순대처럼 까다로운 가맹 조건을 내세우지는 않겠다고 한다. 그는 “국밥은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차려낼 수 있는 만큼 기술적으로 큰 어려움도 없을뿐더러 내 노하우를 가지고 ‘장난’을 칠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하게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인격을 갖춘 이라면 누구든 환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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