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인터넷 쇼핑산업의 발상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제이슈
차세대 인터넷 쇼핑산업의 발상
‘프라이빗 쇼핑클럽’

2001년 첫 선을 보인 개인형 미니홈페이지 싸이월드는 1천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홈페이지를 치장하는 음악과 스킨 등을 ‘도토리’라는 전자화폐를 도입해 부분 유료화로 큰 수익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사람들은 대중성보다 희소성에 눈을 돌려 초청 가입제 개인홈페이지 ‘티스토리’로 보금자리를 옮겨갔다. 이처럼 대중적 인기보다 희소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시대가 도래하며 쇼핑 역시 희소성을 모델로 삼기 시작했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쇼핑 사이트 ‘프라이빗 쇼핑클럽’에 대해 알아보자.

정환용 기자 maddenflower@epeopletoday.com

가입은 초대와 승인만으로
1996년 최초의 인터넷 쇼핑몰 ‘인터파크’가 생겼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1990년대 중반은 인터넷보다 ‘천리안’, ‘유니텔’ 등 모뎀을 사용해 연결하는 pc통신이 주류였고 인터넷 망이 지금처럼 널리 보급되지 않은 시기였던 데다가, 물건을 구입하는 행위 자체는 직접 보고 만져보는 것이 당연시 여겨졌기 때문이다. 처음 쇼핑몰이 공개된 이후 시장의 반응은 생각만큼 뜨겁지 않았다. 회사 측에서는 신개념 쇼핑에 대한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가입자 수는 1만 명을 간신히 넘겼을 뿐이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을 때 네트워크 세계는 뒤집혀 있었다. 700mb 용량의 영화 한 편을 단 몇 분 만에 다운로드 받는 초고속 통신망이 전국에 깔렸고, pc통신이 쇠퇴하며 오픈소스 웹서비스인 ‘www’(월드 와이드 웹)이 창궐했다. 사람들은 앉은 자리에서 ‘구입’이 가능한 모든 물품들을 인터넷에서 구매하기 시작했고, 인터넷 쇼핑몰은 곧 전자 백화점이 됐다. 소비자들은 휴대폰 케이스부터 자동차까지 직접 보지 않고 모니터만으로 물건을 보고 결제 버튼을 누른다. 1990년대 인터넷 쇼핑에 대한 소비자들의 발언은 빌 게이츠가 ‘개인용 컴퓨터의 메모리는 760kb면 충분하다’고 말한 것과 비슷한 실언이 돼버렸다.
쇼핑몰은 진화를 거듭했고 분야별로 다양화돼 현재에 이르렀다. 인터넷 구매가 가능할지 의문이었던 기상천외한 아이템까지 구매가 가능한 지금 쇼핑몰의 메리트는 판매 품목에서 서비스로 전환되고 있다. 특히 유명 백화점마다 운영하고 있는 ‘VVIP’ 서비스 또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제한적 회원 수용의 형태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프라이빗 쇼핑몰은 한정 수량 제작된 명품의 할인 판매를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싱가폴에서 출발한 아시아 최초의 프라이빗 쇼핑몰 ‘리본즈’에서는 유명 명품 브랜드를 최대 7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한정 판매 전략 대성공
이들 쇼핑몰은 비공개 형식의 유통 경로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홍보에 큰 힘을 들이지 않는다. 회원들이 쇼핑몰을 지인에게 소개하고 추천으로 가입하는 것이 주된 홍보 수단이다. 게다가 명품 중에서도 한정된 물량만을 제한된 시간에 공급하는 ‘플래시 세일’이다. 언뜻 보면 판매자와 구매자의 입장이 뒤바뀐 것 같다. 이 전략은 명품에 열광하는 한국인들의 심리를 판매자가 이용한 것이다. ‘명품’이라는 품목에 ‘한정 판매’라는 메리트까지 붙어 소셜커머스처럼 제한된 시간 내에만 살 수 있다는 전략은 구매자로 하여금 빨리 구입하지 않으면 저렴한 가격의 명품 제품을 놓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플래시 세일’을 처음 시도한 ‘클럽 베닛’은 680만원을 호가하는 샤넬 브랜드의 가방을 13% 할인된 가격에 판매해 큰 성과를 올렸다. 제품 가격에 홍보비가 많이 포함되지 않고 고유의 유통 경로를 이용해 제품을 들여오며 유통 마진을 최소화해 가격을 10% 이상 낮춰 판매할 수 있었다. ‘클럽 베닛’의 정지웅 대표는 20대 여성들이 선호하는 다양한 명품 브랜드의 정품을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클럽 베닛’은 프라이빗 쇼핑클럽의 상품성을 인정받아 투자회사로부터 20억원 대의 투자유치를 받아 승승장구하고 있다.
미국의 쇼핑클럽 ‘길트’의 경우 창업 2년만에 연 매출 2억 달러를 돌파했다. 하루에 등록되는 평균 17개의 제품의 절반 가까이가 등록 한 시간 만에 팔려나간다. 업체 측은 비효율적인 트래픽 집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을 정도다. 유럽 전역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벤트 프리비’는 매년 40% 이상의 고공성장을 기록하며 2009년에는 연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프라이빗 쇼핑몰의 산업 규모가 더 이상 일반 쇼핑몰 수준이 아니라 기업 수준으로 성장했다는 반증이다.

완전한 새로움은 어렵다, 아이디어가 필요한 때
한 평론가는 “새로운 분야를 창조할 소재는 거의 고갈됐다”고 했다. 사회, 경제, 문화 분야를 살펴보면 이미 완전히 새로운 소재가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개봉되는 영화를 봐도 새로운 소재보다는 소설, 만화 등의 원작의 영화화거나 기존 작품의 속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제에도 마찬가지로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나 판매 방식을 찾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 시점에서 가능한 것은 ‘조합’이다. 소셜커머스가 ‘공동구매’와 ‘시간제한’의 합작임을 감안하면 프라이빗 쇼핑클럽 역시 기존에 이미 존재했던 방식을 새롭게 조합한 형태의 쇼핑몰이다. ‘명품 할인’과 ‘시간 제한’, 그리고 ‘한정 판매’까지 결합하니 잠재 소비자들은 열광했고 사업은 쾌속 성장하고 있다. 해외와 마찬가지로 국내 프라이빗 쇼핑몰 역시 그 시장이 점점 커지고 쇼핑몰 역시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소비자가 주의해야 할 것은 역시 ‘신빙성’이다. 과거 소셜커머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때 몇몇 업체가 고객의 돈을 갈취해 잠적하는 사건이 발생해 소비자들이 수십억원 대의 재산피해를 입은 사건이 적지 않았다. 특히나 프라이빗 쇼핑몰의 경우 제품의 단일 가격대가 작게는 수십만원, 크게는 수백만원까지 하는 거대 시장인 만큼 판매자의 신뢰성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소비자로서는 믿음이 가지 않는 쇼핑몰에 선뜻 수백만원의 거금을 선불로 지급하기 쉽지 않다. 판매자 혹은 사업 투자자 역시 제품 확보와 더불어 고객의 신뢰를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투자 성공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피플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