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의 끝에서 ‘언론의 자유’를 외치다

  • 입력 2012.03.05 15:31
  • 기자명 김보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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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KBS 노동조합위원장, KBS 남산 송신소장
공학박사(工學博士) 강동구

서울시 용산구 서울타워에 위치한 KBS 남산 송신소는 해발 245M 높이에 있다. 1961년 12월 31일 개소해 TV방송의 시작을 함께한 매우 의미 있고 상징적인 곳이다. 이렇듯 오랜 시간 한국 방송 역사와 어깨를 나란히 한  KBS 남산송신소에는 한결같이 KBS 방송 및 언론을 위해 애쓰고 있는 강동구 송신소장이 있다. 최근 KBS 전 노동조합위원장 에서 현업으로 돌아온 강동구 송신소장을 만나 화려한 방송 뒤에 가려진 남산 송신소의 이야기와 투명한 언론을 위해 힘써온 그의 인생역정을 들을 수 있었다.

 김보경 기자. qhrud599@epeopletoday.com

방송국의 심장, 남산 송신소

방송을 만들기 위해서는 PD, 작가, 배우, 스텝들의 노력이 중요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좋은 작품으로 방송을 만든다 해도 중간에 전파 신호를 전달받아 수신 장치가 있는 범위 내의 가정집으로 방송을 송출해 주는 기관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송신소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이에 대해 강동구 소장은 남산 송신소를 크게 사무실, 조정실, 송신실, 발전실로 나눠 설명했다. 조정실은 송출되는 방송 품질에 대한 이상 유무를 종합적으로 감시하는 곳이고 송신실은 방송을 송출하는 송신기 등 각종 기기가 설치되어 있는 곳이다. 발전실은 전기 사고와 정전 등에 대비할 수 있도록 비상 발전기 등이 설치되어 있으며 이외에도 대출력을 출력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철탑과 안테나 부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며 이해를 도왔다.
이러한 송신소의 모든 역할을 책임지고 있는 강동구 소장은 남산 송신소를 ‘365일 24시간 잠들지 않는 불철주야’라고 표현했다. 방송 사고로 인해 방송이 끊어지면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항상 직원들은 긴장 속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직원들의 노력 덕분에 KBS 남산 송신소에는 지난 한 해 단 1초의 방송사고도 없었다.
금년 12월 31일에 국가 정책으로 추진되는 디지털 전환이 종료된다. 즉 아날로그 방송은 완전히 중단되고 디지털 방식으로만 방송을 실시하게 된다는 것이다. 강동구 소장은 사람들이 현재 케이블과 위성 그리고 IPTV와 같은 유료 매체를 통해 TV를 시청하고 있기 때문에 별 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상파를 직접 수신해서 시청하는 가구들도 여전히 많기 때문에 이 부분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특히 저소득층이나 전 가족이 즐기는 클린 채널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방송 시청권 보호는 공영방송의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에 혹시라도 디지털 방송 전파가 도달하지 않는 지역들이 생겨 불편을 겪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아날로그 종료에 철저하게 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언론의 자유를 위한 정도(正道)의 길을 걷다

‘개혁, 투쟁, 파업’ 이는 강동구 소장에게 낯설지 않은 단어일 것이다. 강동구 소장은 전 KBS 노동조합위원장으로 공영방송의 발전과 투명한 언론을 위해 오랜 시간 노조를 이끌고 시위에 앞장섰다. KBS 비정규직 계약 해지, 언론 관련법 등과 같은 문제에 혼신을 다해 맞서 싸운 그는 불의에 굴복하지도 침묵하지도 않는 길을 걸었다.
그 중 그를 가장 주목케 했던 사건은 MB정권 출범에 따른 방송법 개정과 KBS 선임이 있을 당시였다. 그 당시 김인규 사장이 선임되었으며 그의 퇴진을 위한 총 파업 찬반투표가 있었는데 강동구 소장은 조합원들의 총파업 찬반 투표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와 공영방송을 지켜내야겠다는 신념으로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그는 특보사장이 임명된 상황에서 딱히 선택할 수 있는 투쟁 방법이 없어 무작정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단식투쟁을 하면서 공영방송 KBS에 더 이상 낙하산 사장이 오지 않기 위해서는 차라리 자신이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한다. 강동구 소장은 그 당시를 회상하면서 누군가 ‘낙하산 사장’이 들어올 수 있는 고리를 하루 빨리 끊기를 바란다며 자신이 그 역할을 했어야 했는데 노력만큼 결과가 따라주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또한 그는 여야 나눠 먹기식으로 구성되어있는 공영방송의 지배구조가 해결된다 해서 모든 언론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영방송 역할의 본질이 흐려지는 이유는 여전히 지배구조가 큰 몫을 차지한다며 지배구조개선을 거듭 강조했다. 강동구 소장은 최소한 공영방송 사장은 낙하산이 아닌 국민들이 충분히 납득할 만한 기준에 따라 정치 중립적인 인물이 선정될 수 있어야 한다며 최소한 공영방송은 ‘권력의 눈치’가 아닌 ‘국민의 눈치’를 볼 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MB 정권에 맞서 방송법 개정 반대 투쟁 및 KBS를 독립적으로 존재시키고자 지배구조개선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던 강동구 소장은 힘든 시절 가운데 늘 뒤에서 믿고 지지해주던 조합원 동료들 덕분에 견딜 수 있었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최근 강동구 소장은 남산송신소 직원들과 영등포 인근에 있는 ‘토마스’의 집에서 급식 봉사를 다녀왔다. 그는 요즘 KBS 대부분의 부서가 봉사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며 소외된 계층에 조금이라도 힘이 된다면 그것만큼 보람된 일이 없다고 말했다.
투쟁과 역경의 시절을 지나 현재 현업으로 돌아와 또 다른 보람과 행복을 느끼고 있는 강동구 소장. 그가 투명한 언론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던 시절이 부디 헛되지 않아 하루 빨리 공영방송이 자유롭게 언론의 역할을 다 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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