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및 대출금액 40조원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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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1,000조원 시대. 성인이라면 누구나 살아가며 급하게 큰 돈이 필요할 때가 있다. TV나 신문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여신금융업체의 광고들. 은행권보다 대출조건이 간단하고 심사가 까다롭지 않아 1금융권 대출이 어려운 대학생, 사회초년생들이 많이 이용하게 된다. 그러나 일부 채무 변제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대출을 받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빚의 구덩이에 빠지게 되는 ‘묻지마 대출’. 문제점과 올바른 대책을 세워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도록 신경써야 하겠다.

제2금융권 대출의 허와 실

하루에도 몇 통씩 대출 관련 전화가 온다. 대출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 스팸문자와 전화에 짜증이 치솟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전화가 오는 곳은 제1금융권인 은행이 아니다. 카드회사, 저축은행, 벤처캐피탈 등 제2금융권에서 가장 많은 연락이 온다. 일반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만큼 신용도가 높은 사람들은 굳이 신용카드나 저축은행의 대출을 이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 기업의 텔레마케팅 수준으로 전화 영업을 진행하는 곳은 정식등록업체를 사칭하는 불법 업체인 경우가 다반사다. ‘oo은행’ 혹은 ‘xx협동조합’ 계열의 캐피탈이라고 업체를 소개하면 열에 여덟은 불법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하지만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이런 불법대출에도 혹할 수밖에 없다. 급한 마음에 전화로 일정 금액을 대출받았다가 불법 이자율 때문에 원금보다 이자가 더 커지는 황당한 상황을 겪게 되기도 한다. 공인된 대형 저축은행이나 금융기업 산하의 정식 대출업체라면 법정최고금리인 연 39%를 절대 넘지 않는다. 오히려 대출 신청자의 조건이 맞지 않으면 대출을 거절하는 일이 많을 정도. 그러나 불법 업체의 경우 은행권보다 훨씬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소득이 없는 학생이나 주부들이 잘못 이용해 큰 피해를 겪기도 한다.

정상적인 금융기업의 대출 조건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월급 등 일정한 수익이 일정 기간 이상 있어야 하고 기본 신용도 또한 정해진 등급을 만족해야 한다. 담보대출의 경우에도 당해 담보에 대한 금전적 가치 평가와 대출금 상환계획 수립 등 확실한 조건을 갖춰야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또한 TV나 영화에서처럼 상환이 늦어진다는 명목으로 이용자에게 물리적 피해를 가하는 행위 역시 정상적인 금융기업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아무 조건 없이 xx%의 이자만으로 대출이 가능하다고 선전하는 대출업체는 일단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카드 대출 빠르게 증가, 은행 대출보다 두 배 이상
 
한국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2011년 3분기의 여신전문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약 38조원이다. 신용카드회사와 할부금융사의 대출금액을 합친 이 거대한 규모의 금액은 2003년 말 ‘카드 대란’ 때의 39조 4,000억원 이후 최대치다. 여신전문기관의 대출은 분기별로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빠르게 상승했다. 게다가 신용카드 대출의 연체율도 평균 1.8%를 기록,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수치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 0.7%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금융전문가들은 신용카드 대출의 증가와 연체율 상승이 가계의 부실화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냈다. 2011년 가계금융조사를 보면 부채를 안고 있는 가구 하위 20% 인구(1분위)의 신용카드 대출금액은 평균 122만원이다. 상위 20% 인구(5분위)의 카드대출 잔액의 두 배가 넘는다. 1분위의 전체 대출 대비 신용카드 대출의 비중도 5분위의 8배 가까이 됐다.
 
높은 이율에도 은행보다 문턱 낮아 서민들 눈 돌린다
 
이렇게 신용카드 대출의 비중이 늘어난 것은 정부의 대출 정책 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국의 가계부채를 축소하는 정책과 더불어 서민들의 제1금융권 대출의 문턱을 높이자 돈이 필요한 서민들은 현금서비스, 카드론 등의 변칙대출에 눈을 돌린 것이다. 평균 7~8% 대의 저렴한 은행이자보다 최고 4배 이상 비싼 이자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소득이 일정한 직장인들은 점점 높아지는 이율과 이자금액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적은 금액의 한시적인 사용이라면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이용만으로도 신용도가 떨어지는 카드 대출 외에 돈을 빌릴 방법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연 30%의 이자가 거대한 눈뭉치가 될 수밖에 없다. 일부 상환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결국 사금융, 즉 ‘사채업’에 손을 대 벗어날 수 없는 나락으로 빠지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TV 고발 프로그램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율 1000%’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대출 후폭풍, 미연에 방지해야
 
이처럼 카드대출이 크게 증가한 것은 ‘당장 돌아오지 않는다’는 메리트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타인의 돈으로 물건을 당장 얻을 수 있다는 것은 큰 매력이다. 그렇게 무분별하게 카드를 남발하다 보면 한 달 뒤 돌아오는 카드명세서에 기겁하게 마련이다. 계획이 없는 지출은 부채가 되고 부채는 곧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철저하게 계획된 카드 사용이 필요하다.

 

현금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것은 당장 자금 융통이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서비스 횟수가 늘어날수록, 이용 금액이 커질수록 신용도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카드 돌려막기’를 하고 싶지 않다면 ‘카드=빚’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사용하는 순간 빚이 쌓이는 것이고 이것은 머지않아 자신에게 그대로 돌아온다. 신용카드의 맹점은 그 부메랑이 당장 보이지 않기 때문에 빚잔치에 무감각해진다는 것이다.

 

자신의 지갑에 신용카드가 2장 이상이라면 과감하게 버리고 체크카드로 바꾸자. 한 장 남기는 신용카드 역시 현금서비스를 받지 않는 것이 좋다. 체크카드는 자신의 계좌 잔액만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과다지출을 막을 수 있고 수시로 잔액을 확인해 지출 습관을 컨트롤할 수 있다. 신용카드의 혜택에 현혹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신용카드의 혜택은 그만큼의 사용 실적이 있어야 받을 수 있는 만큼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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