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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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초의 문자는 현재의 글과 많이 다르다. 글보다는 그림이었고 소통의 수단으로서도 1순위는 아니었다. 오늘날 나라마다 언어가 다르고 사용하는 글이 다른 것은 처음 글자가 생기기 전부터 뿌리가 갈라졌을 것이다. 현재의 문자는 의사소통 뿐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 작품이 될 수 있는 경지에 다다랐다. 문자와 추상화를 접목시켜 세계에서 주목받은 김정택 작가의 작품은 ‘글을 위한 소통’보다 ‘소통을 위한 글’이 더 잘 어울리는 듯하다.

글과 그림의 조화, 독창성 인정받아

문자추상화의 역사는 한자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한자의 기원은 학자들마다 주장하는 내용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기원전 8400년경 천황씨(天皇氏)가 간지(干支)를 만들어 사용한 것을 일반적인 한자의 시초로 본다. 이후에 사물의 모양을 본떠 만든 상형문자, 형태가 없는 개념을 점과 선, 면으로 표시한 지사문자 등 여섯 가지 형태의 구성 요소(六書)로 문자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로 세계적으로 몇 없는 고유의 언어를 사용하는 한국인도 한자를 알지 못하면 제대로 된 언어 구사를 할 수 없다. 한자의 중요성은 한글 전용 운동으로 인해 점점 빛을 잃어 가다가 최근 들어 다시 그 중요성이 인식돼 한자 연구가 점점 활성화되고 한자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문자추상화와 한자를 함께 설명하는 것은, 문자추상화가 추구하는 문자의 이미지화(化)가 초기 한자의 형성 과정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김 작가의 작품 <마음의 벽과 마음의 문>을 보면 두 개의 ‘벽’ 자가 마주보고 있는 형상인데, 글자 속의 글자와 글자로 이루어진 그림이 또다른 의미를 가지게 된다. 그는 작품을 완성할 때마다 작품에 어울리는 시를 곁들여 그 시의성을 더해준다.

“문자조형예술을 극대화해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문자추상화입니다. 현대서예 장르와 인각(印刻), 그림까지 3박자가 갖춰져야 하는 어려운 분야입니다. 이 장르를 개척하려고 서예가 김보현 선생님께 서예를 배우기도 했어요. 도장을 새기며 습득한 전각과 조각 능력을 서예에 접목하니 문자추상화가 탄생한 것이죠.”

그의 작품에는 재료의 제한이 없다. 나무판에 새기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 있지만 나무의 재질도 오동나무, 소나무 등 다양하다. 채색 역시 다양한 혼합재료를 사용하고, 특히 금가루를 써서 다양한 색채 속에서 빛나는 금빛 물결이 역동적으로 다가온다. 작품 <그리움>의 어두운 배경에 녹아든 금빛 흐름과 ‘움’ 자의 형상은 밝음과 우울함이 공존하며 빛났던 지난 날을 그리워하는 두 사람을 볼 수 있다. 그의 작품 속 금빛은 현실에서의 부유함보다는 상징적이고 현실적인 인간의 지향점을 표현하는 색으로서 그 가치를 더하고 있다.


<마음의 문과 마음의 벽>

세계에서 인정한 장르의 개척자

1991년 그는 일본의 전시회에 그의 철학을 담은 첫 문자추상화 작품 <좁은 문>을 출품해 특별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국내·외 유일한 문자추상화라는 장르를 개척한 그에게 독일, 프랑스, 러시아 등 각국의 러브콜이 쏟아졌다. 그동안 100회가 넘는 개인전과 단체전, 초대전을 치른 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국제미술대전에서 공훈장과 국제금장을 받기도 했고, 2009년에는 국내작가 최초로 미국 워싱턴 국회의회 도서관에서 초대받아 그의 작품 <삼천리 금수강산>(The Beautiful land of Korea, far and wide)과 <태양을 삼키다>(Swallow down the sun)을 전시하기도 했다.

김 작가의 작품은 전각(篆刻) 예술에서 시작됐다. 문자에 대한 연구가 이어져 점점 글자의 기원을 찾아 오르게 됐다. 그 정점에는 그림이 있었다. 결국 글자는 그림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깨우친 그는 글자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흐름이란 것을 파악하고 글자를 추상화해 표현했다. 문자와 추상화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이었다. 격렬한 필치를 거듭하는 추상화의 창시자 잭슨 폴락과 같이 문자를 추상화시킨 그의 작업은 세계 미술계에서 주목할 만한 개척이었다.


<시공간>

한국인의 문화예술 사랑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

지난 6월 그가 이사장으로 몸담고 있는 한국미술국제교류협회에서 제18회 한국미술국제대전을 개최했다. 크라운·해태 쿠오리아 갤러리와 용산구청 내 예술회관 전시실에서 열린 전시회에서는 17개 국가의 작가들이 출품한 작품들이 전시됐고, 국제 경쟁 부문에서 국내외 작가들이 500여 작품을 내놓아 국제미술대전의 위상을 세계에 알린 계기가 됐다.

한국미술국제교류협회는 김 작가가 2000년 설립한 미술 교류단체다. 협회의 발단이 된 북방권교류협의회는 미술과 더불어 정치·경제 등 여러 분야의 교류를 위해 활동하던 곳이다. 국제교류위원장을 역임한 김 작가는 예술문화 단일분야를 위한 교류협회의 필요성을 느끼고 현재의 협회를 만들게 됐다. 이전까지 활동해 온 작가적 명성 덕에 여러 국가에서 인정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작가들에게 폭넓은 전시의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게 됐다.

“국내 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미국 등 여러 나라들과 교류가 활발해야 합니다. 신인 및 기성작가들도 다른 작품을 많이 보고 배우거든요. 특히 문자추상화처럼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경우엔 더 많이 보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품 하나를 완성하기까지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는 김정택 작가. 그는 작품 하나하나에 시(詩)를 읊어 그 의미를 전달한다. 작품 활동 뿐 아니라 다른 작가들의 세계화를 위해서도 바쁘게 활동하는 그는 2006년 저술한 <문자추상화의 세계> 2권을 준비하고 있다. 1권에서 인각 예술을 중점으로 다룬 그는 보다 심층적인 문자추상화를 소개하기 위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연구를 거듭한다.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는 김 작가의 이름을 내건 그의 다음 저서와 더불어 그의 작품 활동이 기대된다.


<세계를 빛낸 한국의 얼굴>

얼씨구!

세계 속의 한국의 집

문을 열고 들어가 보자꾸나!

 

바탕에는 세종대왕의 얼굴이

한글을 만드셨다는 훈민정음

 

얼굴 볼에는 삼성현대 로고가

세계 속의 한국경제 빛냈다고

 

입에는 왕을 상징하는 옥새가

UN사무총장 반기문 인장이

 

빛나는 눈동자를 들여다보니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이는구나!

 

한쪽에는 세계스포츠를 빛낸

피겨스케이팅의 요정 김연아

 

또 한쪽은 비디오예술의 거장

아티스트 백남준 얼굴이었네!

 

아!

또 누가 세계를 빛낼 것인가?

시와 문자추상화의 세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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