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 - 법무법인 월드 박태석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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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주의 국가의 상위 계층 1%가 차지하는 부의 비율은 전체의 50%가 넘는다. 자유경쟁시대가 본격화되며 계층 간의 격차는 점점 고착화되고 있다. 현재의 경제체제 속에서 노력만으로는 계층 이동을 달성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일각에서는 상위 1%의 자본 점유율은 25%가 적절하다고 하지만, 자유주의 내에서 부의 축적을 규제하는 것은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민감한 사항이다. 법무법인 ‘월드’의 박태석 대표변호사는 상위층의 자발적인 분배로 점유율을 스스로 줄여야 격차에 대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박 변호사에게 2011년 한 해를 정리하고 2012년을 준비하기 위한 조언을 구했다.

약자를 위한 활동

박 변호사는 민·형사상 억울한 소송을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재판에서 약자를 대변하기 위해 서류 한 장 한 장에 충실하다. 81년 사법시험에 합격에 법조인의 첫걸음을 내디딘 그는 20여년 동안 관세, 외사, 증권, 조세, 기업범죄 등의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으로 정의를 구현하고 국가 발전에 기여한 유능한 검사였다. 최초로 마약밀수조직을 일망타진했고 국제다이아몬드 밀수조직을 검거하는 등 사회 정화에 큰 보탬이 됐다.

검찰에서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2006년 변호사로 전향한 그는 이듬해 법무법인 ‘월드’를 설립해 억울한 국민의 권익을 지켜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0년 신한은행 사태 당시 배임 혐의로 고발당한 신상훈 전(前) 신한금융지주 사장의 억울한 점을 변호·대변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탈북자 무료상담, 재외국민 이중 난민 신청 무료 변론 등 꾸준히 재능기부를 해 왔다. 항상 변호사로서의 자신보다 인간으로서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그의 모습은 공히 타 법조인에 귀감이 되고 있다.

그는 검사로 활동하던 1997년에 선거공무원 부패제도에 대해 미국에 3개월간 연수를 다녀온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LA, 샌프란시스코 등지의 연방법원, 연방검찰청, 지방검찰청을 방문하며 부패방지 제도에 대해 집중연구한 그는 특히 세크라멘토의 ‘공정정치 관행’이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선거직 공무원에 대해 모든 행정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를 어겼을 때는 엄한 처분을 받게 되구요. 국내에서는 아직 미비한 실정이라 빠른 도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한 소수당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민주당 몇 명, 공화당 몇 명 등 당별로 주어지는 의석이 정해져 있어요. 집행기관이 공평해야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실천하는 겁니다. 법을 집행하는 곳이 중립을 지키지 못하거나 공평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지 않습니까.”

 

민주주의 성숙기에 접어든 2012년을 전망하다

한국에 민주주의가 정착된 것은 87년 광주 민주화운동 이후로 볼 수 있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1980년대부터 세계가 놀랄 정도로 고속성장을 이어온 한국의 위상은 전후(戰後) 50년 만에 세계 경제순위 11위를 기록할 만큼 높아졌다. 하지만 박 변호사는 경제적 발전이나 사회의 성숙도에 비해 경제·정치 상위 기득권층의 정책이 80년대 사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젊은 신생 성장세대의 의식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느 누구든 권력을 가지게 되면 주위에서 기대도 많이 하고 유혹도 많아지거든요. 가장 큰 유혹이 돈이죠. 그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개발도상국 시절에는 자생(自生)이 목표이자 목적이었지만 이제는 공생(共生)을 생각해야죠. 아직도 기득권 세대에 있어서 분배가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1980년대까지는 전쟁의 후폭풍을 수습하고 국가를 재건하는 일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일단 기업이 성장해서 경제적으로 안정돼야 했기 때문에 기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많이 이뤄졌다. 당시에는 성장이 우선이었지 성장 후에 어떻게 될지는 상의를 못했을 것이다. 지금처럼 기업과 국가가 경제 상위국으로 발전한 뒤에는 사회에 대한 적절한 분배가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 부분이 아쉽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선 성장 후 분배’를 지향하고 있지만, 국가의 혜택을 받은 기업들이 이제는 일정 부분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박 변호사의 의견이다.

박 변호사는 현재 시점을 ‘민주화적 성숙기’로 보고 있다. 그중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경제적 측면에서는 사회의 발전에 따라 나오는 부수적인 현상들에 대해 아쉬운 점이 많다고 한다. 성숙화 된 사회에서 발견되는 고질적인 문제인 사회 양극화 현상을 비롯해 소수 지배계층이 사회에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혜택을 누리고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더욱 박탈당하는 듯 보인다. 다수의 일반인들은 이에 대해 소외감을 느끼고, 이런 불만들이 인터넷, SNS 등 양방향 소통매체의 발달에 따라 그룹을 이루고 의사 표출을 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이런 현상들이 미국의 경제 중심이 월가(Wall St.)에서도 최근 활발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1%의 인구가 국가 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99%의 일반인들은 사회의 부의 절반밖에 차지하지 못한다. 이것은 월가의 금융재벌들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이런 계층 간의 격차는 시간이 지나며 고착화되고 있고 갈등은 점점 심해진다. 미국 등의 선진국에서는 하층민이 상류층이 되려면 자기 세대에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3대가 지나야 상류 사회에 진출할 수 있다는 의식이 팽배한 것이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국내에서는 서민들의 중위권 진입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본인의 노력만으로는 중류층 이상 신분을 상승시키기가 힘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주식이나 복권 등 일확천금을 바라는 사람이 많아졌거든요. 이제는 계층 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해결책을 연구해야 될 시기입니다. 서민은 서민대로, 상류층은 상류층대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함께 어울려 살기 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 방안이 나와야 합니다.”

박 변호사는 이를 위해 국가적 차원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한다. 태생에 관계없이 누구나 노력해서 상류층으로 진출할 수 있는 활로를 국가에서 만들어줘야 한다. 공무원 사회에 팽배한 학연·지연에 연연하지 않고 온전히 자신의 실력으로 승진하고 대접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그는 기업에 대해서도 ‘족벌체제’를 불식해야 한다고 했다.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고 육성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기회를 주는 것은 국가보다 기업이 먼저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적으로 빈곤한 시기는 지났기 때문에 좀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이 사회에 기여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약육강식의 사회 속에서 강자가 약자를 보살피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박태석 변호사의 주장처럼 이제는 기업들이 성장만큼 분배를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다. 자신이 맡은 일에서 기득권의 주장보다 사회적 약자들의 말에 더 귀 기울이는 박 변호사의 이타정신처럼 누구나 민주주의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2012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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