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시민’을 위한 ‘파격’의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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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의 연속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 ‘파격’의 강도는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지난해 10.26 재보선으로 서울의 수장이 된 박원순 시장은 그렇게 이전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서울시장’의 전형을 새롭게 ‘창조’하고 있었다.

‘파격’의 시초가 재보궐선거 당선 다음날인 10월 27일 지하철 출근이었다면, 그 절정은 11월 16일 11시부터 1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넷 취임식이었다. ‘온라인 생중계’라는 유례가 없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날 취임식에 대해 논란이 없지는 않았지만 대다수 서울시민들은 권위주의가 느껴지지 않는 새로운 형식의 취임식에 환호했고 작지 않은 찬사를 보냈다.

마치 ‘집들이’에 온 객들에게 집안과 가족을 소개하듯 모니터를 통해 만난 시민들에게 ‘헌책방’을 콘셉트로 새로이 단장한 집무실의 구석구석을 설명했고 시의 간부들을 친근하게 소개했다.

오는 2월 3일이면 ‘박원순호’가 출항한 지 꼭 100일을 맞는다. ‘권위주의’의 타파와 ‘사람’을 향한 시정으로서의 ‘파격’이 앞으로의 남은 임기 동안 어떤 모습으로 진화해 나갈지 서울시민들은 그래서 더 기대가 크다.

 

‘박원순식’ 시정의 열쇠말은 ‘사람’

 

박 시장의 ‘파격’ 행보는 보란 듯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무상급식 예산지원’을 곧바로 실행했고 서울시립대의 반값등록금을 위한 예산을 편성했다. 틀에 박힌 신년인터뷰도 시민들이 주체가 돼 참여하는 ‘시민토론회’로 만들었다. 지난 1월 9일, 2012년 서울시운영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박원순 시장은 또 한 번 신선한 '파격‘의 얼굴을 보여줬다.

대규모 토목건축사업이나 개발사업 등 지난 10년간의 이명박, 오세훈 전임 시장들의 시정방향과는 180도 다른 콘셉트의 시정방향을 역설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겸손하고 온화하지만 한편으론 비장해 보이는 결기가 드러나기도 했다.

전임 시장이었던 현 이명박 대통령은 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 등의 사업을 임기 내에 속성으로 시행한 바 있고 오세훈 전 시장의 경우 서해뱃길 사업, 한강예술섬 같은 ‘디자인 서울’ 사업 등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에 치중했었다.

그러나 박 시장이 제시한 시정운영의 커다란 얼개에는 ‘사람’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박 시장은 이날 발표한 시정운영계획에서 이명박, 오세훈 전임 시장의 재임기간을 ‘사람을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박 시장은 ‘함께 만드는 서울, 함께 누리는 서울’이라는 비전 아래 복지, 경제, 문화, 도시 지속가능성, 시민주권‘ 등 다섯 가지 키워드를 시정방향으로 잡았다. 그간 진행됐던 대형 토목건축사업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주거, 교육,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민, 특히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안전망 구축을 중점적으로 시행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표한 것이다.

박 시장이 발표한 시정운영계획 가운데 토건사업 분야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전시성 대형 프로젝트 수준이 아닌 맞춤형 임대주택 확충, 수해방지대책 등의 안전도시 사업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이 같은 예에서 드러나듯 위의 다섯 가지 실행목표 가운데 박 시장이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역시 ‘복지’다. 2014년까지의 중기예산 25조 원 가운데 70% 이상이 모두 복지와 직, 간접적으로 연관된 분야에 투입될 예정이다. 지금까지의 서울시 운영과는 전혀 차별화한 방식인 셈이다.

 

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권리’

 

이러한 ‘파격’은 박 시장이 제시하는 복지의 콘셉트가 ‘시혜’가 아니라 ‘권리’라는 사실에 기인한다. 즉 복지란, 시민들을 대상으로 시가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시민들이 당당히 누릴 권리라는 것.

시민은 결코 행정의 대상이 아니라 최소한의 삶을 보장받아야 할 ‘사람’이라는 인식이 없으면 나올 수 없는 생각이다. 첫 ‘시민운동가’ 출신 시장으로서 펼치는 시정으로 조금도 부족함이나 넘치는 게 없을 정도로 박원순 시장의 초기 행보는 이처럼 꽤 완벽해 보인다.

박 시장은 시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를 시민들과의 ‘소통’에 두고 있다. 이번 시정운영계획 역시 민관 자문기구 ‘희망서울정책자문위원회’와 정책워크숍, 공무원들로 구성된 ‘희망스케치단’의 의견을 반영했다. 그러나 시정운영계획에서 가장 많이 반영된 것은 역시 SNS를 통해 서울시민들이 보내 온 수많은 의견들이다.

나아가 박 시장은 차재에 홈페이지와 사업소별 SNS 등으로 흩어져 있는 온라인 채널을 통합해 허브, 플랫폼 형태의 역할을 수행할 ‘서울소셜미디어센터’도 계획하고 있다. 서울시민들과 계속적으로 ‘소통’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행정의 연속성 없이 ‘파격’의 행보만을 고집하는 박 시장의 방식에 문제가 없지 않느냐는 반응도 있지만 박 시장을 비롯한 새로운 ‘서울시호’의 키를 맞잡은 그의 브레인들은 시정개혁을 보다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많은 시민들이 지난 10년의 ‘거품’ 시정을 충분히 고통스러워했고 그래서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박 시장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변화 속의 안정을 희구하는 대다수 시민들에게 무리하지 않는 서울의 수장으로서의 무게감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개선과 개혁의 드라이브가 너무 강해 자칫 그 ‘원심력’의 파워가 독이 될 수도 있기에 그렇다.

오는 2월 3일은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100일째를 맞는 날이다. ‘박원순호’가 이제 겨우 발을 뗀 상황이지만 지금까지 박 시장의 행보로 보면 남은 임기 동안 경험하게 될 변화의 진동은 엄청나게 클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시정 방향을 담은 고사성어로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뒤집을 수도 있다’는 의미의 ‘수가재주 역가복주(水可載舟 亦可覆舟)’를 꼽은 박원순 시장. <후한서(後漢書)>에 나오는 이 고사성어는 ‘시민권력’에 대한 박 시장의 변함없는 의지와 지지를 확인할 수 있는 상징이기도 하다. ‘시민이 시장’이라는 기조를 전 직원이 공유하고 일할 것이라고 자신하는 박원순 시장이 이끌어 갈 ‘서울’이 희망적인 이유다.

 

조성기 기자maarra21@epeople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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