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분열’과 야권의 ‘통합’, 어느 쪽이 승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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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종연횡(合從連橫)’.

선거 때마다 벌어지는 우리 정치판의 현실을 적확히 보여주는 ‘문구’로 중국 전국시대 진(秦)과 그 밖의 6개국 사이에서 전개된 외교전술과 전략을 이르는 말이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지금, 여야는 어느 때보다 더 복잡하게 이뤄질 ‘합종연횡’의 굴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여기에 기존 정치권과는 또 다른 ‘제3의 세력’까지 가세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조성기 기자maarra21@epeopletoday.com

 

 

 

지난 12월 2일, 한나라당의 김정권 사무총장은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격앙된 목소리로 특임장관실의 행태를 성토했다. 하루 전날인 1일 특임장관실이 행한, 잠재적 대권주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신당’에 대한 부산지역 여론조사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김 사무총장은 특임장관실에 “주어진 일에나 충실하고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고 비교적 수위 높은 단어를 사용해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도대체 존재하지도 않는 신당, 안하겠다고 하는 신당을 정부가 나서서 여론조사를 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면서 “실체도 없는 유령에게 옷을 입히고 치장하려고 국민들에게 신당의 실체가 있는 것처럼 부추기는 것이냐”고 따졌다.

앞서 <국제신문>은 1일자로 특임장관실의 부산지역 여론조사 결과 이른바 ‘안철수 신당’이 지지율 18%의 한나라당보다 배 이상 높은 지지율인 38%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같은 날, 세간에 불거진 ‘강남 출마설’을 부인하고 내년 4월에 치러지는 총선에 출마할 뜻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위의 에피소드는 2011년 12월 현재 집권당인 한나라당의 내부 사정과 형편을 가감없이 그대로 보여주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의 ‘새틀짜기’, 분당으로 이어질까

 

2012년 선거에 대한 한나라당의 내부 위기의식은 비단 10.26 재보궐선거의 패배 탓만은 아니다. 지난달 22일 한나라당이 FTA 비준안을 본회의에서 강행 날치기 처리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같은 달 29일 이행법안에 서명하면서 여론이 극도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물론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FTA 처리에 대한 여론악화의 부담감은 존재했지만 그 강도가 기대 이상으로 크다는 게 중론이다. 심지어 가장 보수적 집단인 법조계에서도 FTA 날치기에 대한 성토가 잇따라 터져 나오는 등 문제가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정평가가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부정적으로 나타나고 ‘내곡동 사저’ 문제 등 각종 불미스런 사안들이 지속적으로 터져 나오면서 임기 내내 대척점에 있었던 ‘친박계열’은 ‘친이계열’과 모든 부분에서 확연히 선긋기에 몰두하고 있다.

더욱이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와중에 터진 선관위와 박원순 후보 홈피에 대한 디도스 공격이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측근으로 드러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반한나라 정서로 흐르고 있다.

확인되지는 않지만 당 외부는 물론이고 내부에서조차 친박의원들이 탈당해 ‘박근혜당’을 만들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은 한나라당의 분열이 가시화된 것은 아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 1일 개국한 ‘TV조선’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현재 한나라당의 중요한 과제는 통합과 화합을 통해 재창당 수준의 당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해 일단 ‘박근혜당’을 만들 뜻이 없음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예산국회’ 국면을 언급하고 “지금은 혼이 담긴 정책과 예산으로 국민들의 민생을 챙겨야 할 때”라고 강조하면서 몸을 낮췄다. 위기국면과 관련해 당내에서 제기된, 이른 바 ‘박근혜 조기등판론’을 정리하고 일단은 정국을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제는 당장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전열을 다듬지 못한 당내 분위기를 어떻게 추스르고 나갈지에 있다.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한 해를 남겨놓은 한나라당의 숙제는 일단 박근혜 전 대표의 언급대로 ‘재창당’ 수준의 정비지만 현재로서는 이마저도 순탄치 못할 것이라는 게 안팎의 주된 시각이다.

우선 최근 정가의 핵폭탄급 ‘소용돌이’였던 ‘안철수 바람’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총선 불출마로 일단락되긴 했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안철수 대학원장이 내년 총선과 나아가 대선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한나라당이 반사이익을 얻는다는 보장은 없기에 그렇다.

물론 넉 달을 남겨 둔 총선정국에서 이른 바 ‘안철수당’의 부재는, 그 자체로 야당은 물론 여당에게도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변수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민들의 전폭적 지지를 얻고 있는 ‘안철수 바람’에 대한 부담감도 없앨 수 있는 것.

이러한 배경 속에서 한나라당은 지도부 차원에서 당 쇄신에 들어갔다. 끝없이 몰락해가는 당의 운명을 회생시킬 자구책으로 삼은 당내 인적 쇄신과 더불어 2012년 총선 공천의 투명성을 위한 방법론 제시가 그 것이다.

 

‘통합’ 야권의 절치부심, 하지만 갈 길 멀어

 

지난 12월 5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은 2012년 총선에서 ‘오픈 프라이머리’, 즉 완전참여경선제에 대한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이미 지난 2002년 대선과 총선 때부터 야당에서 실시된 바 있다. 이는 일반 국민들에게 공천권 행사의 기회를 부여해 한나라당에 냉담한 현재의 민심을 돌려야 한다는 절박한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홍준표 대표와 일부 최고위원들이 ‘오픈 프라이머리’에 대해 “취지는 공감하지만 전면실시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 난항이 예상된다.

나아가 일부 급진적인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명까지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2011년 막바지 한나라당의 내홍은 외부에서 볼 때도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게 사실이다. 여차하면 ‘친박’을 중심으로 당이 쪼개질지도 모른다는 견해가 결코 틀린 시각은 아니다.

갈 길이 먼 것은 ‘야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분당’의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이는 한나라당과는 반대로 야권은 이념적인 스펙트럼을 뛰어넘는 ‘대통합’을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을 주축으로 한 ‘선통합 후전당대회’냐, 아니면 민주당 전당대회 후 다른 야권과의 통합을 이뤄내느냐의 과정만 남았다.

당권파와 통합파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민주당은 지난 11일 임시전국대의원대회를 열어 범야권 통합을 위한 토대로서의 ‘전당대회’를 치르기로 하고 홍재형 국회부의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로써 민주당은 야권 대통합을 위한 7부 능선에 오른 셈이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 이해찬 전 총리 등이 참여한 ‘혁신과 통합’도 지난 7일 창당대회를 갖고 ‘시민통합당’을 출범시키며 대통합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한편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통합연대가 참여하는 통합진보당이 지난 12월 5일 닻을 올려 진보진영의 ‘선통합’이 이뤄졌다. 통합진보당은 이정희 민노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 등 세 명의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되며, 민노당 강기갑 의원이 원내대표, 민노당 이의엽 정책위의장과 참여당 노항래 정책위원장이 정책위의장, 장원섭 민노당 사무총장이 사무총장을 각각 맡는, 그야말로 진보정당으로 출발했다. 이후 광역시도당별 창당대회를 거쳐 2012년 1월 15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어 합당 작업을 최종 마무리할 계획이다.

그러나 대통합에는 아직 부정적인 입장인 통합진보당은 야권의 연대로 선거를 치르자는 입장이어서 진정한 야권통합이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더불어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 등의 통합논의도 양 측이 모두 야권통합 로드맵을 마련한 상태이긴 하지만 통합방식과 지도부의 경선룰 등을 놓고 민주당 내 이견이 양립하고 있는 상태여서 막판협상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의 승리를 위해서는 반드시 ‘야권 대통합’이 실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재보궐 선거를 승리했지만 선거 민심에서 드러난 양상을 보면 전체 유권자의 1/4을 차지하는 한나라당 고정 지지층을 확인했기 때문에 야권이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의 중도진보세력, 그리고 통합진보당 등 진보세력으로 양분될 경우 표가 분산돼 압도적인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악재 많은 여당, 야당도 승리는 ‘안개 속’

 

통합진보당은 내년 총선에서 20석 이상을 확보, 교섭단체 구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진보정당의 시너지와 파급력이 클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총선과 대선 모두 ‘통합’이 아닌 ‘연대’의 차원에서 치를 예정이어서 대통합에는 부정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범야권은 ‘야권통합’의 양상과 ‘안철수 거취’라는 두 가지 변수에 따라 내년 총선의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론 총선 결과에 따라 대선의 판도도 크게 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지도부를 중심으로 ‘혁신과 통합’과의 통합에 전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내년 총선 출마를 강력히 권고하고 나섰다. 안 원장이 이미 지난 재보선을 통해 박원순 후보를 지지하며 정권교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 보인 만큼 이제는 외부에서의 간접적인 지원보다는 직접 발로 뛰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다. 더불어 현재 국민 정서상 최대의 지분을 보유한 안 원장이 공정경쟁을 통해 민주당과 여타 야권의 대선후보들과 함께 내년 대선의 후보로 나선다면 정권교체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2년 4월 총선과 12월의 대선에 대해 일부에선 이미 끝난 싸움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이 워낙 큰데다 장기적인 경기불황으로 집권여당에 대한 시각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나라당 역시 저축은행 사태, FTA 강행처리를 비롯해 ‘선관위 디도스 공격’ 정국이 이어지면서 지지층까지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내년 선거는 야권의 확실한 승리와 더불어 정권교체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게 그들 주장의 요지다.

그러나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다. 정치권에 대한 싸늘한 시선은 정권견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민주당에게도 돌려져 있다는 것. 호남지역을 제외하면 지지도 10%에 밑돌고 있는 민주당의 형편은, 바로 견제와 비판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결과로 결코 내선 선거에 안일하게 대응하면 안 된다는 논리를 강하게 웅변하고 있다. 최근 ‘안철수 바람’이 말해주듯 국민들은 기존 정치세력에 피로도가 높고 새롭고 참신한 얼굴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2012년 총선은 지역에 따라 변수가 있겠지만 야권이 새로운 시민세력의 새로운 인물을 내세운다면 그 어느 때보다 수월한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이라도 기존의 3선 이상 중진은 호남과 수도권 일부 지역을 빼놓으면, 여권이 새로운 인물을 내세울 경우 여러 가지 정치적 호재에도 불구하고 고전을 면치 못할 수도 있다.

여권의 경우 전면적인 당쇄신이 뒤따르지 않으면 내년 총선은 물론 대선의 패배는 자명해 보인다. 뼈를 깎는 당쇄신을 통해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경우 기존 지지층의 결집을 이끌어내며 ‘기사회생’ 할 수도 있다.

이에 반해 12월에 치러질 대선은 아직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안철수’라는 거대한 바람 앞에서 기존 대세론에 안주하던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위협을 받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미루어 볼 때 대선 결과가 앞으로의 정치지형에 따라 어떻게 요동칠지 모른다. 결국 내년 총선 이후 각 당이 경선을 통해 당의 후보를 결정한 이후에나 유권자들은 ‘의미’있는 결정을 할 것이다.

과연 2012년, 최후 승리의 ‘과실’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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