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미 작가 · ‘갤러리 소금항아리(소항)’ · 카페 ‘커피작업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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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 위치한 이영미 작가의 Callery ‘소금항아리(소항)’은 조금 특별하다. 작품을 전시하고 찾아오는 이들에게 보여주는 방법의 소통이 아닌 더 친근하고 편하게 머물다 갈 수 있는 공간에서의 소통을 원했던 이 작가는 자신의 바람을 위해 소항 아래층에 로스팅 카페 ‘커피작업실’을 만들었다. 이 작가는 ‘소금항아리’는 미니홈페이지 속 다이어리 이름 소금창고에서 비롯됐다며 자신의 일상이 담긴 일기장과 다름없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이민정 기자 meua88@epeopletoday.com

 

새로움을 따라 만난 ‘콜라주’에 감성을 입히다

작가는 곧 예술인이다. 무언가에 얽매이지도 속박되지 않고서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자신의 미적 세계에 펼쳐두면 손끝은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향하게 된다. 그래서 자신의 작품 앞에 선 작가에게도 고민이 있을까 생각하지만 이영미 작가는 그렇기 때문에 작가들이 항상 고민들을 안고 지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흔히 말하는 ‘좋은 작품’이란 무엇인지. 이를 위해서는 항상 새로움을 쫓아야 하는 것인가는 이 작가가 20여 년 가까이 오래도록 페인팅 작업을 해오며 가졌던 고민 중 하나다.

그러던 중 이 작가는 ‘콜라주 기법’과 마주하게 되는데 소파를 만드는 가죽들을 가지고 오려내고 붙여내며 그림물감과의 화학적 대비효과를 통해 자신이 원하던 것을 찾아낼 수 있었다. 가죽 조각들을 붙여내며 지금까지 해오던 페인팅 작업을 배제하지도, 아예 의존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해서 이 작가는 좀 더 깊이가 있고 조명과 만났을 때 밀도를 더하는 작품을 그리게 된 것이다. 이렇게 작품을 해온지도 벌써 10년이 됐다.

작품의 색감은 작가들이 알리고자 하는 메시지에 상관없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표현 중 하나다. 이 작가에게도 색감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그녀의 성품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이 작가 작품에 쓰이는 색들은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며 포근하고 동화적인 분위기를 띈다. 자신의 작품이 점점 어려져서 누가 봐도 어릴 적 동심으로 돌아간 듯 행복감에 젖어들 수 있었으면 하는 이 작가의 바람이 녹아든 듯했다.

갤러리 속으로 Cafe가 들어오다

지금에 와서는 갤러리들이 개방적으로 변모하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많은 이들은 갤러리에 들어설 때마다 쭈뼛거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다보니 작가와의 원만한 소통이 쉽지가 않은 게 사실. 지금이야 ‘갤러리 소항’에서 자신의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지만 이 작가 역시 헤이리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그러했다.

이 작가도 젊은 시절엔 자기만의 작품세계에 빠지고 싶은 욕구로 가득했던 터라 소통에 대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작가로서의 생활이 오래 될수록 소통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이 작가는 “소항에 머무르며 비로소 깨달은 바가 있다면 그것은 소통이 없다면 남는 건 적막함과 외로움뿐이라는 거에요”라며 자신의 갤러리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 작가가 처음 헤이리에 들어와 집을 지을 당시만 해도 지금과 같은 공간이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다고 한다. 사실 지금의 건물을 짓고서는 어떻게 사용해야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고. 전체를 작업실로 쓰기엔 어렵겠다고 느끼던 찰나 이 작가는 자신이 좋아해온 커피를 이 공간 속으로, 즉 소금항아리 안에 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계획을 세우고 충분한 시간에 거쳐 준비하기보다는 일단 시작해보자고 생각한 이 작가는 무작정 커피를 볶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게 얼마나 에너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지 새삼 느꼈다. 그렇게 탄생하게 된 것이 이 작가의 카페 ‘커피작업실’. 이제 그림을 그리는 일만큼 커피를 다루는 것 역시 그녀에게 중요한 작업의 일부가 됐고 자연스레 ‘카페 사장님’은 이 작가의 두 번째 직업이 됐다.

커피, 작가의 감정의 만들어내는 촉매제 되다

사실 이 작가가 커피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카페 문을 열기 훨씬 전부터였다. 본격적으로 커피를 공부하게 된지도 벌써 4년. 처음엔 그저 커피를 좋아했던 것뿐인데 나중에는 직접 좋은 원두를 공수하기 위해 멀리까지 오가며 점점 빠져들게 됐다고 이 작가는 말한다. 그렇게 커피에 대해 점점 알아가고 아무 커피나 마실 수 없게 되자 이 작가는 본인 스스로 바리스타부터 로스타 교육까지 거치며 커피에 대해 통달하기에 이르렀다.

이 작가에게 커피작업실을 준비하던 때는 즐거움 그 자체였다. 로스팅 기계과 필요한 도구들을 구입하고 가구디자인이나 인테리어 소품 등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았다. 이곳에 있는 커피 잔들은 전부 그녀의 감성이 그대로 녹아있는 이 작가만의 핸드메이드 작품으로 그밖에 카페 여기저기 놓인 소품들에도 이 작가의 솜씨가 묻어나 있었다.

콘셉트를 정해두고 인위적으로 정돈해두기 보다는 찾는 이들로 하여금 편안한 휴식처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며 이것이야말로 자신이 원하는 소통의 장이라고 이 작가는 흐뭇해하고 있었다. 더불어 커피작업실이란 공간이 존재함으로써 서로 소통만 된다면 친구가 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게 됐고 그것은 작가로서의 자신을 크게 변할 수 있었다고. 그래서 이 작가는 이곳에서 만난 모든 인연들이 소중하다고 말했다.

이 작가의 목에는 두 개의 앞치마가 걸려있는데 그녀는 ‘그림용’, ‘커피용’으로 구분 짓는다. 그림을 그리다가도 ‘커피작업실’에 손님이 찾아오면 겉에 두른 ‘그림용’ 앞치마를 벗어두고 1층에 내려가 커피를 내리고 나서 다시 올라와 ‘커피용’ 앞치마 위로 하나 더 두른다. 그림 작업과 카페 운영을 함께하다보면 힘에 부칠 때가 있어 둘 사이에서 갈등도 있었다는 이 작가. 그러나 이제는 오히려 갈등을 즐기고 있다고 한다. 카페 운영을 하면서 그림 작업에 몰두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긴 했지만 커피는 그림 작업을 하는 이 작가에게 있어 또 다른 직업이라는 의미를 떠나 영감을 주는 중요한 소재이기도 하다.

이 작가의 말에 따르면 커피는 원래 의약품으로 그 당시에는 담석, 중풍, 천연두, 홍역, 기침 등 여러 질병에 처방되면서 치료제로서 널리 쓰였다고 하다. 그러나 이제는 전 세계인이 가장 많이 찾는 기호식품으로 사랑받게 된 것이다. 덧붙여 이 작가는 자신의 작품들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치유해줄 수 있는 따뜻한 치료제이자 행복의 기분을 만끽하게 해주는 커피 같은 역할이 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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