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숙 도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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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숙 작가가 예술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은 그리 이르지 않다. 뒤늦게 미학(美學)에 발을 들이며 시작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지금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은 전 작가에게 즐거움이었다. 남들보다 늦게 도예 활동을 시작했어도 전 작가 내면 속 잠재된 도자예술에 대한 욕구는 무한한 듯 했다. 짧은 시간 안에 다른 이들보다 많은 도예작품들을 만들면서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찾아내고자하는 전 작가의 예술적 의지는 확고해 보였다. 어머니 정서를 담은 보따리를 통해 넉넉하고 따뜻함을 전하고 싶다는 전 작가. 그녀의 보따리 매듭을 풀어 그 속을 들여다봤다.

이민정 기자 meua88@epeopletoday.com
 

독창적 표현기법의 ‘현대도예’에 나타난 예술혼

인간은 언어와 문자를 통해 서로 소통을 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사고와 문화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해 나간다. 그리고 각자의 감성과 환경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그 사회에 형성된 문화 역시도 동시대를 함께하는 우리의 소통을 위한 매개체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도예’라는 문화의 한 영역도 이를 위한 하나의 장르라 할 수 있겠다. 오늘날의 현대도예는 지금까지 전해오던 전통도예와는 그 표현방식이나 영역에 있어 뚜렷한 구분이나 형식 없이 자유로워졌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만큼 도자예술은 다양한 표현방법들을 갖게 된 것이다. 전대숙 작가가 도예에 빠져들게 된 것 역시 바로 이러한 매력 때문이라 하겠다.

석고 틀에 의한 캐스팅(Casting)기법은 표현될 수 있는 기술들이 크기나 조형적 구조에서 한계와 부딪치게 된다. 그러나 전 작가는 지금까지 보아온 캐스팅 기법에 의한 안정적 구조에서 벗어나 많은 노력과 시행착오 끝에 크기의 대범함이나 형태적 구조의 난해한 조형성들을 나타냈다. 하나의 작품을 위해 여러 개체를 결합해야 하는 것은 물론 성형에 필요한 사용형 석고틀의 분할에 대해서도 치밀한 계획이 수반돼야 가능한 작업인 만큼 전 작가의 표현의지가 섬세하고 집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 작품을 위해 철저한 과학적 논리에 준하며 작업 진행과정에서의 노하우를 스스로 깨달아가는 모습이 전 작가의 성실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 작가의 섬세함 뒤에는 항상 확고한 조형의지와 더불어 그녀의 근면함이 함께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앞으로 보여 질 전 작가의 변모된 모습을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남이 시도하지 않은 나만의 조형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그것이 설령 구조적으로 복잡하거나 규모가 커서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작업이라도 흙이라는 질료를 통해 조형의 완성도를 높여 합리적 결과물을 얻어가는 것이 제 자신의 즐거움이에요.”

옛 정서 담은 보따리에 더해진 현대적 조형미

도자예술은 흙, 물, 불, 바람 등 근원적인 요소와 작가의 사고에 의한 조형적 의지가 결합되면서 탄생하게 된다. 미적 감성과 동시에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 공예 중에서도 특히 도자기는 오랜 시간 우리의 주거 공간에 머물며 작가의 감성을 표현하는 수단이 돼왔다. 전 작가 역시 지난시간에 대한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여행으로부터 자신의 작업에 대한 출발점을 두고 있다.

어린 시절 느꼈었던 정서를 고스란히 간직해오던 전 작가에게 보따리는 자연스레 작품 소재로 자리 잡게 됐다.

“나의 작업에 등장하는 보따리는 옛날부터 우리의 일상용품으로 생활 속에서 무언가를 싸고 정리하며, 나눔의 정을 담아 늘 가까이에 있었던 물건입니다. 이런 보자기 안에는 분명 그 시대의 사회상과 함께 기나긴 세월 속에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죠. 나의 작업이 보따리란 모습으로 구체화 돼 작품에 이르게 된 것은 인동초 같은 세월을 살았던 우리네 할머니와 어머니의 자화상이기도 했기에 그 넉넉한 마음을 표현함이 작품의 출발점입니다.”


즉 전 작가는 보따리 내면의 이야기를 통해 지난 시간의 소중함과 아름다운 기억을 되짚어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작품에서 정겨움과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한다.

전 작가의 보따리 작업은 주로 석고 틀에 이장주입 성형하는 방법이 사용되면서도 손으로 빚거나 가압 성형 등 여러 가지의 성형 방법이 쓰인다. 작품 활동 초기에는 장식적 가치를 부가하기보다는 주로 흰색만으로 절제된 표현을 함으로써 우리 민초의 삶, 어머니의 삶에서 느껴지는 인내, 순응, 순결, 포용의 자세 등을 나타내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최근의 작품에서는 그 당시의 성향보다는 가구 등 생활디자인과 접목하고 다양한 색채를 사용하는 등 현대에 걸맞은 도예를 선보이고 있다.


작품 중에서 특히 눈에 띠는 것은 ‘보따리 합’이다. ‘합’이란 둥글넓적한 모양에 그리 높지 않은 외형으로 음식을 담아내는 놋그릇의 일종이다. 전 작가는 이 보따리 합을 작업하면서 실용성과 관대함은 물론 도자 특유의 유기적 곡선을 응용하며 거기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유연성을 가지고 현대적 조형미를 강조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도자예술의 무한한 가능성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20대, 30대가 나 자신을 포장하는 단계였다면, 40을 넘어선 지금의 나의 작업은 보따리를 풀어놓듯 자신을 하나하나 풀어놓으며, 진지하게 나의 관심사가 무엇인가 이야기하는 시간일 것이다. 나의 작업은 우리들의 삶을 담아내고 형태를 만들어 나가면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작가 노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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