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가 이끄는 정치, 새로운 권력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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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주체가 정당중심에서 국민참여로 변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점점 그 윤곽이 뚜렷해지고 있으며 앞으로 정치문화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참여정부가 시작된 후 10여 년 동안 정치권에서 거부되던 시민정치참여집단의 불만이 이제야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내린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자신들의 이익이 아닌 국민을 보살피기 위한 정치를 바라는 마음이 지금까지 축적돼왔음을 나타내고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여기에 SNS 등의 수평적 소통이 기폭제 역할을 하며 참여정부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민정 기자 meua88@epeopletoday.com
 


 

시대는 ‘변화’를 원한다

기존의 정치권이 구태에서 탈피하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 움직임의 중심은 정치권의 쇄신이 아닌 국민들의 의식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단순히 정치개혁을 통한 변화가 아니라 정치 주체를 정당중심에서 국민참여로 옮기면서 새로이 정치문화가 만들어 지고 있는 것.
예전까지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나 불만을 드러내는 것은 특정계층에서만 일부 나타날 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국민들이 점점 적극적으로 정치에 대한 의사를 표출하면서 이를 지켜보는 정치권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반응하고 있다. 과연 ‘참여정치’라는 아이콘이 ‘新 선진 정치문화’의 기회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참여정치의 시작은 2002년 ‘노무현 바람(노풍)’이었다. 아직까지 위세를 떨치며 정치판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안철수 신드롬’을, 참여정치 흐름의 최전방에 자리한 두 번째 ‘노풍’이라 표현하는 것은 역시 전례와 비슷한 맥락으로 의식변화를 가져다줬기 때문이라 하겠다. 노 대통령이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을 부르짖었으나 아직 절반의 성공으로 남게 됐다.
이후 참여정부가 매듭지어지지 못하면서 한나라당의 역정권교체로 정세가 바뀌는 결과를 가져왔다.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의 말을 빌려보면 “항상 인기 없는 대통령이 있을 때 다음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의 여집합, 즉 없는 것의 총합이 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명박 대통령을 뽑을 때 전과시비, BBK 논란 등 온갖 것들이 다 있었지만 ‘이 대통령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았어도 어쨌든 성공한 사람, 저 성공한 사람이 우리를 성공으로 이끌어줄 거야’라는 믿음이 반영된 것”이라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이후로도 정당 위주의 정치가 계속되면서 정작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사회에서 국민들은 소외됐고 정당을 기반으로 둔 정치인들이 민심과 호흡하지 못하면서 다시금 참여정부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역정권의 흐름 속에서 정치의식을 달리하게 된 국민들의 정당참여, 정치참여, 선거참여가 본격화되는 서막을 열리게 한 것은 지난 10.26 재보궐선거와 ‘안철수 신드롬’이 그 시작이라 하겠다.

SNS 등 수평적 소통의 ‘힘’

이명박 정권이 만들어낸 문화적 세태와 완성되지 못했던 시민적 참여의 욕구가 ‘안철수’라는 인물을 전례에 없던 합집합적인 인물로 평가하게 함으로써 민심을 끌어 모으게 된 것. 어쩌면 본디 이런 형세를 만들어낸 것 자체가 정당정치에서 참여정치로 옮겨지는 시대의 현상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정권이 주목해야 할 점은 안 교수 개인이 아니라 그를 도드라지게 만드는 국민의 힘이다. 국민들이 안 교수를 바라보며 진정으로 원하는 점, 정치권에 바라는 것이 바로 위로와 실천적 모험, 희생과 헌신의 지도자상이라는 사실이다.
결과야 어찌됐든 안 교수의 정치권 입문 여부 자체만으로 지금의 정당정치가 국민들에게 얼마나 민심을 얻고 있지 못하는가를 현 정부에게 알리며 통점(痛點)을 자극한 것만은 사실이다.
아울러 지금의 이명박 정권뿐만 아니라 쉽게 깨지지 않았던 양당체제 자체에서 느낀 국민들의 실의가 드러났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지난 10.26 재보궐선거에서 시민운동가 출신인 박원순 시장의 당선에서 나타났다. 물론 야권통합후보로 출마했던 박 시장이지만 뿌리는 기존의 양당체제에서 벗어나 있는 그다. 그런 박 시장을 중심에까지 끌어 올린 것이 참여정치요, 그 원동력인 2040세대였다. 이와 같은 현상은 참여정부가 모습을 드러내고 10여 년의 세월 동안 정치권에서 거부되던 시민정치참여집단의 불만이 이제야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내린 것이라 볼 수 있다. 국가운영이든 정당파벌이든 간에 자신들의 이익만을 지키기 위해 정치를 하지 말고 국민을 보살피기 위한 정치를 바라는 마음이 이제까지 축적돼있었음을 나타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 지난 11월 30일 여의도 공원에서 한미FTA를 소재로 열렸던 '나는 꼼수다' 특별공연 현장

 

게다가 이런 현상을 부추긴 데에는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라는 기폭제의 역할이 크다. 다양한 통신기기를 기반으로 한 빠른 정보전달력과 누구나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구조는 특히 젊은이들의 정치적 관심을 유도해냈다. 다소 어려웠던 정치와의 접근방법이 이를 통해 더 많은 이들에게 근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보수언론으로부터 억압돼 가려져 있던 암묵적 정치 사안들과 그 과정에서의 불공정들이 여실히 드러났고 이를 깨트리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며 참여정치의 한 획이 됐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함께 새롭게 등장한 시민권력, SNS 등 수평적 소통의 장의 확대가 한 시대의 정치 흐름에 머물지, 앞으로의 선진 정치문화로 도약할 수 있을지 섣불리 판단하긴 어렵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바로 이를 이끌고 주도해야 할 국민과 정부가 얼마만큼 소통하고 호흡을 같이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정치적 대변화의 시기에 직면해 있다. 현 정부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시대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변화를 위해서는 뼈를 깎는 성찰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를 견딜 줄 아는 정권을 만들어 가는 것은 바로 시대적 요청인 동시에, 국민이 만들어가야 할 몫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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