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릴 단속하겠다고?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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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일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심의하고 규제하는 부서를 신설했단다. 부서명은 ‘뉴미디어정보 심의팀’. 당황스럽다 못해 황당하기까지 한 사건들이 연이어 TV 뉴스를 장식하는 시대에 이정도 사건은 예상범위 안에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예상치 못한 것은, 이 방통위 개정안이 속칭 ‘날치기’로 강행처리됐단다. 공기관을 중립의 입장에서 대변해야 할 신문·방송에서조차 ‘국제적 망신살’이라고 보도한 것을 보면 언론의 입장에서도 당혹스럽긴 한가보다. 이에 대해 서울북부지법의 서기호 판사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아이튠즈의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의 표현을 빌려 SNS 심의에 대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오늘부터 SNS 검열 시작이라죠? 방통위는 나의 트윗을 적극 심의하라. 심의하면 할수록 감동과 훈훈함만 느낄 것이고. 촌철살인에 감탄만 나올 것이다. 앞으로 분식집 쫄면 메뉴도 점차 사라질 듯. 쫄면 시켰다가는 가카의 빅엿까지 먹게 되니. 푸하하”
 
현직 판사가 올렸다고 믿기 힘든 이 글에 익명의 페이스북 유저는 ‘쫄면 안돼, 쫄면 안돼...’라는 댓글로 공감대를 표현했다. '나는 꼼수다‘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웃고 넘어갈 대목이다.



비난여론 심화, 그리고 단속 가능성

방통위의 SNS 심의에 대해 트위터리안과 미투데이 등 수많은 SNS 유저들의 의견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트위터리안 g_day****는 ‘SNS 심의는 중국, 이집트, 한국만 합니다. 가카의 치적’이라고 꼬집었고 jns****는 ‘방통위의 SNS 심의는 품격을 음미하게 하는 대한민국의 해넘이 시계’라고 비꼬았다. 방통위의 ‘눈가리고 아웅’식 개정안 발표에 화가 난 mytw****는 ‘내가 MB에게 시집을 간 것도 아닌데 어째서 귀머거리 1년, 벙어리 1년, 장님 1년 이러고 살아야 하는 거냐’며 당장 심의를 그만두라고 경고 아닌 경고를 남겼다. 단지 호불호가 나뉠법한 사안이라면 국민들이 긍정과 부정으로 나뉘어 설전을 벌이겠지만, 이번 개정안은 애초에 SNS 유저부터 언론, 심지어 법관들까지 ‘이건 아니다’라고 고개를 젓고 있다.
 
그렇다면 방통위는 별안간 왜 0과 1이 전부인 네트워크 세계에 가위를 들이대려 하는가? 정부는 신문·방송법을 개정하며 신문업을 하던 4개의 사업자에 종합편성채널 개국을 허용했다. 그리고 그 사업자들이 개국 축하쇼를 벌이던 날 정부가 SNS 심의를 위해 나섰다. 애초에 사회의 의견 다양성을 확보하겠다며 종편채널을 허가한 것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그들이 외치던 ‘다양화’가 새롭게 열린 날, 다양한 의견의 종합 모꼬지 SNS는 규제하겠다고? 어쩌면 이것이 그들이 목놓아 부르짖던 의견의 다양성일지도 모른다. 말 그대로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아직은 종편채널이 자리를 잡지 못한 현재 방통위의 구체적인 규제 계획은 발표되지 않고 있다. 방통위의 규제와 종편채널이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SNS를 이용하는 주 고객인 20~30대 젊은층은 종편채널에 대해 부정적이다. 미투데이 스마****는 ‘시청률 0%짜리 종편채널 삭제 완료’했고 트위터 voyz****는 ‘모 종편채널의 뉴스 시청률 0.007%... 그럼 몇 명이 본거죠?’라고 물었다. 케이블 채널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소수점 아래 세 자리까지 쓴 걸 봐도 아직은 마음을 놓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정환용 기자 maddenflower@epeople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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