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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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부터 주식재벌의 명성까지 안철수 원장의 2011년 하반기는 폭풍과 같았다. 정치, 경제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사회인의 정신적 멘토가 된 그는 스스로 부정하기 전까지 차기 대권주자로 점쳐지기까지 했다. 본인이 직접 부정하며 대선 출마에 대한 기대감은 수그러들었지만 아직도 그의 사회적 위치와 인지도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예비 정치인으로서가 아닌 교수로서, 기업 CLO로서의 안철수를 바라보자.
 
정환용 기자 maddenflower@gmail.com
 

 

안철수연구소부터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까지

안철수의 학업적 행보는 파격의 연속이었다. 27세에 단국대학교 의예과 학과장을 역임하며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한 그는 낮에는 의사로, 밤에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무려 7년을 버텼다. TV 모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군에 입대하는 날 아침까지 바이러스 프로그램을 개발하다가 입대한다는 사실을 아내에게 알리지도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히려 백신 프로그램의 개발·배포에 집중하기 위해 1995년에 학과장 자리를 내놓고 의대를 떠나기까지 했다. 보통의 의사라면 이해할 수 없는 기행(奇行)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곧 ‘안철수연구소’를 세우고 본격적인 바이러스 프로그램 ‘V3’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10여년간의 대표이사직을 마친 그의 다음 선택은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와튼스쿨의 경영학 석사과정이었다. 의학, 컴퓨터공학에 이어 경영학이다. 무엇이 그의 선택에 영향을 주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의 강연에서 자주 들을 수 있었던 경영 철학 중 하나는 ‘중요한 결정을 할 때면 과거는 잊어버리고 주위 사람의 평가에 연연하지 말고 앞으로 다가올 결과에 대해서도 욕심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의학을 포기하고 선택한 컴퓨터공학, 컴퓨터공학을 포기하고 선택한 경영학이다. 과거에 연연했다면 결코 가지 않았을 길을 그는 걸어왔다. 
 
단지 정직함과 성실함만으로는 수긍하기 힘든 무언가를 그는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최근 주가의 급등에 관계없이 보유 주식의 사회 기부를 결정한 그의 선택 역시 그의 행보의 일환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정치인이 아닌 안 교수가 실질적 후보인 나경원, 박원순의 지지율을 압도했던 것은 현 정권에 대한 국민의 반발적 지지였다. 사회적 멘토로서의 그가 대중에 공개된 모습은 그만큼 ‘안철수’라는 캐릭터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만큼 긍정적인 아우라를 가지고 있다. 
 
안 교수의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언론의 관심 속에서 혹자는 그가 정치인이 되지 않고 현재의 사회적 멘토로 남아 있었으면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 집권 이후 국민들이 느낀 실망감이 정치인이 아닌 사람을 정치인으로서 내세우고 싶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의사, 개발자, 경영인, 다음은 무엇일지

안철수 교수는 처음부터 정치적 행보를 보이지는 않았다. 서울시장 출마를 고민한 것이 첫 번째였지만 야권 단일화를 위해 박원순 현 서울시장에게 양보하며 정치권 입성이 무마됐다. 이것을 필두로 여야의 뜨거운 감자로 대두되고 있지만, 안 교수는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총선 불출마는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언론의 추측이 제기되며 안 교수의 차기 행보에 대한 관심은 식지 않고 있다. 
 
정치인 안철수를 상상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기대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이 된다. 의사에서 프로그래머로, 경영학 교수로의 행보는 성공적이었지만 정치는 전혀 다른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길을 가던 그것은 안 교수의 고유한 선택권이다. 다만 현재까지의 행적과 전혀 다른 분야에 선 그의 모습은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정치인으로서의 그가 의사로서, 경영자로서의 모습과 같다면 그것은 분명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아직 확정된 것이 없는 현재 상황에서의 섣부른 판단은 위험하다. 정치인을 지지하는 의미의 한 표를 행사할 권리를 가진 국민으로서 판단해야 할 것은 ‘사회인’ 안철수가 아니라 ‘정치인’ 안철수여야 한다.

 

 

 

투자 자제 요청, ‘안철수 효과’에 경고

지난 9월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온 뒤부터 급증한 기업 주가에 대해 안철수연구소는 투자자들의 과도한 투자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안철수연구소는 최근 급등하는 주가 관련 조회 공시 요구에 "별도로 공시할 중요한 정보가 없다"면서도 "기업 실적과 가치 이외의 기준으로 투자하는 것은 주주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것이 기업의 최대주주인 안 교수의 의견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공시한 투자 자제 요청은 이례적이다. 투자를 받는 기업으로서는 투자금액이 감소할지도 모르는 공시다. 그러나 기업으로서는 회사의 이미지와 실적 향상에 따른 주가 상승이 아니라 기업 CLO(Chief Learning Officer, 최고교육책임자)인 안철수 교수의 영향이 적잖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 듯 보인다.
 
안철수연구소가 ‘착한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것인지는 투자자 및 관계자들이 판단할 몫이지만 최소한 이 공시 역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업의 이미지가 경영인을 표방하고 있다는 좋은 예가 된다. 
 
주식 상승률 1위로 주목받기도 한 안 교수의 안철수연구소 주식 지분은 37.1%다. 보유 지분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발표한 11월 14일 기준으로 그의 지분은 약 3,000억원이었다. 주식통계 사이트 ‘재벌닷컴’의 12월 1일 조사 결과는 약 4,300억원. 지난해에 비해 500% 가까이 상승하면서 기부하기로 한 지분의 가치도 600억원 가량 상승했다. 주식의 시점에서만 본다면 분명 뛰어난 상승률이기는 하지만, 안철수연구소의 발표 역시 주목해야 한다. 안 교수의 총선 출마 관련해서 안철수연구소의 주가는 10월 한달에만 136%가 급증했다. 기업의 성과와는 관계없이 안 교수의 인지도 상승에 대한 영향이 컸다는 것이 애널리스트들의 설명이다. 
 
현재로서는 안철수연구소의 주가 급등과 폭락에 대한 기업등급을 판단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한다. 투자자 역시 상한가와 하한가를 가파르게 오가는 현 기업에 대한 투자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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